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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소방겸용 공조댐퍼, 대공간 연기확산 ‘무방비’

댐퍼모터 설치·기밀성 확보 등 미비



국민들의 건강과 쾌적성을 위해 실내 온·습도, 공기질을 관리하는 공조설비가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 제어를 방해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하는 구조여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거실공간의 유독가스를 제어하는 제연설비 중 제연구역에 적절한 급·배기 풍량을 공급하기 위해 제연댐퍼가 설치된다. 최근 비용·시공성 이점에 따라 제연댐퍼가 대부분 공조·소방겸용으로 설치되고 있다.

문제는 소방·공조겸용 댐퍼가 유사 시 자동으로 기능이 전환되지 않거나 누기율이 높아 제연풍량 확보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제연설비 설치대상이 주로 사람들이 밀집하기 쉬운 다중이용시설 등 대형공간 위주로 지정된 점을 감안하면 질식에 의한 대형참사가 우려된다.

거실제연, 대공간 연기확산 방지 핵심
거실제연설비는 화재가 발생한 거실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안전하게 유도·배기해 건물 내에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한다. 주로 근생·위락·판매·숙박·터미널·철도·공항 등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이면서 지하층·무창층인 공간이 설치대상이다. 지하철, 지하상가, 쇼핑몰, 백화점, 영화관 등이 대부분 해당된다.

원칙적으로는 제연을 위한 소방설비를 공조용과 구분해 따로 설치해야 한다. 다만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조기를 화재안전기준의 제연설비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하고 공조설비가 화재 시 제연기능으로 자동전환되는 구조로 설치된 경우에는 소방설비 설치가 면제된다.

즉 공조설비로 제연풍량 확보가 가능하고 화재 시 제연기능으로 자동전환할 수 있으면 소방제연설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통상 이를 소방·공조겸용 설비로 지칭한다.


수동조작 VD, 제연풍량 ‘언밸런싱’
문제는 대부분의 현장에 적용된 소방·공조겸용 댐퍼가 제연설비로 자동전환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연풍량이 적절하게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조덕트에 주로 시공되는 볼륨댐퍼(VD: Volume Damper)는 수동으로 레버를 조작해 개폐율을 조정하는 기구적 방식이 대부분이다. VD를 자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댐퍼모터가 수만원대인 것에 비해 VD단가는 몇천원에 불과해 아직도 현장에는 VD단독으로 시공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준공심사 절차에서 소방이 설비보다 앞서기 때문에 소방준공허가를 위한 제연TAB를 공조TAB보다 먼저 진행한다. 이때 모든 VD를 완전개방·완전폐쇄해 풍량을 맞춘다. 이후 건축물 완공과 함께 진행하는 공조TAB 시 VD 개폐율을 조정하고 밸런스를 맞추게 된다.

즉 현재로서는 소방준공허가가 완료되고 공조TAB를 통해 VD의 개폐율을 변경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방TAB가 모두 맞지 않게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화재가 발생한 긴박한 상황에 천장에 올라가 수많은 VD를 일일이 제연풍량에 적합토록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제연밸런스 확보가 불가능하다.

거실제연시스템이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화재가 발생한 공간의 댐퍼는 완전히 개방하고 그 외 공간은 연기의 유입을 막기 위해 댐퍼를 완전히 폐쇄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제연설비 화재안전기준(NFSC 501)’에서 규정하는 풍량을 확보해야 제연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NFSC 501에 따르면 400㎡ 미만인 소규모거실은 5000CMH 이상이어야 하고 400㎡ 이상은 층고가 2m 이하이면 4만CMH, 3m를 초과하면 6만CMH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VD가 완전 개방·폐쇄되지 않았다면 그만큼 풍량을 확보할 수 없어 유사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MVD, 누기율·오작동 ‘문제’
다른 문제는 공조댐퍼의 품질·성능문제로 누기율, 오작동 등이다. VD에 댐퍼모터를 장착해 전동으로 개폐를 조작할 수 있는 MVD(Motorized Volume Damper)의 경우 화재를 감지하거나 방재실의 신호에 따라 제연댐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시중에서는 기밀성이 높은 에어타이트댐퍼가 부족하고 이와 같은 댐퍼들의 누기율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시스템 또는 방재실에서 폐쇄명령을 내리고 댐퍼가 닫히더라도 누기가 발생해 적절한 풍량확보에 실패하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업체 대부분이 누기율 시험을 하지 않았거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라며 “이에 따라 설계 시 명확한 풍량계산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 소방기술사도 “400㎡ 미만 거실공간은 5,000CMH 이상을 확보토록 하고 있지만 누기율을 고려할 경우 2.5배 이상 풍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설계안을 받는 발주처가 없기 때문에 누기율을 고려하지 않거나 과소계산해 요구풍량에 한참 못미치는 설계를 제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중 대부분의 제연댐퍼는 기동신호만 확인이 가능하고 복구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발생한다. 즉 개폐신호를 보내고 댐퍼가 이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정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기밀하게 닫혔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유사시 제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연기가 다른 공간으로 흘러들 우려가 있다. 또한 제연TAB 시에도 개폐명령 후 모든 댐퍼가 정상적으로 기동했다고 표시됐음에도 설계풍량이 나오지 않으면 모든 댐퍼를 작업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제품·솔루션·제도개선 필요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국내 건축시장 특성상 공조·소방 겸용댐퍼를 허용한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개별덕트방식을 활용할 경우 천장고 제한, 비용증가, 유지보수 부담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겸용으로 활용하더라도 법으로 규제하는 성능·기능을 만족하는 제품·솔루션이 보편화돼야 하고 이를 적절히 설계·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VD를 자동전환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교체 △댐퍼 기밀성 확보 △댐퍼 기동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적으로는 현재 제연TAB를 통한 소방준공허가 이후 공조TAB 시 VD개폐를 조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제연풍량 미확보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건물운영 단계에서 제연풍량을 정기적·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사후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건축주·발주처의 인식개선 또한 중요하다. 제연설비는 사실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용될 일이 없어 평상시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유사시 국민의 안전을 위한 비용투자인 만큼 제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으로의 교체·적용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