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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성호 국토교통부 서기관

손쉬운 건물에너지해석 ‘Energy#’ 개발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30 에너지신산업 육성전략에서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를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 시범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시브건축, 제로에너지건축 시 건물에너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PHPP, ECO2, e-BESS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혼재로 업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손쉽게 건물에너지해석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Energy#이 개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Energy#프로그램의 개발자인 배성호 국토교통부 서기관을 만나 Energy# 프로그램의 의미와 우리나라 제로에너지건축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Energy# 개발 계기는

몇 년 전 설비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단열이나 기밀과 같은 건물 자체의 건축적 요소만으로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대중에게 쉽게 소개한 패시브하우스 콘서트를 출간한 적 있다.

 

그 후 패시브하우스 콘서트에서 담지 못한 신재생에너지, 제로에너지주택을 다룬 책을 집필 중이었다. 제로에너지주택과 관련해 다양한 에너지해석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분석하다 보니 이들 프로그램이 사용하기도 어렵고 현실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IT와 건축을 동시에 전공한 경험을 살려 쉽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했고 개발하다 보니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사실 이 분야의 전문가나 설계나 시공 종사자가 아닌 국토교통부 공직자로 근무 하다 2013~2015년까지 국비유학을 가게 됐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건설(Sustainable Design and Construction) 석사과정 중 Energy# 개발을 시작해 처음엔 ISO 13790만 알면 큰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 상당했다. 1년 넘게 하루 14시간 이상 공부하고 코딩했고 한번은 개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근육통을 앓고 몇 날 며칠을 고생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개발한 Energy#은 지난해 봄 귀국 후 관련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년간의 기술 세미나를 거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Energy#이란

건물에너지해석 프로그램은 크게 다중존 대상의 동적해석 프로그램과 단일존 대상의 정적해석 프로그램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동적해석 프로그램은 공조설비가 주가되는 대형건물, 정적해석 프로그램은 건축공간이 주가 되는 중소형 건물이 타겟이다.

 

물론 비중으로 보면 정적해석 프로그램 이 월등히 높지만 시장의 이윤이 창출되는 곳은 동적해석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기에 대부분의 건물에너지해석 프로그램도 대형 건물, 다중 존 대상의 동적해석 방식을 채 용하고 있다.

 

하지만 Energy Plus, Trnsys 등으로 대표되는 이 방식은 계산 정밀도와 자유도 는 높은 반면 사용법이 굉장히 어렵고 사용 자에 따라 계산결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디테일한 계산이 필요한 주택과 5층 이하의 근생과 같은 중소규모 건축물 에는 잘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Energy#은 이런 부분들에 주목하고 차별화시키기 위해 고민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현재 블로그(blog.naver.com/ energysharp), 한국패시브건축협회 (www.phiko.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PHPP·ECO2Energy#을 비교한다면

단일 존 대상 정적 해석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 (PHI)에서 개발한 PHPP(Passive House Planning Package)가 있다. 수많은 사용자와 십여 년에 이르는 검증기간을 통해 높 은 신뢰도를 축적했지만 너무 어렵고 복잡 하다.

 

전직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30여개가 넘는 워크시트에 다소 불친절한 화면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여 Energy# 은 모든 입력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한 화면에서 입력과 동시에 결과확인을 할 수 있게 구현했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PHPPEnergy#을 접한 사람들은 “Energy#은 사용이 무척 간편하고 입력시간이 대폭 단축됐으며 여러 분석기 능을 통해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말을 주로 들었다. 복잡함과 단순명료함이 PHPPEnergy#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다.

 

또한 ECO2는 다중존 대상의 정적해석 프로그램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에 적용되는 공식 에너지해석 도구다. 하지만 일사·음영계산 등의 로직이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고 세밀한 변수 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시브·제로에너지하우스를 감안할 때 입력변수의 디테일이 떨어진다.


