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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종림 삼신설계 대표

“실비정액가산방식 설계비 산정 중요”
기계설비 표준품셈, 현실적인 대가 반영
설계 충실화·발전 기여…국가경쟁력 향상

토목 등 다른 엔지니어링산업과 달리 기계설비설계산업은 발주처와 직접 계약이 아닌 대부분 주계약자의 하도급으로 설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설계업무에 대한 대가를 산출하는 방법에는 평당금액, 공사비비율, 실비정산가액방식 등이 있으며 현재 대부분 평당금액으로 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가의 합리적인 산정을 위해 설비정산가액방식을 이용한 대가산정방법을 이용하고자 기본이 되는 직접인건비 산출을 위한 품셈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내의 표준품셈관리센터 주관하에 엔지니어링사의 설계비 산정뿐만 아니라 발주처의 적정 설계비 산정을 위한 기계설비 표준품셈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품셈관리센터 초빙연구원으로서 기계설비 표준품셈 개발을 주도해 온 정종림 삼신설계 대표를 만나봤다.   

■ 기계설비설계산업을 평가한다면
사람이 살기위해서 꼭 필요한 3가지가 의식주다. 그중 주에 해당하는 건설산업에 한 분야를 담당하는 것이 기계설비설계다. 즉 꼭 필요한 산업분야인 것이다. 하나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자금, 설계, 시공, 감리 등 관련분야가 많으며 기계설비는 건물의 기능을 만족시키는 공조, 냉난방, 환기, 위생설비 등을 담당하는 분야다. 기계설비설계는 이러한 기계설비를 설계하는 업이다. 발주처로부터 직접 발주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도로, 교량 등의 토목분야와는 달리 대부분의 경우 설비설계사는 건축주(발주처)로부터 발주를 받은 건축설계사에서 하도를 받아 설비분야 설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건축설계사는 설계프로젝트를 일괄로 수주하고 기계, 전기, 토목, 구조 등 필요 엔지니어링분야를 선정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600여개의 설비 관련 엔지니어링사가 있으며 대부분 회사는 규모면에서나 수익성면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낮은 설계비(설계대가, 용역비)도 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쾌적하고 안전한 실내환경, 에너지절약, 저탄소 녹색성장,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시대적 요구를 생각하면 기계설비설계의 앞날이 실로 우려되는 현실이다.

■ 설비설계대가 산정의 현실은
설계업무에 대한 대가를 산출하는 방법에는 크게 평당단가법, 공사비비율, 실비정액가산방식 등 3가지가 있다. 평당단가법은 건축물의 종류와 면적에 따라 평당단가(건축 연면적당 단가)를 설정해 설계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며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그동안 경험으로 설비설계사가 수주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임의로 정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공사비비율에 의한 방법은 공사비대비 일정비율을 설계비로 산정하는 방식이며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그 적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에 의하면 설비분야는 도로분야에 적용토록 돼 있다.



실비정액가산방식은 투입되는 인건비를 기준으로 설계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노임단가는 매년 엔지니어링협회에서 발표하는 임금실태조사 결과를 적용하면 된다. 이 방식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설계분야에 적합한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 경우애 적용하고 있는 평당단가방식은 정확한 근거가 없으며 그동안의 경험치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적용단가가 그때그때 수주환경에 따라 임의로 변하는 단점이 있다. 공사비비율에 의한 방식은 합리적이라 생각되지만 현행 설계산업 구조상 건축물 전체의 공사비 중 정확한 기계설비분야의 공사비가 분리돼 공표되지 않는 관계로 적용이 아직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실비정액가산방식은 그동안 인건비 산정을 위한 기준 즉, 특정 용도의 특정 규모의 건축물을 설계할 때 설비설계자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적용하기 어려웠었는데 이번에 개정된 기계설비 표준품셈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 기계설비 표준품셈의 제개정 현황은
말 그대로 기계설비 표준품셈은 기계설비 관련 엔지니어링 활동에 대한 대가를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산정하기 위한 직접인건비를 산출할 수 있는 인원수 기준이다.

