환기필터 규격화는 ‘획일화’

2020-05-11

국가기술표준원은 열회수 환기장치의 KS를 개정하면서 환기필터 크기를 규격화하려고 합니다. 참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국가표준’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니 사용자가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 ‘사실상의 규격화 개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소비자 편익을 생각한다는 명분은 좋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의무화 이후 설치된 환기장치의 필터를 교체하고 싶었지만 제조사 부도로 적당한 필터를 구하지 못했다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 환기 규격화가 방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터 규격화는 단지 필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기시스템 제품크기를 물리적으로 규정하는 요소는 사실상 전열교환소자와 필터입니다. 업체들은 필터규격화가 개시되면 모든 제품의 크기가 획일화돼 가격만이 유일한 경쟁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제조사는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과 성능향상기술을 접목하고 더 작으면서 더 효과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두는 아니어도 적어도 그런 기업들의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선택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필터 규격화를 통한 환기시스템 기술평준화는 기업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글로벌 경쟁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기업경쟁력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기업경쟁력을 잃게 하지 않고 소비자 편의성을 향상시킬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필터주문제작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민원을 해결하는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불편하니 획일화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으로는 개인화, 다양화, 디지털화되는 산업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환기산업도, 소비자불편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칸 기자 kharn@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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