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이제는 제조업으로 변신할 때”

2023-05-21

건축공간硏, 2023 제1차 AURI 건축도시포럼 개최
포디즘·조닝 지배 20세기 도시계획·설계기법
21세기엔 로봇·탈장소화 주도…기법 유연화해야



건축공간연구원(원장 이영범)은 5월16일 세종시에 위치한 AURI 8층 대회의실에서 ‘20세기 도시설계를 넘어서(Beyond the 20th Urban Design)’를 주제로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한 2023년도 제1차 AURI 건축도시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이 기조발제자로 나섰으며 강현수 전 국토연구원 원장이 지정토론자로,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장과 김영현 건축정책본부장, 성은영 주거문화연구단장, 여해진 공간문화본부 연구위원이 자유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영범 원장은 개회사에서 “지난해 말 GH사장으로 임명된 김세용 사장을 초청해 최근 SH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도했던 공간복지 프로젝트 사례를 들으며 도시설계 관점에서 현장경험과 정책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모셨다”라며 “이번 AURI 건축도시포럼에서 인구감소, 초고령화, 디지털전환, 포스트코로나 등 정책대안을 빠르게 요구하고 있는 사회담론을 함께 고민함으로써 건축공간연구원의 정책연구 방향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은 20세기 포디즘과 베드타운의 역사, 1970년대 이후 강남과 신도시 중심으로 한국 도시개발사를 개론적으로 소개하며 그 결과 수반된 21세기 도시공간 문제들, 수도권 집중과 도시재생, 인구절벽과 지방분산, 초고령화와 1~2인가구 증가 및 코로나19 이후 생활변화 등에 대응하고자 했던 SH 재직 당시 정책사업을 중심으로 기조발제를 전개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김 사장은 △2030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대상 주택인 ‘청신호’를 비롯해 △2030 청년사업가대상 ‘에이블랩’ △3040 무주택세대대상 ‘연리지’ △5060 노후세대대상 ‘누리재’ 등 인구구조와 생활방식 변화를 분석해 새롭게 제시한 공동주거인 ‘생애주기별 주택공급사업’ 등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집안에서의 주거복지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라며 “집밖으로 나가면 상황이 달라져 경로당이나 도서관 등이 어디 있는지 모르거나 있어도 너무 먼 실정”이라고 주거복지와 함께 공간복지도 실현돼야 하는 당위성을 피력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는 아파트 안과 밖의 생활서비스가 너무나 다르며 특히 저층주거지는 생활서비스시설이 더욱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 차이(gap)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며 SH청년건축가를 발굴해 반지하를 활용한 지역커뮤니티시설 공급 시범사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신규택지가 더는 없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 주택공급방안으로 시도한 콤팩트시티 사례를 강조해 소개했다. 그는 도로 위, 유수지, 물재생센터, 동사무소·우체국·소방소, 버스차고지, 공용주차장 등 저이용 도시계획시설 및 토지를 활용한 도시공간 재창조 프로젝트인 △중랑북부간선도로 콤팩트시티 △정지버스차고지 콤팩트시티△연희·증산 빗물펌프장 콤팩트시티 등을 소개하며 도시를 입체화·복합화해 공간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자로 초대된 강현수 전 국토연구원 원장은 “‘콤팩트’에 대한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데 ‘압축고밀’로만 해석하면 위험한 접근이 될 수 있다”라며 “서양에서는 도시스프롤(urban sprawl)을 방지하는 대안으로서 친환경 대중교통 중심으로 가기 위한 콤팩트시티를, 일본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입지적절성 대안으로 콤팩트시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19세기말 하워드(E. Howard) 제창한 ‘전원도시(Garden City)’가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을 위한 도시설계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초고령화시대에 자연과의 접점을 높이는 것, 자연을 인간과 가깝게 끌어들이는 것이 공간복지가 아닐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원장은 또 “서울과 농촌의 콤팩트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콤팩트가 공간복지를 실현하는데 과연 적합한 개념인지, ‘N분 도시’가 더 유효할 수 있지 않은지 등을 고려해 공간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중간범위 개념과 구체적인 개념들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전문가와 학자가 개념을 명확하게 해줘야 정책과 사업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을 진행한 이영범 원장은 “공실이 늘어나는 오피스빌딩과 주3일 근무제로 비게 되는 공공청사를 복합용도로 활용하는 유럽의 사례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 공간사용패턴 변화를 볼 때 예전에는 업무공간 중심으로 주거입지가 결정됐다면 코로나19 이후는 업무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삶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집과 업무공간의 관계가 탈장소화되면서 지금까지 장소기반으로 해 왔던 공간설계가 ‘라이프스타일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도시공간의 또 다른 중요 이슈로 기후변화가 있다”라며 “도시체질의 전반적인 변화가 도시구조 및 개별적인 도시성능개선 등과 맞물려 인구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직된 용도지역제(zoning)를 복합용도로 유연하게 개편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영현 건축정책본부장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요구되는 성능에 반해 비용효율 등 시장성을 고려한 산업육성방안을 고려하는 것 역시 정책의 중요한 과제”라며 “변화수요는 충분히 고려하되 적정선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을 들은 김세용 사장은 “내가 쓴 콤팩트시티 개념은 압축이나 축소가 아니라 ‘복합이었다”라며 “질보다 양과 속도를 중시했던 20세기 도시가 자동차와 스프롤의 시대였다면 토지조성원가는 계속 올라가고 인구·기술·환경·사회적 여건이 모두 변화하는 21세기에는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방식으로는 도시를 만들 수 없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동사무소와 주택을 복합화할 때 처음에는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지만 막상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사업 후에는 주민반응이 긍정적이었다”라며 “초기에는 심리적 저항선이 군데군데 있으나 이것을 극복하면서 복합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또한 “GH사옥을 새로 짓고 있는데 단차를 모두 없애라고 지시했다”라며 “5년 안에 로봇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인가구 증가나 재택근무의 역설 등이 베드타운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지금 건설되고 있는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와는 다른 이슈가 지배할 것”이라며 21세기가 요구하는 도시 트렌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결국 건설업이 제조업으로 변신할 때가 됐다”는 표현으로 강변했다. 

이영범 원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사우디 네옴시티나 애리조나 사막에 건설되고 있는 탈자본주의 이상도시인 아르코산티 등 다양한 미래도시를 보면서 전통적인 도시설계기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라며 “조닝의 한계를 넘기 위해 건축분야에서는 통합설계 개념이 제시되고 도시생활자들의 행동실험을 통해 도시기능을 정하는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등 실험적인 도시설계방식도 제시되고 있다”는 말로 다각도의 접근과 대안이 필요함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오주은 기자 yojest@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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