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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특별기고] 흡수히트펌프 제품 및 시장 동향

“낮은 수열 단가 HP 보급 걸림돌
발전·열공급사, 국내사에 기회줘야”

저온의 냉각열을 이용하고 고온에서 그 열을 대기 중에 버리면 냉동기라고 하고 같은 냉동사이클을 이용하되 저온의 열을 회수해 고온의 유용한 열로 이용하는 것을 히트펌프라고 부른다. 이중 흡수식 냉동사이클을 이용하면 ‘흡수식 히트펌프’가 된다.


흡수식 히트펌프는 크게 2종류다. 일반 흡수냉동기와 같은 사이클을 가진 흡수식 히트펌프(Absorption Heat Pump)와 흡수액과 냉매의 흐름방향이 흡수냉동기와는 반대인 Absorption Heat Transformer가 있다.


역사 길지만 보급은 더뎌
흡수식 히트펌프는 국내 최초로 1983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일본에서 수입된 Absorption Heat Transformer가 설치됐다. 설치된 제품은 88℃의 합성고무 용해용 솔벤트증기에서 잠열을 약 50%정도 회수해 1.5bar의 증기 3.7ton/h을 생산하는 폐열회수장치로 운전중량이 60톤 이상의 대형제품이었다.


이후 1992년 유지보수에 금성전선이 참여하며 Absorption Heat Transformer의 설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1년 캐리어가 그 제품을 교체해 1.2bar의 증기 5ton/h을 생산하는 제품으로 개선했으며 그 경험을 기초로 2003년 추가로 1.2bar의 증기 10ton/h급 초대형 Absorption Heat Transformer를 설치했다. 설치 제품은 운전중량이 142톤에 달하는 거대한 제품으로 흡수기와 재생기가 좌우에 복수로 배치돼 있었다.


2008년 LG전선도 1.2bar의 증기 8ton/h급의 제품을 설치해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제조과정의 대부분의 폐열을 Absorption Heat Transformer로 회수했다. 이후에도 기존 제품 교체용으로 월드에너지가 지난 2015년 1.2bar의 증기 8ton/h을 생산하는 제품을, 2019년 1.2bar의 증기 10ton/h급의 제품을 설치했다.


산업용으로 폐열을 회수하는 Absorption Heat Transformer는 대부분 투자회수기간이 2년 전후로 매우 우수하다. 예를 들면 증기값이 ton당 2만5,000원(대략적으로 Mcal당 42원), 운전시간이 연 7,000시간(연 80% 가동) 정도라고 가정할 때 회수되는 증기량이 8ton/h의 Absorption Heat Transformer를 설치할 경우 연간 증기값으로 회수하는 비용은 14억원이 된다.


Absorption Heat Transformer의 주변 배관공사를 포함한 모든 투자비용을 약 25억원 정도라고 할 경우 투자회수기간은 1.8년에 불과하다. 국내시장은 36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Absorption heat Transformer는 금호석유화학에만 설치될 정도로 국내시장은 매우 보수적이다. 수많은 화학공장은 증발(비등)과 응축을 반복하는 공정을 가지고 있어 공정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면 Absorption heat Transformer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흡수식 냉동원리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시장이 확대되지 않았다.


1994년 LG전선이 핀란드에 소각열을 회수해 난방에 사용하는 제품을 수출해 현재까지도 가동 중이지만 더 이상의 시장 확대에는 실패했다. 센추리도 1990년대에 인천의 한불화장품에 국내 최초로 설치했지만 성공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낮은 수열단가, HP 확대 걸림돌
2011년 GS파워는 중국의 원대(遠大 Broad)의 흡수식 히트펌프를 수입해 일산열병합발전처(동서발전)에 3,000RT급을, 분당복합발전처(남동발전)에 3,700RT급을 설치했다. 3barG의 증기를 구동원으로 발전소의 각종 기기냉각수의 폐열을 회수하는 제품으로 당시 발전사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국내 흡수냉동기제조사 참여는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이었던 사업계획서와 달리 이후 운영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2015년 인천종합에너지에도 1,653RT급(폐열회수량)의 Broad사의 105℃ 온수구동형 흡수식 히트펌프가 설치된 바 있지만 이 역시 국내기업의 참여는 불가했으며 역시 운영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GS파워와 같은 열공급사가 소각장에서 회수열을 사오는 가격이 Mcal당 약 20원 이하의 매우 낮은 가격으로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이는 전기압축식 히트펌프로 하수열을 회수할 때 Mcal당 구도용전기비용 약 50원, 발전사로부터 구매하는 발전수배열의 수열단가가 Mcal당 약 50원, LNG-PLB(첨두부하보일러)의 Mcal당 95원 등과 비교해도 1/2~1/4 이하로 매우 낮다.


이처럼 낮은 수열단가는 결과적으로 전기압축식 히트펌프는 물론 흡수식 히트펌프까지도 투자경제성을 나쁘게 해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하는 히트펌프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LG전자가 개발한 전기압축식 히트펌프는 자매회사격인 GS파워에 의해 구매돼 설치된 사례가 있지만 흡수식 히트펌프는 사실상 국내 제조사의 국내 보급사례가 전무하다.


다행히 유럽시장은 개방적이어서 일본, 중국, 인도, 한국의 제품을 제한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월드에너지가 직화식 흡수식 히트펌프를 이태리에 수출한 실적이 있으며 수많은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어 유럽수출시장은 매우 밝은 편이다


흡수식 히트펌프는 열교환기의 조합품으로 응용범위가 매우 넓고 설계능력만 있다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큰 설비투자없이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이미 기술이 보편화돼 널리 사용 중인 흡수식 히트펌프와 Heat Transformer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한 열공급회사에 의해, 또한 대규모로 열을 사용하는 산업체에 의해 국내 수요가 형성돼 보급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최근발달된 새로운 사이클의 효율적인 제품이 다양한 산업현장의 요구에 맞춰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 규모의 흡수식 냉동기시장과 제조사가 있어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펌프 회수 열 가격 현실화 시급
한국의 경우 흡수냉동기를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제조사가 있기 때문에 흡수식 히트펌프를 공급하는데 문제가 없다. 1994년 유럽에 수출해 20년 이상 사용한 사례만 봐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증기발생량 10톤/시간)의 Absorption heat transformer도 공급해 15년 이상 사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국내의 발전사와 열공급사도 합당하지 않는 이유와 비공개적인 방법으로 중국제품을 수입해 설치할 것이 아니라 국내업체에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해야 한다.


소각열이나 흡수식 히트펌프로 폐열을 회수해 열공급사에 판매하는 가격이 Mcal당 17원으로 너무 낮다. 발전사가 발전하고 복수기로 버리는 열을 판매하는 수열단가가 50원 이상인 점만 고려해도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미활용에너지를 회수해 공급하는 열단가가 발전사 보수기의 수열단가 이하라는 것은 미활용에너지를 최대한 회수해 석유와 가스수입을 줄여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정책으로 빠른 시기에 수정돼야 한다.


태양광의 발전요금은 높게 책정하면서 산업용 히트펌프에 의해 회수된 요금을 낮게 하는 것은 지극히 모순된 정책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활용에너지 활용을 경제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을 실행한다면 이미 수출이 확대되고 있는 흡수냉동기와 함께 흡수식 히트펌프도 세계시장에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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