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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유럽 히트펌프 차세대 냉매 최종보스 ‘R290’

ISH, 2,025개사 출품·15만3,734명 참여
HP 위상·환기 개념 변화 등 트렌드 주목
LG전자·삼성전자, 첫 출품… 관심 집중




메쎄 프랑크푸르트가 주관한 ISH2023이 3월13일부터 17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개최됐다. ISH는 미국 AHR EXPO, 이탈리아 MCE, 중국 제냉전 등과 함께 세계 4대 냉난방공조 전시회로 꼽힌다. 그렇듯이 세계적인 HVACR의 최신 트렌드, 제품 등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개최했던 2021년과 비교해 규모 등 여러 면에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주최사인 메쎄 프랑크푸르트의 ISH2023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ISH2023에 출품한 기업은 총 2,025개사, 참관객은 154개국에서 총 15만3,734명이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직전 전시회인 2019년대비 각각 21%, 18% 줄어들었다. 

ISH2023도 코로나19 이후 열린 다른 분야 산업전시회가 보인 하락세가 비슷하게 반영된 것으로 아직까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메쎄 프랑크푸르트의 조사에 의하면 이번 ISH 2023 방문객의 94%가 방문목적을 달성했다고 답했으며 방문객의 96%가 전시 내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방문객의 52%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냉난방공조산업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히트펌프, 친환경 냉매 R290도 있지만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통합 냉난방공조시장 경쟁으로 볼 수 있다. 기존 난방의 중심이었던 보일러산업을 대표하는 ISH였지만 난방산업을 대표하는 제품군이 히트펌프로 바뀌면서 냉방 제품 위주로 여겼던 가전(에어컨) 대표기업들이 히트펌프를 무기로 ISH 전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동안 냉방위주 전시회였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MCE에만 출품했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이번 ISH 출품이 가장 큰 이슈였다.  

히트펌프, 차세대 에너지원 대체 ‘첨병’
LNG 국제시세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가격 급등이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위한 대안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의 경우 히트펌프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기열원을 지정한 유럽의 경우 히트펌프의 존재는 유럽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여 에너지가격 안정 등의 대안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한 후 이를 통해 실내 냉난방에 활용함으로써 기존 석탄원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효율에서도 큰 절약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유럽 각국에 보급되고 있는 히트펌프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난방은 그동안 보일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동안 ISH의 난방관(메인관)을 차지했던 보일러는 일부에 그쳤다. 이마저도 수소(H₂)보일러가 전시돼 있었으며 일부는 수소보일러와 히트펌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제품이 주를 이뤘다.   

유럽의 히트펌프는 공기열원을 이용한 Air to Water(ATW)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적은 냉매량으로 히트펌프를 가동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최소의 냉매량 사용은 바로 친환경 냉매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ISH 2023에서는 자연냉매로 통용되는 R290이 대세를 이뤘다. 그동안 ISH가 신기술·신제품 위주의 전시가 보편화된 경향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출시된 제품이 당장 상용화됐다고 볼 수 없지만 히트펌프의 차세대 냉매의 최종보스는 ‘R290’이라는 인식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출품한 대다수 히트펌프 제조사는 R290 냉매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품했다. 일부 R32 냉매를 적용한 제품도 있었다. 기존 R410A에서 R32, R290 등으로 전환되는 추세가 뚜렷했다. R290 자연냉매는 오존층 파괴지수(ODP)가 0,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으로 R32(GWP 750 이하)보다 환경친화인 냉매다. 

한 때 유럽의 보일러산업을 이끌었던 바일란트, 부더러스, 비스만, 보쉬 등은 이젠 전면에 내세우는 제품이 보일러가 아니라 히트펌프였다. 불과 4년 전만해도 메인 신제품 자리에 위치했던 가스보일러는 수소보일러로 대체되고 있었으며 히트펌프가 메인 신제품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R290 냉매를 적용한 히트펌프였다. R32 냉매를 적용한 제품 중 미쓰비시의 히트펌프 터보플러스가 눈에 띄였다. -25℃ 이하 온도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히트펌프의 대다수는 공기열원(AWHP) 방식으로 외부 공기에서 얻는 열에너지를 냉난방에 사용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다. 유럽에서는 공기열원을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는데도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LG전자는 고효율 냉난방시스템 ‘써마브이’를 출시했다. 써마브이는 외부에서 공기를 얻는 열에너지를 냉난방에 사용하는 공기열원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했다. 또한 유럽 ErP(Energy-related Products) 에너지등급 중 가장 높은 A+++를 충족한다. 

