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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포스트코로나시대, 병원 음압설비·제도 개선점은

신종 감염병 대비 병원인프라 정비 모색해야
이동형 음압기·컨테이너·모듈러 병실 ‘주목’
민간병원 음압시설기준 명확화·세분화 필수



코로나19 백신보급이 가시화됨에 따라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종식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많은 관계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들이 주기적으로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사스, 메르스 등을 겪은 후 정부는 의료시설 및 관련기준을 정비하며 감염병 대응방안을 수립해왔기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그나마 수월한 대응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예상보다 심각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초기감염 확산세가 두드러졌고 안정됐나 싶다가도 재확산이 몇 번이나 되풀이됐다. 특히 중증환자를 위한 음압병실이 부족해질지경까지 이른 적도 있다.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로 확진자수 증가추이는 다시금 안정세로 접어들었으며 백신공급도 시작해 코로나19 종결이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닌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질병이 또다시 닥쳤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 병원인프라 및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병원 음압설비 및 기준 등을 알아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본다.



감염병 전문병원 확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은 질병관리본부의 시설 및 운영기준에 따라 2019년 기준 29개 병원에 161개 병실이 설치됐으며 구축비용과 운영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0개 이상의 병원을 신규로 지정해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의 예산지원을 받아 설립된 19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은 2015년 메르스 대유행 때 감염확산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 유입된 이후 확산된 코로나19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코로나19 환자가 격리치료를 받은 인천의료원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이러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만으로는 확진자의 격리 치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과 유사한 설비를 갖춘 긴급치료병상이나 이동형 음압기를 이용한 전담치료병원, 연수원 등을 활용한 생활치료센터 등이 긴급하게 설치·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고위험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보다 신종 감염병의 전문적인 관리와 치료를 위한 시설인 감염병전문병원은 2018년 선정된 호남권의 조선대병원을 시작으로 2020년 영남권의 양산부산대병원, 중부권의 순천향대병원이 선정돼 설치를 준비하고 있고 수도권에 추가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1~2개의 권역 감염병전문병원(30~40개 음압병상)을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음압외래, 음압수술실 등의 시설과 인력을 전문화, 고도화해 고위험 신종 감염병까지 대응할 수 있는 수준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추진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중앙 감염병전문병원이 설립되기 전까지 이들 권역 감염병전문병원들이 신종 감염병 관리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때 필요했던 음압병실을 기준으로 2017년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하도록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음압병실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초기투자비 및 유지관리비용 문제로 평소에는 일반병실로 사용하다가 음압병실로 전환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병실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지정치료병상 음압기준 확립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은 전용 부속화장실과 전실이 설치된 1인 병실로 유효면적 15m² 이상, 천장높이 2.4m 이상의 기밀구조로 이뤄져야 한다. 인터락 기능이 있는 자동슬라이딩 도어와 음압격리구역전용의 급·배기 설비를 갖춰야 하며 환기횟수는 6회/h 이상, 12회/h가 권장된다.

또한 재순환 냉난방장치 설치는 금지되며 내부 공기는 전량 헤파필터를 거쳐 배기돼야 하고 헤파필터 설치 시 누기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급배기설비 고장 시에도 연동제어로 음압을 유지하고 음압격리병실부터 단계적으로 실간차압 -2.5Pa 이상이 유지돼야 한다.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독립된 급·배수설비 및 독립된 폐수처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음압격리병상의 경우 지속적인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완벽한 의료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전실과 구역별 조닝은 물론 의료·관리자 구역과 병원을 구성하는 부대시설을 포함하므로 부지확보, 설계, 시공 등 건축적 개념이 포함돼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

