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박찬우 전북대 기계설계공학부 교수

2020-08-30

국내 흡수식냉동기 시장 발전 위한 제도개선 방향
합리적인 적정 시장가격 시급
비전력냉방 의무사용 확대
고효율 제품개발 자생적 환경조성 필요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계 생산국으로 공조용 칠러의 시장규모는 연간 약 2,800억원 규모다. 이중 흡수식냉동기는 중앙공조건물 냉난방(오피스, 관공서, 마트, 터미널, 경기장, 쇼핑센터, 병원 등) 및 공정용 폐열스팀이용 냉방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스냉방 설치의무화(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에 냉방부하의 60% 이상)와 고효율에너지기자재로 등급이 관리돼 비교적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전기식 터보‧스크류냉동기가 더욱 활발히 성장하고 있어 흡수식이 전기식대비 기술 및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국내 흡수식시장의 규모는 연간 대략 1,000억원 정도로 전기압축식 냉동기시장보다는 작은 편이다.

흡수식냉동기시장, 과다경쟁 심화 
국내 고유 브랜드로 흡수식냉동기를 생산하는 기업은 △LG전자 △삼중테크 △센추리 △오텍캐리어 △월드이엔씨 △월드에너지 △현대공조 △신성엔지니어링 △귀뚜라미범양냉방 등이며 이외에도 몇 개의 업체가 OEM방식의 외주 협력업체 형태와 부품업체 등으로 이뤄져 있다.

9개 회사가 연간 약 1,000억원 정도의 작은 시장을 나누고 있다. LG전자의 시장점유비율이 대략 30% 정도이며 나머지 업체들이 시장을 나누고 있다. 나머지 약 700억원 정도의 시장을 8개 업체가 나눠 경쟁하며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는 건설사와 정부조달시장에서 경쟁하다보니 냉동기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업체 출혈경쟁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흡수식냉동기 제작사의 이익비중이 거의 없고 겨우 재료비와 인건비만 건지는 상황이 흡수식제조업계의 현실이다.

아울러 정부에서 정한 주간 법정근로시간 52시간제 여파로 인건비 압박이 점점 커져 원가부담 중 인건비 자체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국내 건설시장 불황과 맞물려 건물 냉난방용 냉동기 물량자체가 감소되는 불안정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원천기술 발전없는 평준화
대형 냉동공조 칠러기기분야에서 실제로 흡수식냉동기의 주요 경쟁기기인 터보냉동기는 냉동기 용량, 냉매 종류에 따른 압축기 설계와 제작, 수만rpm을 회전하는 임펠러 고속회전축의 윤활부 설계와 제작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웬만한 중소기업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터보냉동기 생산은 국내 3개 업체 정도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흡수식냉동기는 터보냉동기와는 달리 모든 부분이 열교환기로 이뤄져 있어 큰 설비가 있는 공장이 아니더라도 철판 가공 및 진공을 고려한 용접기술만 있으면 타 업체 제품의 역설계 및 제작이 다소 용이하다.

초기 고효율사이클 설계와 이를 제품설계에 반영하는 단계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험을 수행해야 해 제품을 바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판매제품이 생산되면 이를 다른 업체의 숙련된 기술자가 몇 번의 설계오차를 거친 후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이 관련 중소기업의 원천기술 발전이 없는 기술평준화를 불러왔다. 과거 정격 COP 1.0인 2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도 어느 순간 COP 1.3의 고효율 제품이 보편화됐다.

또한 부품의 외주가공이 중소협력업체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부품도면 같은 기술보안도 느슨하게 관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현재 흡수식 냉동기시장은 차별화된 기술보다는 원가우선주의가 팽배한 상황이다.

가스냉방, 가동성 저조
정부주도의 가스냉방을 유도하더라도 사용자들은 아직 냉동기의 응답성, 관리편리성 측면에서 전기냉방을 선호하고 있다.

흡수식냉동기는 주기적인 진공추기와 같은 관리포인트가 많은 편이다. 흔치는 않지만 비전문가의 적절치 않은 기기조작으로 냉동기에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흡수식냉동기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아직도 저렴한 전기요금과 가스냉방의 적절한 제도개선 및 지원부족으로 인해 전기냉방의 선호경향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사업장에서는 정부지원을 받고 가스냉방기기를 설치하더라도 구동하지 않고 피크부하 시에만 부분적으로 가스냉방을 운전하고 있어 가스냉방 보조금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즉 전기냉방이 주가 되고 가스냉방은 아주 적은 비율로 운전되는 보조냉방수단이 되는 현실이다.

가스냉방 보조금, 제조사도 혜택 나눠야
현재 가스냉방 장려금제도는 냉동기설치 시 사용자와 설계사무소만 수혜 대상자이며 제조사는 빠져있다. 중소기업의 흡수식냉동기 제조사도 가스냉방 장려금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향후 성능이 우수한 고효율제품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현재 고효율 흡수식제품은 가스냉방 장려금지원이 많은 반면 고효율이 아닌 제품은 보조금이 적거나 거의 없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비용으로 충분히 고효율제품을 개발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특별히 국책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한 고효율제품을 자체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제조원가 싸움에 허덕이는 중소 흡수식냉동기 제조업체가 가스냉방 보조금 지원을 받아 일부 자체비용만으로도 고효율 제품개발을 하게 해 자생력을 갖게끔 구조적 숨통을 터줄 필요성이 있다.

