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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겸 한국환기산업협회 회장




“거대기업들이 수많은 광고‧마케팅한 결과 수많은 국민들이 ‘공기청정’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내공기 오염원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해로울 수 있는 VOCS(휘발성 유해물질) ‧CO2‧바이러스 등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은 공기청정기로는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공기청정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국민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되므로 지금이라도 환기업계에 종사하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학자나 엔지니어, 언론기관, 보건복지부‧환경부 등이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환기산업은 국민 건강과 밀접한 산업으로 국민소득 증가와 더불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으로 인해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거주하므로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양질의 음식, 쾌적한 거주환경뿐만 아니라 환기산업계가 수행하는 미세먼지와 VOCs 등으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 방지도 중요하다. 

한국환기산업협회는 지난 2020년 4월20일 국내 업계에서 환기산업을 설비산업의 한 분야로만 여기고 에너지절약 위주의 기기 개발에 치중했으나 시대적 상황에 맞춰 예방의학과 환경관련산업으로 인식을 확장해 환기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설립됐다.    

2023년 2월23일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김학겸 초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김학겸 회장은 지난 3년간의 소회를 밝히는 한편 정보통신산업과 융합 등을 통한 환기산업의 변화를 주문했다. 초대 회장에 이어 2대 회장까지 연임에 성공한 김학겸 회장을 만나 환기산업 동향 및 발전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회장 연임 소감은

환기협회가 초창기라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기쁨보다는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기협회 임원들과 회원사 대표들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의 노고로 많은 일들을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들과 합심해서 환기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3년간 주요 성과와 아쉬운 점은

환기협회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각 기업들이 각개 전투식으로 환기업계의 문제점들을 들쑥날쑥 해결해 왔으나 지금은 환기협회가 중심이 돼 업계 공통애로사항을 취합해 질서정연하게 해결할 수 있어서 환기협회 창립 자체가 커다란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외 중요한 성과로는 2020년에 환경부와 환경공단이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준조세 성격인 ‘재활용 부과금 대상품목’으로 지정하며 매출액이 많은 힘펠 등 3개 업체에 대해 시범적으로 2018년도분부터 소급해 위 부과금을 징수했다.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 환기장치 제조업체들에게는 연차적으로 매년 총매출액의 0.3%를 재활용 부과금으로 징수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환기협회는 이의 위법성을 감사원에 감사청구했으며 그 결과 열회수형 환기장치가 ‘재활용 부과금 대상품목’에서 제외돼 국내 모든 환기장치 제조업체들이 준조세인 재활용 부과금을 납부하지 않게 됐다.

아쉬웠던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회원사간 대면(소통)이 어려웠던 것과 환기산업이 스마트화돼 가는 건설산업 동향 및 ‘탄소중립’ 관련 동향에 적극 부응하지 못한 점이다. 


⬛국내 환기산업에 대한 평가는

국내 환기산업은 2006년에 국토부에서 건축법규인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공동주택의 환기설비를 법제화한 후 실내공기질 개선에 효율적인 여러 종류의 환기설비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발주처인 건설사들이 성능보다는 가격에 방점을 두는 최저가 입찰로 인해 영세한 중소기업에 불과한 환기장치제조 전문업체들의 경영상태가 악화돼 양질의 제품개발과 보급에 한계가 있다. 

실내공기질관리는 거주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의학’분야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몸에 좋은 약을 복용하더라도 오염된 실내공기 속에서 생활하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에 따라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거주공간에 성능이 좋은 환기설비를 설치하고 유지관리를 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기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은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주공간에서의 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음식점 등의 소형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했는데 그간 업소나 관계 당국 등이 얼마나 실내공기질 관리를 소홀했는가를 알 수 있다. 


⬛공기청정기와 환기설비를 구분 못하는 문제점은

공기청정기는 가전제품(설비기기가 아님)으로 이를 생산‧판매하는 거대기업들의 ‘광고의 힘’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공기청정기라는 용어 자체가 지나친 과장광고라고 생각한다. 

가정이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기청정기라 칭하는 제품의 실상은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전기집진기’일 뿐이다. 


