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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재원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

포스트코로나 다중시설 新 공조시스템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참여로 코로나19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알려진 코로나19의 주요 감염경로인 비말 및 접촉에 의한 감염뿐만 아니라 공기전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실내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충분한 환기가 코로나19 전파를 막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감염방지를 위한 충분한 환기량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시간당 실내 공기 전체가 신선한 외부 공기로 5~6회 이상 치환되는 환기량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지난 4월21일 브리핑에서 “창문을 1시간 열어 놓으면 전체 공기가 여섯 번 정도 완전히 교체된다”라며 “다섯 번만 전체 공기가 다 환기되면 코로나 바이러스 양이 10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속에서 방문하는 다중이용시설 중에는 지하에 위치(지하철역사, 지하상가 및 음식점 등)한 시설이 많다. 지상에 위치한 시설이라도 외부로 직접 연결된 개폐가능 한 창문 등이 매우 부족하거나 계절적 요인으로 창문개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연환기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낮추는데 충분한 환기량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설(백화점, 쇼핑몰, 극장 등)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들에는 기계환기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현행 관련 법규에 규정된 최소환기량을 만족시키는데 필요한 환기설비만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당 5회 이상의 매우 많은 환기량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또한 기존 공조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들에서 환기량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냉난방 에너지소비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에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물분야 에너지소비 절감 및 탄소배출 저감목표와 제로에너지건물 의무화 정책목표 달성에 있어 커다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에 한편에서는 현행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최소 환기량은 유지하면서 감염원이 존재하는 실내공기를 헤파(HEPA)필터나 자외선살균(UVGI)처리 등을 통해 정화시켜 실내에 재순환시키는 방안들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다중이용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시간당 5~6회의 환기량에 필적하는 양의 실내공기를 헤파필터나 자외선 살균기를 통해 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각계각층의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우리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건물 공조시스템분야 전문가들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다중이용이설 내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집단감염 위험에서 재실자들의 안전을 상시 확보할 수 있으면서 경제성 및 에너지성능도 우수한 새로운 공조시스템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실제로 검증된 기술들은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선택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외기공조시스템, 실간 교차오염 원천 차단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건물 공조시스템 관련해 앞으로 많은 새롭고 창의적인 대안들이 등장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최적의 솔루션이 필요한 다중이용시설에 한정한다면 100% 외기만을 처리해 냉난방을 공급하는 전외기공조시스템(HVAC system with 100% outdoor air) 기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은 2000년대 미국의 Mark Lentz라는 공조시스템 엔지니어가 ‘Regenerative Dual-Duct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후 미국 내 여러 초·중·고등학교 건물들의 공조시스템 리모델링에 적용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Mark Lentz가 제안한 시스템에 적용된 기술들을 바탕으로 전외기공조시스템이 제안된 바 있다(Kim et al., 2011). 전외기공조시스템은 100% 외기만으로 실내공기질 및 온열환경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식의 변풍량 공조시스템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측면에서는 기존 공조시스템과 경쟁이 가능하며 오염된 실내공기는 공조기 내에서 급기측으로 재순환되지 않고 100% 외부로 배출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심각한 호흡기 감염병 확산 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공조시스템을 통한 건물 내 실간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공조시스템에서는 급기풍량의 20% 정도만 환기목적으로 도입된 신선 외기이며 나머지 급기풍량의 80%는 실내에서 회수된 공기로서 에너지절약을 위해 이 두 공기를 혼합한 후 냉난방코일 등으로 처리해 실내에 급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외기공조시스템은 급기풍량 전체가 외기라는 점에서 기존 공조시스템의 5배에 해당되는 외기(즉 최소 필요환기량의 5배에 해당되는 외기)를 에너지소비 증가없이 처리해 건물에 공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공조시스템 기술로 매우 매력적이다.



