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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철우 에너지硏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총괄

“알키미스트 히트펌프 프로젝트
글로벌 일류기술 확보하는 것”

히트펌프분야 난제인 카르노 효율 한계에 근접해 현재 증기압축식 히트펌프 효율을 2배 이상 향상시키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알미키미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노철우 박사를 만나봤다.  

■ 국내외 히트펌프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내 히트펌프산업은 업계의 지속적인 요소기술 성능 향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2018년 현재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산업생산력과 3조원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 달성으로 국가산업 전반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히트펌프기술의 성숙과 함께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공세는 국내 연관 산업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각종 부가기능이 융합되면서 히트펌프기술이 공기조화분야의 핵심기기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경쟁력은 히트펌프의 효율과 가격측면에서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혁신을 통해서만이 확보 가능하다. 

기존의 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히트펌프 사이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전이 요구된다. 정부의 이번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기획 방향에는 이러한 혁신 전략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된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기존 요소기술의 성능향상에 주로 집중하고 있는 국내 R&D 생태계에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바람을 이미 불러일으키고 있다. 

■ 기술변화를 평가한다면
최근 글로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변화 트렌드는 낮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갖는 냉매와 이를 적용한 고효율의 시스템 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냉매 제조와 생산, 물성에 대한 주도권이 글로벌 선진시장에 있어 지속적인 냉매규제 강화 기조에 우리나라는 신냉매를 탐색하고 이를 빨리 좇는 Fast Follow-Up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기술 측면에서는 최신 IoT기술과 접목이 두드러지는데 초기 개발비용이 낮아 선호되는 효율적인 전략이지만 중국과 인도의 신흥 IT 강국이 후발주자로 습득하기 쉬운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저가 센서의 글로벌 생산센터로 불리는 중국의 IoT기술 적용 트렌드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예상된다. 

이번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기술연연구원 컨소시움은 우리나라 히트펌프산업이 글로벌 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기술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현재까지 작은 결론은 기존 히트펌프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길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흡수식 시스템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자 시도하고 있다. 기존 흡수식 히트펌프기술에서 흡수제를 가열해 재생하는 방식을 벗어나 완전한 비가열식(non-heating)으로 바꾸는 기술을 통해 흡수식 시스템의 낮은 COP의 근본적 이유였던 ‘가열 에너지 투입량’을 1/10 수준까지 줄여 혁신적인 COP를 달성코자 한다.

■ 알키미스트 목표와 기존 기술의 차별성은
기존 흡수식 히트펌프는 압축일은 현저히 적게 들지만 기본적으로 대량의 열에너지를 소비해 흡수제 수용액을 재생시켜야 하는 과정에서 COP가 현저히 낮아진다. 증기압축식 히트펌프기술에서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흡수식 히트펌프기술에서도 열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열에너지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개선이 지속돼 왔다. 

우리 연구팀에서의 기술 접근은 열에너지 기반의 흡수제 수용액 재생을 완전한 비가열식으로 전환하는데 있다. 기본적으로 흡수제는 일종의 염(소금)으로서 이온전도도가 매우 높고 고농도의 이온이 다량으로 분산된 액체다. 흡수제 수용액 전체를 연소열 등으로 데우지 않고 염 이온만 핀셋으로 쏙쏙 분리해낼 수는 없을까라는 접근에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흡수제 수용액이 상온 수준에서 탈염 및 농축 분리될 수 있다면 카르노효율 측면에서는 사이클의 고온이 현저히 낮아져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카르노효율 한계 영역이 확장된다. COP 5~10% 향상이 아니라 2배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 과제 신청 시 중점을 둔 것은
알키미스트 과제에 있어 기존의 제시된 기술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에 기획의 주안점을 뒀다. 기술 확보 및 상용 가능성에 대해 기초 테스트 결과를 확보해 이론적인 접근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준비했다. 특히 기술의 아이디어를 국내 기업에 공개하고 멤버십기업 참여의향서를 받음으로써 우리의 기술 접근에 보다 객관적인 제3자의 검토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히트펌프분야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기초 테스트 결과와 이론적 배경 설명을 통해 해당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가능성 있음’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 참여기관의 역할은
에너지기술연구원 컨소시움은 △한온시스템 △월드이엔씨 △이노메디텍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로 구성돼 있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자동차공조회사로 증기압축식 히트펌프분야에서 상당한 양산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기동력 자동차로의 기술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 기술을 확보하고자 하는 열정이 강한 회사다. 월드이엔씨는 우리나라 흡수식 히트펌프분야 대표 제조사로 역시 신기술에 대한 탐색에 열의를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신기술 발굴을 위한 도전에 전혀 주저하지 않는 회사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를 신속히 결정해 줬다. 



이노메디텍은 국내 유일의 전기투석용 분리막과 시스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20여년간 해당분야에서 국산 재료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비가열식 재생기술의 핵심기술을 히트펌프분야에 적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다. 서울대학교(김민수 교수)는 비가열식 재생기술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초 테스트를 수행해 최적 운전변수를 마련하는데 집중한다. 한양대학교(곽노균 교수)에서는 마이크로 경계층 유동 원리를 이용해 고농도 흡수제의 신속 분리법을 개발하고 이를 히트펌프분야에 접목할 계획이다.

■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수주 의미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으로 기계공학과 화학공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관련 연구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히트펌프기술은 주로 열공학을 중심으로 한 기계공학 측면의 기술개발이 열정적으로 이뤄져 왔다. 

많은 기존 기술들이 개별분야에서 포화 및 성숙돼 가는 지금 이번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수주는 우리 연구원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혁신의 원천은 이종분야와의 새로운 접목 시도에서 출발한다.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기존의 공정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가 혁신의 출발일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과 새로운 생각, 기존 산업의 파괴와 신산업 등장에 기여하는 기술을 제안할 수 있는 우리 연구원이 될 수 있도록 그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 기대효과는
우리나라의 냉난방용 전력수요는 연간 5조6,000억원(냉방용 약 2조3,000억원, 난방용 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큰 산업이며 지속적인 절감이 요구되는 에너지 대량 소비처다. 국민 삶의 질 제고와 함께 향후에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건축물 단열기준 상향으로 난방용 에너지수요는 다소 감소하고 있으나 냉방용 수요는 연평균성장율 12% 수준으로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효율의 냉난방 에너지 기술개발은 산술적으로 상기 에너지수요에 상당하는 전력비용 및 1차 에너지 소비량을 직접적으로 절감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내연기관 및 전기동력 기반 자동차의 공조효율 2배 향상은 국내 연간 수송용 연료비용(22조9,000억원)의 5~7% 절감(연간 수송용 연료 1억3,200만리터 절감)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용도의 공조효율 2배 향상 가능 기술은 전기차 35만대 보급 시(2022년) 약 1만2,000가구의 연간 전력사용량 절감을 가능케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알키미스트 히트펌프 프로젝트는 글로벌 일류기술을 국내 산업이 확보토록 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및 국민 전반의 직접적 파급효과 측면에서도 시급히 또한 과감히 투자돼야 할 기술로 히트펌프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