왜냐하면 ‘실내공기를 청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미세먼지‧CO2‧VOCS(휘발성 유해물질)‧코로나19와 같은 해로운 바이러스 등으로 오염된 실내공기를 주기적으로 실외로 배출하고 외부의 신선공기를 필터링해 실내로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라고 불리는 제품에는 먼지를 포집하는 필터가 내장돼 있지 오염된 실내공기를 실내‧외로 배출‧유입하는 환기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너무나 한심하지만 실내공기를 청정하게 만드는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히 환기설비이며 이는 전 세계 환기 전문가 누구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전기집진기에 불과한 제품의 이름을 공기청정기라고 지으며 거대기업들이 대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광고 마케팅한 결과 이제는 수많은 국민들이 공기청정기만 켜 놓으면 미세먼지 ‧ CO2‧VOCS(휘발성 유해물질)‧유해성 바이러스 등으로 오염된 실내공기가 청정해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예를 들면 공기청정기의 주요 기능은 실내의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집진 기능이므로 이를 사용할 때는 외부에서 미세먼지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문과 창문 등의 모든 문을 닫고 가동해야 한다.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실내공기 오염원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해로울 수 있는 VOCS(휘발성 유해물질)‧CO2‧바이러스 등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은 공기청정기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만일 미세먼지가 못 들어오도록 모든 문을 밀폐한 후 공기청정기를 장기간 계속해 가동하게 되면 환기(실내의 오염공기 배출 및 신선한 외부 공기를 필터링하여 실내로 유입)가 안돼 거주자는 결국 각종 암‧호흡기 질환‧신경장애‧두통‧코로나19 감염 등의 질환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위와 같이 공기청정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국민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되므로 지금이라도 환기업계에 종사하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학자나 엔지니어, 언론기관, 보건복지부‧환경부 등이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할 중요한 문제다.


⬛환기산업 활성화 방안은

환기산업이 정보통신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제어되고 Web과 App으로 통제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4차산업 혁명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에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미 국내 대형 건설사와 통신사들이 이미 앞다투어 월패드 + 음성인식 + AI가 일체화된 건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기설비도 시대에 발맞춰 이러한 제어나 통합모니터링 스마트 플랫폼에 들어가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올해 6월 개정될 국토부 고시 ‘녹색건축인증기준’에서 환기의 역할은

현재 ‘녹색건축 인증기준’은 탄소중립을 담아내기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미흡하다. 예를 들면 4, 3, 2, 1급으로 기준을 정함으로써 1급을 뛰어 넘는 고품질 제품은 만들 필요가 없게 돼 있다. 

이는 등급을 정한 목적이 퇴색돼 건설사들이 환기설비를 최저가 입찰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녹색건축 인증기준’의 개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환기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은 환기협회와 협의해 달라. 


⬛서울시의 국공립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필터교체 지원은

현재 서울시 관할 국‧공립 어린이집(약 1,800개) 전체에 공기청정기가 보급돼 있지만 그간 우리나라의 미래인 새싹들을 쾌적한 실내공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공부하며 뛰노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선 서울시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문제는 소위 공기청정기는 건축물 준공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환기설비가 아니며 사용자가 임의로 쓰고 싶으면 구매하고 사용하기 싫으면 사지 않아도 되는 가전제품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필터교체비용 80%를 매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환기설비는 국토부에서 관장하는 건축법규인 ‘건축물의 설비 등에 관한 규칙’에는 다중이용시설에도 환기설비를 설치하도록 돼 있으며 환경부에서 관장하는 ‘실내공기질관리법’에서도 일정규모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실내공기질을 의무적으로 유지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실내공기질 관리의 핵심기기인 환기설비에 대해서는 필터 교체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 두 기기에 대한 형평성과 서울시의 정책목표인 ESG경영에도 위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위와 관련해서 환기협회는 최근 서울시 주무부서에 건의문을 재발송했으며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소형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환기설비 의무화는

현재 환경부에서 관장하는 실내공기질 관리법규에는 일정 규모 이상 ‘비거주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 유지관리가 권장되고 있다. 이는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가 국민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으므로 향후 정부는 국민의 보건안전을 위해 소형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 설치 및 실내공기질 관리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 환기협회에서는 이미 2021년도부터 국회 보건복지 및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등을 상대로 소형 다중이용시설 환기설비설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 사업인 표준화‧R&D 세부 계획은

환기협회의 표준화 업무는 기술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연세대가 주관하고 있는 학교미세먼지사업단으로부터 ‘학교 교실용 기계환기설비 현장 시험방법’을 연구용역으로 수주받아 개발하고 있다. R&D는 국가 및 공공기관, 민간 등에서 발주하는 환기관련 각종 과제들을 환기협회가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서 수주할 계획이다.


⬛업계 및 정부 등에 당부할 말은

지금 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휴유증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장기간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 주택보급률은 이미 110%에 육박하며 고령화사회와 저출산시대에 접어들어서 환기설비의 주된 시장인 공동주택 건설도 과거와 같은 장밋빛 낙관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때에 우리 환기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양적 성장보다는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 및 편의성 제고, 관련 설비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환기산업도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리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환기업계 발전을 위한 길이다. 업계가 서로 협력하고 뭉쳐서 수출을 준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