일반병실·음압병실 전환시스템
부족한 음압병상을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주목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태에서 환자 수급증가에 따른 음압 격리병상 부족사태 발생 시 입원실을 긴급대안으로 사용해 의료인의 안전을 위한 조치인 이동형 음압기 설치 등이 임시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간단한 설치로 실간 차압을 형성해 격리병상을 만들 수 있는 이동형 음압기와 컨테이너 안에 음압시설, 병상, 화장실, 의료기기 등을 탑재해 고기능성을 강조한 컨테이너형 음압병동도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비상시 음압병실로 활용하다가도 평상시에는 일반병실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장에서 모듈, 덕트시설, 기기를 제조하고 현장에서 조립해 2~3주 안에 병원을 건설할 수 있는 모듈러형 병동도 눈에 띈다. 이는 단순 격리가 필요한 경증환자보다 자가호흡조차 어려운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의료진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ICU(Intensive Care Unit: 특수치료시설) 등 고도의 전문 의료시설을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압시스템 수요는 앞으로도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올해뿐만 아니라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코로나19가 감기와 같은 반복적인 유행성 질환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후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압시스템 수요지속 예상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 사태를 대비해 정확히 숫자로 음압병상의 수요를 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기존병원의 진료동선 및 프로토콜의 변경 △선별진료시스템의 보급확대 △생활 기반시설 내 비말전파방지시스템 개발 등으로 음압시스템이 필요한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성민기 세종대 교수는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호흡기 감염병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별로 상시준비체계가 갖춰지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2020년처럼 긴급하게 병상을 구축해야 하는 수요보다는 사전대응시스템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있어 각 병원 및 지자체별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음압병동으로 획일화된 구분이 아닌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확진자 △경증환자 △중증환자 △위중환자 등으로 등급을 분리해 이를 차별적으로 격리, 치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모든 시스템에는 음압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음압은 구성요소 중 하나이고 실제로 병실기능을 하는 다양한 요소가 투입된 ‘제대로 된 병실’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환기, 감염확산방지 최선
해외에서는 병원 외에도 학교를 비롯한 여러 다중이용시설에 고성능 헤파필터와 바이러스 살균기능이 적용된 이동형 음압기를 공기청정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인 쇼핑몰, 건물 로비, 영화관 등에 살균 및 공기청정을 목적으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냉난방공조협회(ASHRAE)는 최근 감염성 병원균에 대해 “감염입자의 확산경로를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공기흐름과 환기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감염확산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내 차압, 공기청정시스템, 온·습도제어 등 주요 감염관리 전략은 확실한 공기흐름을 갖춘 환기를 보장해 감염발생 근원지 주변의 실내공기가 희석되도록 함으로써 감염원을 제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ASHRAE는 “모든 시설에서 감염입자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최근 미국미생물학회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발표한 연구내용은 ‘공기 중 병원균의 전염을 줄이기 위한 실내공기질(IAQ)’에 대한 논의였다. 이전에 유행했던 사스 바이러스 연구결과 바이러스 입자크기는 약 0.004~1.0μm 사이로 바이러스가 타액을 통해 전염됨을 확인했고 2차 전염은 공기 중에 이동하는 미립자에 의한 호흡으로 전염됨을 확인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크기는 0.25~0.5μm 사이인 것으로 관찰됐다.

스테파니 테일러(Stephanie Taylor) 박사는 ‘정지된 공기에서 입자크기에 따른 침전시간’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10~100㎛의 큰 입자는 몇 초 만에 바닥으로 침전된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상대습도가 40~60%가 아닐 경우 큰 입자는 몇 초 안에 건조되고 1㎛ 이하로 작아져 실내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재실자가 호흡할 때 흡입돼 감염시킨다는 것이다.

휴고 리(YuguoLi) 홍콩대 교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일하는 곳에서 충분한 환기가 중요하다”라며 “천장을 향해 공기를 강제로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가져오는 적절한 환기는 바이러스양을 희석해 감염위험을 낮춰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내 오염원을 지속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환기 및 공기청정 수단의 보급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준 세밀화…정부지원 필수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과 관리지침’에 음압병실에 대한 건축, 기계, 전기설비 등에 대한 기준이 제시돼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대한 기준으로 국가지정 이외의 민간병원의 음압병상에 대한 공기조화, 위생설비에 대한 최소 및 세부기준 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음압병실은 초기투자 및 유지관리상의 경제성 문제로 정부지원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감염성 질환으로 현재까지 많은 시설투자가 이뤄졌으나 추후 더 많은 시설투자를 위한 좀더 세부적이고 명확한 기준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방역과 관련해 국내·외 시장은 의료적인 제품은 상당히 기대가 되나 범정부차원에서 해외시장의 수요예측과 △기술적 제품선정 △제품의 기술요소 개발, 생산, 디자인, 홍보 △해외 인증 등 수출상품으로의 적합성 등 다양한 형태의 연구개발 진출계획이 필요한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팬데믹 상황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체계적인 예측, 계획, 실행을 위해 범정부차원의 여러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개발된 여러가지 모델과 플랫폼이 상품과 연계돼 국제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K-방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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