전외기공조시스템이 외기만을 이용해 냉난방을 공급하면서도 기존 공조시스템과 경쟁이 가능한 에너지소비 특성을 나타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열교환 효율을 가진 간접식증발냉각기(Indirect evaporative cooler: IEC)를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접식증발냉각기는 일종의 air-to-air 열교환기로 여름철에는 실내에 공급될 1차측 공기를 물의 증발냉각효과를 이용해 냉각된 2차측 공기와 열교환시켜 1차측 공기의 엔탈피를 낮춤으로써 설정급기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냉각코일의 부하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2차측 공기로는 주어진 운전조건하에서 최대의 증발냉각효과를 얻기 위해 외기와 배기 중 습구온도가 낮은 공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한편 겨울철 운전 시 간접식증발냉각기는 2차측에 물을 분사하지 않고 건식으로 운전하게 되는데 이 경우 난방 중인 실내에서 배출된 2차측 공기로부터 현열을 회수해 1차측 공기에 전달함으로써 급기측의 난방부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봄과 가을 같은 중간기에 전외기공조시스템은 냉각코일 운전 없이 간접식증발냉각기 또는 직접식증발냉각기(direct evaporative cooler, DEC) 운전만으로 외기냉방(air-side economizer)이 가능한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관련 연구문헌(Kim et al. 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후조건에서 70% 이상 열교환효율을 가진 간접식증발냉각기가 전외기공조시스템에 사용될 경우 기존 변풍량 공조시스템과 같은 급기조건을 제공하면서도 매우 우수한 연간 운전에너지 절감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열비 감소 트렌드, 액체식 제습기술 적용 주목
현행 건축물 단열 및 기밀 성능기준이 제로에너지건물 의무화에 맞춰 더욱 강화되면서 건물의 공조부하 중 현열부하가 차지하는 비율(현열비)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잠열부하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따라 여름철의 경우 기존 공조시스템에서는 냉방성능보다 충분한 제습성능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습제 또는 제습수용액을 이용한 흡착제습기술을 적용해 하나의 공조시스템에서 잠열기능(제습)과 현열기능(냉방)을 서로 분리(decoupling)하는 방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전외기공조시스템의 경우도 현열비가 낮은 건물에 적용될 때 제습기능을 현열기능과 분리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는데 관련 연구문헌(Kim et al., 2015)에 따르면 기존 공조시스템에 비해 많은 양의 외기를 처리하는 전외기공조시스템의 경우 여러 제습방식 중 급기측 정압손실과 제습재의 재생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액체식 제습방식을 이용해 급기를 제습한 후 간접식 및 직접식 증발냉각기를 이용해 급기온도를 만족시키는 방안이 제안된 바 있다.

액체식제습에 사용가능한 제습수용액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국내·외 관련 문헌에서 공조시스템에 액체식 제습기술이 적용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30~40% 농도의 LiCl(Lithium Chloride) 수용액을 사용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액체식 제습기술이 적용될 경우 제습과정에서 묽어진 제습수용액의 농도를 적정수준으로 다시 높이기 위한 재생과정에서 열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기존 공조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에너지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습수용액의 재생에 소비되는 열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신재생 및 미활용 열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습수용액에 의한 공기오염원 제거 ‘효과’
액체식제습이 적용된 전외기공조시스템에서 LiCl 수용액과 같은 제습수용액의 기본적인 역할은 도입된 외기 중에 포함된 수분을 흡착해 제습하는 것이지만 관련 연구문헌(Park et al., 2017)에 따르면 제습수용액이 처리하는 공기 중에 포함된 다양한 크기의 입자상 오염원을 비롯해 생물학적 오염원(박테리아 및 곰팡이) 등의 제거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물론 액체식 제습시스템의 운전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입자상 오염원(particulate contaminant)의 경우 입경에 따라 2.5~5, 5~10, 10~25 등 3개 군으로 나누고 주어진 운전조건 하에서 액체식 제습에 의한 입자상 오염원 제거율을 측정한 결과 각각의 군별로 48.2%, 64.1%, 84.9%의 제거율을 나타냈다.

또한 제습 수용액에 의해 제습되는 공기 중에 포함된 박테리아 및 곰팡이와 같은 생물학적 오염원의 경우도 액체식 제습시스템 통과 전후 샘플링한 공기에서 해당 오염원들을 포집한 후 배양해 오염물 군집수를 비교한 결과 도입 공기 중에 포함된 박테리아는 77.5% 이상, 곰팡이의 경우는 38.8% 이상이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심각하던 시기에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바이러스예방통제연구소가 액체식 제습공조시스템에 사용되는 LiCl과 LiBr 혼합수용액의 SARS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를 실험한 바 있는데 관련 연구문헌(Zhang et al., 2004)에 의하면 수용액과 접촉한 SARS 바이러스는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사멸됐으며 해당 바이러스의 유전물질(single-stranded RNA)은 매우 불안정하게 됨을 관찰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한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수행한 연구결과(Slayzak et al., 2003)에 의하면 40% LiCl 수용액에 노출된 탄저균(B. anthracis)도 4~6시간 내에 사멸된다고 보고했다.

물론 액체식 제습시스템에 사용되는 LiCl이나 LiBr과 같은 제습수용액이 전외기공조시스템과 같은 건물 공조시스템에 적용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앞서 언급한 관련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보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는 다중이용시설을 위한 공조시스템 기술로 심도 있게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현재 우리가 건물에 적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공조시스템 기술은 큰 위기 때마다 크게 발전해 왔다. 1970~1980년대의 전 세계적인 에너지파동, 1990~2000년대의 기후변화 및 미세먼지 문제 등이 심각할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쉼 없이 발전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전 인류가 현세대 있어서는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감염병 위기에서도 우리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새로운 공조시스템 기술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그렇듯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나 기술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소 생소하고 어렵더라도 과감하게 새로운 기술들에 마음을 열어 간다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공조시스템 솔루션들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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