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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고효율 펌프시스템, 국가 에너지절감 밑거름

국내시장 1조2,000억원 규모…빅3 40% 점유
고효율·내식성 등 펌프산업 트렌드 변화 가속
업계, “고효율인증 취지 공감…인증비용 부담”



펌프는 외부의 에너지와 압력을 통해 유체를 이동시키는 장치로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각 부분에서 다양한 크기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산업, 관개, 순환, 소방 등 다양한 사용처에 따라 터보형, 용적형, 특수형 등 적합한 펌프제품이 적용되고 있으며 펌프업계는 각 분야에 적합한 고성능·고효율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건물에는 이러한 펌프의 효율이 건축물 전체의 에너지사용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기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중요도를 인식해 정부는 건축물의 에너지사용 효율화를 위해 펌프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기기에 대한 고효율기자재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의 기술개발 및 고성능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펌프산업의 시장동향과 기술트렌드를 알아보고 에너지최적화 방안을 알아본다.

전 세계 에너지소비 20% 차지
글로벌 에너지사용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중 펌프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소비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효율펌프 기술의 발전은 에너지효율의 중대한 이정표를 세우는 역할을 했다.

펌프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세탁기나 냉장고보다 더 많고 이는 우리가 가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실사용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있으며 고효율펌프의 사용여부에 따라 전기요금 및 관리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겨울이 긴 유럽의 가정에서 쓰이는 10대의 순환펌프 중 9대의 순환펌프는 연식이 오래된 일반펌프다. 이러한 저효율 노후펌프를 고효율 순환펌프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9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것은 약 320억TW/h(1테라와트 = 1조와트)의 전기를 절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건설경기 회복 기대·소방법 개정 등 새바람
국내 전체 펌프시장은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40%를 점유하고 있는 윌로펌프, 한국그런포스펌프, 효성굿스프링스 등 대형 3사의 매출액이 연간 5,000여억원을 상회하고 있으며 나머지 60%는 대영파워펌프, 한일펌프 등 100여개에 이르는 국내기업들이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산 저가제품이 지속적으로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3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부스터펌프 시장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포기하고 중국산 부품을 도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품질문제로 인해 유지보수 등 부대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건설시장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소식에 따라 빠르면 올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분야 일이 준 것이 체감됐지만 올해 상반기 건설설계는 전년대비 20%가량 늘었다”라며 “하반기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내년쯤이면 건설경기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멈췄던 물량이 재개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펌프시장도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통해 주택공급을 발표하면서 건설산업의 큰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펌프업계도 이러한 변화 속에 발맞춰 끊임없이 질적향상을 도모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강화된 소방법도 소방용펌프의 시장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아파트, 건물에 설치된 펌프 및 스프링클러의 노후화에 따른 부식과 고착문제로 인해 대형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소방청은 2021년 1월 화재안전기준을 강화한 소방법(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임펠러는 청동 또는 스테인리스 등 부식에 강한 재질을 사용해야 하며 펌프축은 스테인리스 등 재질로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펌프업계도 규정에 맞는 펌프 출시에 노력을 기하고 있다.

또한 국내 펌프시장에서는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주철 펌프에서 내식성재질로 만든 수도용 펌프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 등으로 녹물에 대한 소비자불안이 커지고 있으나 정작 수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펌프는 여전히 부식가능성이 높은 주물펌프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법을 통해 수도용 펌프는 내식성 재질을 사용하도록 돼있다. 우리나라도 관련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해당사항에 대한 관리감독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업체, 설치업자도 내식성 펌프사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제작사들은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에너지전환, 성능경쟁 가속화
최근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를 사회전반으로 확산하는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연·생태계 보전 등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국가 발전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넷제로를 선언하고 저탄소경제 선도전략으로써 그린뉴딜을 제시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노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거래하는 분산에너지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독일이나 덴마크처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가 잉여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비전력부문간 결합을 도입하는 것을 참조해 다양한 지자체에 공급과잉 시 원격 출력제약이 가능한 자동제어 스마트인버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절감, 환경보호는 일상생활 속 제품을 넘어 설비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는 거대 조류다. 펌프의 소비전력 절감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펌프 소비전력절감 잠재력은 선진국보다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펌프기업들은 펌프성능의 초고효율화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유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설계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최적설계를 통해 제품 경량화를 실현하고 있다. 고효율펌프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흐름은 설비 제조업체에 탄소중립화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제품효율을 높여 에너지절감으로 탄소저감뿐만 아니라 콤팩트하고 배관재료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펌프패키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고효율인증, 비용부담 경감 요구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도는 국내에 고효율 펌프를 보급함으로써 에너지절감을 이루기 위해 마련된 인증제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효율이 향상된 펌프들이 시장에 보급되고 있다. 기존 인증기준에 현재시장에 보급되고 있는 제품들의 효율수준을 반영하기 위해 2018년 고효율인증 기술기준이 개정된 바 있다.

또한 지속적인 효율강화를 위해 제도 운영주체인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관련제조사들에게 고효율인증제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고효율인증제도에 포함된 품목들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 주기마다 효율기준을 조정하고 있으며 펌프품목 역시 포함된다”라며 “2021년 조정대상에 펌프가 포함되진 않았지만 업계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개선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효율제품 보급촉진을 위해 시장의 고효율 수준과 차이가 있는 펌프의 성능기준을 상향하는 제도의 취지에 업계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버터 운영환경을 고려해 내진동 시험기준을 완화하고 전동기 효율기준 상향에 따른 효율산정방법을 개선하는 부분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펌프업계의 한 관계자는 “펌프의 LCC 중 에너지비용이 무려 85%를 차지하고 있어 고효율펌프에 대한 중요성은 더 이상 제조사 간 경쟁력을 갖춘다는 의미를 넘어 에너지절감과 환경보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며 “성능기준과 관련해 제시한 효율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고효율인증제도를 만든 취지를 고려한다면 각 제조사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은 가장 큰 불만거리였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국가 에너지절감 및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해 효율기준이 현실을 반영해 조정돼야 하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지난 2018년 개정 시 인증취득 프로세스, 인증취득을 위한 기업참여 등 현실적 고려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채 펌프 전체 범위로 인증이 확대된 부분이 아쉽다”라며 “특히 펌프 각각의 모델에 대해 인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법규에서 규정하는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기존대비 적게는 몇 배 혹은 많게는 수십 배의 인증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