ECO2-OD(Office Design)도 단일 존을 대상으로 입력을 단순화시켰을 뿐 문제는 비슷하다. 더군다나 단일존의 중소형 건물과는 잘 맞지 않는 설비위주의 입력방식도 문제이며 단일 존 대상의 정적해석 툴로써 Energy#은 쉽고 편리하면서도 입력 과 결과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제로에너지정책과 연결 가능성은

Energy#ISO 13790 국제 기준을 준수한 프로그램이므로 국가의 인증 툴이 되 지 말란 법은 없다. 복수의 인증툴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기상데이터 표준화, 계산공식 공개 등 여러 가지 작업이 수반돼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복수 인증 툴을 허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춰 Energy#도 국가인증 툴로도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빠른 시일 내에 ECO2-OD의 파일포맷을 개방하도록 요청해 Energy#의 결과를 ECO2Export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 에서는 편리하게 Energy#을 이용하고 에너지총량 제출 시 ECO2-OD와 간편하게 연계할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 E성능 기준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조건, 바닥 난방을 기본으로 하는 생활양식 등을 고려해볼 때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난방성능을 기준으로 봤을 때 독일의 PHI가 제시하는 1당 연간 1.5리터(15kWh)의 실내등유를 사용하는 정도가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범위를 조금 더 넓히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3리터까지도 세미 패시브하우스로 포괄하면 어떨까 싶다. 정부에서도 Net Zero 에너지하우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레벨의 에너지성능기준을 고민하고 있다.

 

패시브건축의 기본도 지키지 않으면서 마치 완벽한 집인 것처럼 과도한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1.5리터 하우스에 미치지 못한다면 솔직하게 난방성능을 정량적 수치로 제시하고 세미 패시브하우스 또는 저에너지 주택 등의 용어를 사 용하는 방법이 있다. 건물의 소비자라 할 수 있는 건축주도 이 부분은 명확히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향후 계획은

적어도 올해 가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계산과 대안별 생애주기비용(LCC)의 비교 검토 기능을 추가하면 Energy#이 온전한 모습을 갖춘다. 개선사항과 함께 그간 적용 실적 등을 하반기에 Energy# 공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에너지 계산의 기본 이론과 Energy# 사용법을 매뉴얼 형태로 정리한 자립주택의 출간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한 Energy# 추후 버전에서는 Revit, SketchUp 등의 외부 툴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시도도 기획 중에 있다. 금전적인 이득이 생기지는 않지만 Energy#의 완성도를 위해 계속해서 주경야독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직자로서는 녹색건축, 스마트도시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 관련 R&D, 정책,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해보고 싶다.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빠른 시간 내에 아젠다 세팅을 할 수 있으며 관련 시장을 키우고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도 함께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그 건물에 살고 있는 국민이어야 하며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관련업계에 하고 싶은 말은

정부의 단열기준만 놓고 보면 2017년엔 이미 패시브수준에 근접하고 여기에 열교· 기밀기준이 보완된다면 패시브하우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필요한 에너지사용량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제로에너지하우스의 기본개념인데 생산해 야 할 에너지 자체를 크게 줄여 경제성을 올려주는 것이 바로 패시브하우스다.

 

결국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패시브하우스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단열, 열교, 기밀과 같은 건축의 기본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건물의 외관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공간과 성 능을 모두 신경 써야 할 때다.

 

2020년부터는 모든 공공건물을, 2025 년부터는 모든 건축물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의무화할 예정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며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앞으로 설비, 신재생에너지, BEMS 등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곧 정부는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하기에 발맞춰 나가려면 관련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는 중소건물보다는 대형건물의 제로에너지건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우리나라 대형건축물은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며 나머지는 중소건축물이다.

 

지금은 그늘에 있지만 중소건축물에 대 해 새로운 설비시장이 펼쳐질 것이다. 왜냐하면 제로에너지건축에 의무적으로 들어가 는 보일러, 에어컨을 제외한 핵심설비가 열 교환 환기설비인데 우리나라는 유럽, 미국 등 유수한 업체들에 비해 영세하지만 5~10년 이내에는 각광받을 것이다. 이제는 오피스보다 주택이나 주거공간에 더 집중될 것이라고 보고 관련업계는 이 새로운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 BEMS든 설비든 신재생에너지 또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