또한 디자인적인 부분도 달라졌다. 실내용 유닛의 경우 기존 천장형 에어컨처럼 부착되거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친화형 설계가 돋보였으며 실외용 유닛 역시 팬을 2개 이상 부착하거나 스탠드형으로 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VARMEKS사는 Varm BCP 히트펌프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는 실내 급탕용으로 개발됐다. 원통형 스탠드 디자인으로 인해 기존 설치된 탱크와 연결될 수 있으며 신속한 냉난방 효과는 물론 에너지효율과 적은 공간을 차지하는 장점 등이 두드러졌다. 또한 모든 히트펌프 시리즈에 팬을 2개 이상 설치한 히트펌프를 배치해 에너지효율을 부각시켰다.    

이번에 전시회에 출품된 히트펌프 대다수는 기존 대비 소음을 대폭 감소시켜 가동 시 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상업용과 함께 주거용 히트펌프도 많이 판매되다보니 소음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졌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EHS Mono HT Quiet’의 경우 최저 35dB 수준의 소음을 내는 것으로 이는 히트펌프 중 단연 으뜸가는 저소음 기술을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이번에 출시된 히트펌프는 최소 35dB에서 50dB 이하의 소음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히트펌프를 통해 열교환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 및 관리할 수 있는 자동관리시스템은 확실히 진보된 기술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과 유사하거나 혹은 BEMS에 편입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여겨진다. 원거리에서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환기 제품, 천장형‧무덕트‧화재대처 등 주요 트렌드 
히트펌프 외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분야는 환기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환기분야의 경우 실내 공기질 관리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욱 주목을 받는 환기분야는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실외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회수시스템과 황사나 미세먼지 등 실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의미하는 필터링 기능에 충실한 제품들이 대거 출시됐다. TROX는 위생, 유연성, 에너지효율 및 쉬운 유지보수 등에 특화된 X-CUBE X2를 선보였다. X-CUBE X2는 차세대 환기 유닛으로서 600~2만5,000m³/h에 이르는 대용량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데 특화돼 모든 공기 처리 과정에서 쓰일 수 있는 복합 유니트이다.  

또한 실내 화재상황에 대비한 실내 환기시스템도 다수 출품됐다. 학교, 병원, 공장 등 대규모 실내 공간에 대한 환기시스템의 경우 비상시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연기를 추출해 실내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화재와 같은 긴급상황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가능케 했다. 수동적인 환기가 아닌 적극적인 의미의 환기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systemair사가 출시한 화재안전 환기시스템의 경우 경량화된 디자인과 에너지효율 성능이 뛰어나며 연기 댐퍼는 CE 인증을 받았다. 
 
천장환기시스템의 본격화 역시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이번 전시회에서 눈에 띈 종합환기시스템을 솔루션으로 다룬 다수 기업들은 천장환기시스템을 통해 에너지절감과 동시에 공간친화형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komfovent사의 Domekt S는 작은 크기로 출시돼 쉽게 천장에 설치되는 환기 유닛으로 좁은 공간에도 장착 가능하다. 

무덕트 환기시스템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일부 환기 제품은 덕트가 없는 형태로 출시됐는데 이는 시공과 관리가 간편하고 설비를 위한 별도 공간이 필요없어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지하주차장이나 넓은 실내 공간 등의 한정된 장소에 설치가 용이하다. eneko는 무덕트 열회수 환기장치를 선보였다. 이는 덕트공사가 별로도 필요없으며 시공이 간편할뿐만 아니라 필요한 공간에만 설치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간별로 제어가 가능해 에너지절감에 탁월하며 필터 교환과 청소가 용이하다는 특징도 있다.
 
울프강 마진 메쎄 프랑크푸르트 회장은 전시회 마지막 날 발언을 통해 “이번 ISH는 우리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충족시켰으며 기후 보호 및 공급망 보안 등과 같은 인류가 당면한 도전을 마주한 시점에 왔다”라며 “냉난방공조산업은 현재 당면한 정치적인 요구사항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차기 ISH는 2025년 3월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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