현재와 같이 가스냉방의 단순 보급확대를 위해 사용자와 설계사무소만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중소 흡수식냉동기 제조사도 가스냉방기기를 1대 판매할 때마다 일부 가스냉방 장려금 혜택을 받아 우수한 제품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게하고 열악해진 흡수식시장도 개선시켜 사용자가 선호하는 우수한 기기로 가스냉방 보급을 활성화해야 한다.



입찰제도 개선 필요
현재 건설사의 입찰제도는 최저가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에 흡수식냉동기설치를 위한 입찰 시 업체간 과잉 출혈경쟁으로 때론 제조원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이렇게 한번 가격이 내려간 제품은 정해진 가격으로 통용돼 다시 적정한 가격으로 올라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흡수식시장이 가격 측면에서 매우 열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개선으로 현재와 같은 절대적 최저입찰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으로 낙찰되게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개 업체가 입찰한 가격의 평균가를 계산하고 그 평균가에 근접한 업체가 낙찰 되게 할 수도 있다. 또는 공사주체가 적절한 낙찰예가를 제시하고 낙찰예가에 근접한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하는 제도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

현재 제도는 최저입찰제로 진행해 과잉경쟁으로 만약 기준낙찰 예가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낙찰되면 선정된 흡수식업체도 성능이 부실한 제품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흡수식냉동기시장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곪을 수밖에 없다. 흡수식냉동기시장이 보다 건전하게 운용되도록 합리적인 적정가격을 형성시켜야 한다.

부품업체 보호책 마련
현재 한국은 과거 흡수식 강국이었던 일본의 기술을 뛰어넘어 흡수식냉동기 제품의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일부 냉동기제조업체는 저가논리에 휘둘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외산품만 쓰고 있어 일부 국내 흡수식부품업체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흡수식 주요 부품업체가 경영난으로 하나둘씩 사라지면 관련기술이 외산에 종속돼 기술적 자립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흡수식냉동기 관련부품 업체들에게 큰 지원을 못 하더라도 이러한 소중한 국가적 자원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비전력냉방 의무사용 확대해야 최근 중국에서는 흡수식냉동기를 화학 플랜트분야에 적용하고 있어 흡수식냉동기의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도 흡수식시장을 건축물 공조용만으로 국한하지 말고 제품공정 및 화학플랜트 등 산업분야에 적용해 비전력냉방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전력사용량은 연간 약 521TWh로 세계 7위이며 경제‧인구 규모대비 사용량이 매우 많다. 특히 산업용전력사용량은 이중 약 57%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다소비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플랜트 및 산업공장 생산라인의 산업용냉동기는 대부분 터보‧스크류 냉동기 등 전기압축식 냉동기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에서는 산업용 전기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탈원전‧저탄소시대에서는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건물뿐만 아니라 산업용냉동기도 반드시 비전력냉방기를 법적으로 일정비율 이상 적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산업현장마다 상황이 달라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유인책으로 추가 세제혜택을 준다면 상황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산업용냉동기기 소비전력으로 사용되는 전기사용량이 많으므로 이를 흡수식 냉동기가 일부 대체한다면 환경적‧산업적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국가 전력소비를 줄이고 환경개선과 함께 열악한 흡수식시장도 매출 증대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산업용냉동기는 건물냉방보다 정밀하게 냉각제어돼야 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흡수식냉동분야의 비약적인 기술발전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 규제 완화 필요
현재 한 국내 업체에서는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를 국책과제로 개발해 흡수식업계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학계 및 업계일부에서는 과거 10년 전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3중 효용 흡수식 냉동기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도 가격문제로 사업화가 무산된 전례가 있어 보급화 측면에서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개발업체의 콤팩트한 원가절감 설계와 함께 고효율 가스냉방기기의 적절한 정부지원, 연간 28% 운전비 절감이라는 이점이 있으면 투자비 회수에 대한 시장경쟁력은 충분하다.

또한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가 2중 효용과 같이 진공상태의 기기가 아니고 보일러와 같은 고압기기라 규제가 달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는 3개의 재생기 중 하나인 고온재생기가 양압으로 운전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일반보일러는 전체가 양압이고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는 시스템 전체를 보면 고온재생기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진공으로 운전되는 기기이기에 냉동기 운전 중 트러블 발생 시 고압부의 압력이 바로 전체 기기 폭발사고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고온재생기의 전열면적 5m² 이하는 2종 관류보일러에 해당되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보일러 검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우선적으로 200RT 미만으로 냉방용량을 제한하며 법적으로 철저한 안전장치를 설치한다면 사용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200RT 이상으로 냉방용량 확대여부는 시장의 반응과 문제점을 모니터링한 후 향후 관계기관과 논의를 통해 실시해도 무방할 것이다.

보일러처럼 고온재생기의 개방검사는 오히려 흡수식냉동기의 부식을 가속화시켜 안전에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체검사 방안을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가스흡수식냉방산업과 국가 에너지산업적으로 큰 도움이 될 3중 효용 흡수식냉동기의 사업화가 성공적으로 연이륙(Soft takeoff)하길 기원한다.

칸 기자 kharn@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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