사실 기계설비 표준품셈은 2004년 처음 제정됐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번 개정작업에 참여한 필자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실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지만 무관심에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품셈관리기관으로 지정(2017년 12월)된 이후 협회 내 표준품셈관리센터를 두고 엔지니어링산업 각 분야의 품셈을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열 엔지니어링분야의 품셈을 제개정하고 있다. 즉, 여기서 제개정되는 표준품셈은 정부가 인정하는 공신력있는 품셈이 되는 것이다. 기계설비 설계사들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 대한설비설계협회(조춘식 전 회장, 변운섭 현 회장)를 주축으로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요청해 2번의 개정을 거쳐 이번에 기계설비 표준품셈을 만들게 됐다. 개정작업에 직접 참여해 수고해주신 엔지니어링협회, 설비설계사 여러분과 수많은 자료를 제공해 준 여러 설비설계사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현실성 있는 기계설비 표준품셈을 개정하려는 노력은 2018년도에 시작돼 2019년 3월에 공표됐다. 2020년 신규사업부터 적용됐으나 이때는 오피스(사무소)건물에 대한 기준만 마련돼 활용도가 극히 낮았다.

이에 따라 2021년 다양한 용도의 건물을 대상으로 다시 개정작업을 진행해 2022년 1월 공표되고 2023년 신규사업부터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기계설비 표준품셈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품셈이라 판단된다. 

■ 기계설비설계 표준품셈 내용은
현 기계설비 표준품셈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산업통상자원부 품셈관리 지정기관) 내 표준품셈관리센터 주관 하에 작성됐으며 기계설비 설계사의 설계비 산정시뿐만 아니라 발주처의 적정설계비 예산 산정을 위한 품셈이다.

기계설비 표준품셈 전문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의 엔지니어링 종합정보시스템(www.etis.or.kr)에 게시돼 있으며 실제 산정을 위한 계산툴도 엔지니어링 대가산정 서비스(www.engcost.or.kr)를 이용해 간편하게 산정할 수 있다.

내용은 크게 1장 총칙, 2장 기계설비 설계, 3장 건축물 성능 및 인증, 4장 기계설비 시뮬레이션으로 돼 있다.
먼저 총칙을 보면 이번 기계설비 표준품셈은 공공기관 발주시에 해당된다고 돼 있는데 이 품셈을 이용한 대가산정이 활성화되고 정착되면 민간부문으로도 확대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설계분야 품셈은 크게 공동주택설비 설계, 일반건축물설비 설계, 기계설비 VE설계로 나눠져 있으며 이번 개정에는 주로 공동주택과 일반건축물설비 설계분야를 중점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일반건축물 설비설계를 사례로 소개하면 투입인원수 산정기준에 환산계수, 보정계수를 곱해 직접인건비를 산출할 수 있다. 그 값을 기준으로 설계비를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산출할 수 있다.

기계설비 표준품셈을 적용해 설계비를 산정해 적정 설계비를 알아보고 각 설비설계사의 내부 상황 및 미처 표준품셈에 포함하지 못한 특수한 조건(해외설계 등)이나 기타 조건이 있다면 할인·할증율을 적용해 설계비를 확정하면 된다.



■ 표준품셈 개정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사항은
이번 개정 시 가장 중점을 뒀던 사항은 현실적인 설계대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인건비 기준이 되는 품셈을 현실성 있게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실제 현재 설계비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13개 설비설계사의 설계비 자료와 투입인원수를 알아보기 위해 6개사의 투입인원 자료를 제공받아 엔지니어링협회의 전문실무위원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작성했다.  엔지니어링협회의 전문실무위원은 통계 등 관련 분야에 정통한 인원으로 타분야 품셈작업 경험도 풍부한 전문가여서 실질적인 품셈개정의 주역이었다. 또한 사내자료를 제공해준 여러 설비설계사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여러 회사의 설계비 실적치를 통계처리해 면적별 환산계수, 용도별 건물 보정계수를 작성했으며 투입인원실적치로 품셈을 작성해 최대한 현실을 반영했다고 생각된다. 아직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는 완벽한 표준품셈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제는 이번 품셈을 이용해 대가를 산정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 표준품셈이 본격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는
이번 표준품셈을 이용해 현실적인 대가를 산정하고 실제 적용된다면 지금보다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설계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설계의 충실화와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실한 설계와 기술 발전으로 조금이라도 에너지절약과 미래에 대응한다면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표준품셈이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부분은 
먼저 우리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하던 평당단가로 설계비를 산정하는 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합리적이며 근거가 있는 인건비 베이스의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설계비를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 설계비를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강제규정은 없으나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이번 기계설비 표준품셈에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비를 만들고 견적서를 제출하는 것은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적정대가를 받고 우리업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업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동안 설비설계업을 지속해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최근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고자 여러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우리업계를 도와주지 않는다. 쉽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가 우리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해야 한다. 좋은 인재가 우리 업계에 입문해 실망하지 않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원 없이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