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기질 해법 '환기'…시장대응 방안은

2019-01-06

수도권 수천억원대 예산편성
교육청, 환기장치 성능 '염려'
환기업계, 제품신뢰성↑ 필요


학교시설이 환기업계의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악화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고 미세먼지 민감군으로 분류된 아이들의 건강에 특히 민감한 학부모들은 대책마련을 요구해 왔다.


2017년 하반기부터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공기청정기는 CO₂나 VOC 등 유해가스를 제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계식환기장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2018년 4월 교육부의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 발표’를 시작으로 전국 교육청에서 투입예산을 포함한 미세먼지 관리대책이 속속 발표됐다.



교육부의 발표는 △학교 실내공기질 관리기준 강화 △교실 내 공기정화장치(기계환기설비 및 공기청정기) 확대 설치방안 △어린이와 호흡기질환자 등 민감군 학생에 대한 보호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교육부는 앞서 시행된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학교실내공기질 관리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10㎛(PM10) 이하 먼지만 기준치를 뒀던 것에서 2.5㎛(PM2.5) 이하 먼지도 기준을 신설하도록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공기질관리의 수단으로는 교실 내 공기정화장치 확대방안이 발표됐다. 교육부는 관련단체 협의 및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우선 설치하고 단계적으로 설치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선설치 대상인 3만9,000여교실에만 약 2,200억원이 책정돼 대부분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중·고등학교를 포함한 각급학교에 확대 적용되거나 신규학교 수요를 감안하면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관리기준에 따르면 신축학교는 의무적으로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 신축의 환기시설 설치가 2006년부터 의무화돼 이 기준을 따른 것이다.


기존학교의 경우 기계환기설비 설치를 우선 고려하되 부득이한 경우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사용방법은 창문을 이용한 자연환기를 원칙으로 하되 외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경우 창문을 닫고 공기정화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유형별 솔루션 제시 필요


현재까지 학교 공기정화장치 도입방향은 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공기정화장치시장은 당분간 기계식환기장치와 공기청정기가 병행진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계식환기장치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또한 학교가 공공시설로서 에너지절감을 추진해야 함을 감안하면 전열교환기, 열회수장치가 탑재된 환기장치가 경쟁력이 있다.


교육기관의 환기장치의 적용은 △신축 △2006년 이후 신축돼 환기장치가 들어간 건물 △2006년 이전 지어져 환기장치가 없는 건물 등 3가지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각 경우마다 환기장치솔루션이나 실내공기에 대한 대안이 달라져야 한다.


신축의 경우 천장매립형, 바닥상치형, 스탠드형 등 다양한 형태가 고려될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천장형이 적용되고 있다.


2006년 이후 건축돼 교체필요성이 있는 학교의 경우 기존시스템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신축 시 대부분 천장매립형이 적용됐기 때문에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학교에 적용하는 경우 공사비 등에 따라 천장매립형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천장내장재 해체 및 덕트시공, 용역비 등을 합쳐 약 1,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학교 공기정화장치에 투입되는 예산규모와 기계환기설비 우선적용이라는 기회에도 불구하고 환기장치업계의 근본적인 장애물도 존재한다.


일부 지역의 교육청은 환기장치의 성능에 대한 불신, 관리의 어려움, 미세먼지제거 우선 등 요인에 따라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서울시, 환기장치 ‘확신 없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발표 직후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해 공기정화장치 보급계획을 내놨다.


서울에서는 공기정화장치 설치 등에 2020년까지 약 46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2018년 109억원, 2019년 177억원, 2020년 177억원 등을 총 1만5,000여개 학급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공기정화장치 도입에 52억원이 감액된 125억원이 편성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환기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공기청정기로 방향을 정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기존 환기제품은 학교현장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고 있다”라며 “2020년까지는 공기청정기 렌탈로 추진하지만 이후에는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유지관리의 문제가 있다. 환기장치는 유지관리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많게는 80학급의 필터를 교사가 직접 교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렌탈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환기기업 중에서도 렌탈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이 있음을 감안하면 조건을 만족할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성능에 대한 우려다.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는 “CO₂ 등 문제도 있지만 이번 관리대책 발표의 계기였던 미세먼지 관리의 시급성이 크다”라며 “미세먼지 제거효율은 공기청정기가 앞서고 환기장치에 필터를 부착할 경우 환기 및 냉난방효율이 떨어져 섣불리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환기장치도 미세먼지 제거효과가 있고 유해가스 배출도 가능하지만 불완전한 상태에서 도입을 결정하면 임시방편이 될 수 있고 다시 개선을 추진하게 되면 예산낭비 논란에 휩싸일 수 있으니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해가스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환기장치가 적용되겠지만 이와 같은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개발이 필요할 전망이다.




경기도, 3년간 환기 우선적용
경기도는 대부분 기계환기설비를 공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2018년 공·사립유치원에는 공기청정기 임대예산으로 47억원이 지원됐지만 4월 추경으로 편성한 211억원은 산업단지, 대로변 등 우선설치대상지역을 중심으로 기계환기설비가 설치됐다.


이어 초등 및 특수학교는 2019년까지, 중·고등학교는 2020년까지 1,936억원 예산을 들여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2019년 초등학교에 1,149억원, 특수학교 27억원, 중·고등학교 971억원이 투입된다.


총액으로 보면 당초 계획은 2,194억원이지만 유지관리비용을 포함하면 약 2,364억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공기정화장치 설치에 2018년 12월 기준 경기도예산 654억원이 투입됐다. 학교별로 다르지만 겨울방학 기간 중 본격적인 적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2019년 예산은 유지관리비용을 포함해 692억원이 편성됐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에도 환기장치의 성능과 관련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측정한 결과 CO₂ 저감효과는 좋았지만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와 비슷하거나 더 낮았다”라며 “특히 기계환기설비 필터는 유해화학물질을 걸러내지 못해 오히려 외부의 유해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밝혔다.


환기장치의 CO₂ 및 유해가스 배출효과를 감안하면 근소한 미세먼지 포집효율의 차이는 감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 유해가스의 유입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관련부분에 대한 기술개발은 필요할 전망이다.



지방교육청, 합리적 결정 필요


환기장치가 교실 실내공기질의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조언에도 다수의 지방교육청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외에도 인천시, 전라남도 등도 공기청정기를 우선 보급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같은 현상은 학교시설담당자들이 공기청정기의 설치편리성에 비중을 두고 있고 환기장치라는 제품의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라며 “이에 더해 예산을 신속히 소진해야 하는 행정적 특성상 발생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환기업계 ‘자성 목소리’


다수 언론에서 보도한대로 학교 교실의 실내공기질을 향상시기키 위해서는 미세먼지관리뿐만 아니라 CO₂ 및 유해가스 배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는 환기장치와 공기청정기의 개념적 이해에 따른 것으로 제품별 성능과는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즉 일반적으로는 환기장치를 적용하는 것이 옳지만 개별 제품이 이와 같은 성능을 보장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시설담당자들이 환기장치 적용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업계 스스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학교환기시장의 경우 명확한 성능기준이 없어 조달제품위주로 납품되고 있다. 조달제품도 국가로부터 성능을 인정받은 것이어서 무리는 없지만 적용 후 실내공기질이 개선되는 부분을 입증할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2017년 기준 신축학교의 환기장치 조달발주 사양을 보면 환기장치의 필터는 프리필터로만 나와 있다. 일부 업체가 미디엄필터를 적용하지만 시험성적서나 계산적 방법을 통해 예측한 내용만 제시하고 있고 적용 이후 TAB나 효과검증하는 과정은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트배관공사가 불량해 설계풍량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미세먼지 90%를 거를 수 있는 미디엄필터가 적용됐다 하더라도 제품·시공불량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환기장치가 학교 실내공기질 개선의 궁극적 솔루션임은 분명하지만 업계에서 소비자인 학교시설담당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환기업계의 꾸준한 신기술·신제품 연구개발과 성능향상 노력이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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