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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제2 메르스 사태 막을 ‘병원공조’

의료시설 환기 설치·운영기준 급선무
메르스 사태, 공조·환기설비 중요성 부각
층별·구역별 조닝으로 원내감염 예방

2015년 대한민국은 메르스(*MERS)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불안과 공포에 빠지고 초기대응을 하지 못한 무능한 국가라는 큰 오점을 남겼다.


메르스 발생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의료기관의 부실한 환기시설이다. 최초 환자가 입원한 병원 병실은 미닫이 문에 에어컨만 있을 뿐 환기구, 배기구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비말 침이나 가래 등 입자가 큰 분비물로 인해 전염되기 쉬운 구조였다. 또한 원내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음압시설의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메르스 확산이 지속된 시기에 격리자로 지정된 사람은 1,300여명이지만 당시 보건복지부가 확보한 격리시설은 150여명 정도만 수용가능한 수준이었기에 야외에 임시로 천막격리실을 설치하는 등 열악한 모습을 보였다.


메르스 사태 시 문제됐던 의료시설을 포함한 많은 다중이용건물들은 실내공기환경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설비가 구비돼있지 않거나 시설을 있지만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운전을 하지 않아 실내공기를 악화시키고 감염확산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


이러한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 등 기계설비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병원 공조설비의 취약점이 밝혀짐으로써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 호흡기증후군) 중동지역의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주로 감염 환자가 발생해 ‘중동 호흡기증후군’으로 명명됐다. 2015년 5월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 뒤 총 186명이 감염됐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해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20.4%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같은 해 12월23일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산재된 의료시설환기 기준 통합관리 시급
국내에는 약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시설은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지만 공기조화 및 환기시설의 설계·시공·유지관리에 대한 기준이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아 지난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언제 또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의료시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기초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고 감염성 질병을 가진 보균자에 의한 원내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공기조화·환기설비에 관한 체계적인 기준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 의료시설 환기 및 실내공기질 관련 법체계는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에 산재돼있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의 환기량과 환기설비의 구조와 설치 등 일부 사항만 언급하고 있다.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적용범위, 유지기준, 실내공기질 측정방법 등 법 시행을 위한 일반적인 사항만 언급돼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과 ‘보건의료기본법’은 의료기관의 시설기준 및 규격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내공기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실 운영과 관리(안)’에서 공기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음압을 유지할 수 있는 공기조화·환기시스템을 갖추도록 명시했지만 의료시설 전체의 실내공기질과 감염방지 기준은 아니며 의료시설의 계획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의 공기조화·환기설비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계 부처별로 산재돼있는 의료시설 관련법규에 대한 통합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기술기준 제정 시 의료시설 각 병실 용도에 따른 공기조화설비의 온·습도, 외기이용, 조닝, 상대기압, 필터효율 등 세부 규정을 보완해야 하며 운영 및 유지관리에 대한 개선명령, 강제규정 등을 강화해 개선된 지침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의료시설 설비관련 법규가 수술실, 중환자실, 입원실 등 병실 용도별로 기준이 상세하게 구분돼있다. 미국은 CDC 및 ASHRAE 가이드라인을 통해 온습도에서부터 공조조닝, 외기환기량, 필터효율까지 상세히 기술돼 있으며 환기와 난방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와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설비적 방안 동시 고려 필수
고감염성 질병 환자에 대한 원내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선병원에서 감염병을 의심하고 격리시키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일선병원의 인식전환과 함께 의사 및 병원관계자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불특정다수와 마주칠 수 있는 대형병원에서는 호흡기 질환 및 감염병 의심환자들이 일반 환자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병원설계시부터 동선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사람이 사는 집도 단열, 기밀과 같은 패시브적인 요소를 갖춘 후 설비 등 엑티브적인 요소를 통해 보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적 요소와 설비적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비적 방법으로는 환자의 유형을 고려, 격리병실과 같이 병실, 화장실, 전실에 음압을 형성해 오염공기가 외부로 직배기될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하고 병실 종류별로 압력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환기시설에 대한 충분한 용량 설계가 필요한데 입원실이라 하더라도 간병, 문병 등 추가적인 인원을 고려해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병원공조, 원내감염방지 우선
일반건물 공조는 순수 냉난방이 우선되며 적당 환기량만 유지시켜도 인간이 생활하는 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에너지절감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은 방문 환자 및 병원관계자의 원내 감염방지를 위해 오염된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신선한 외기를 들이는 환기가 가장 중요하며 용도별·구역별 조닝 등을 위한 에너지비용 소모는 어느정도 감수해야 한다.


일반건물의 경우 총 공사비용 중 설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수준이지만 병원은 총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병원공조 설비는 냉열온과 온열온이 사계절 공존하고 있으며 향후 기능상·규모상의 변경이나 증설을 염두에 둬야한다. 다양하고 많은 소공간의 집합체인 건물이며 부문별·실별로 운영시간대가 다르다.


특히 일반건물과 달리 병원 내 감염방지를 위해 청정도별로 적절한 공조조닝이 따라야 하며 전정지시에도 서로 다른 존간에 공기혼합이나 역류가 없도록 설계돼야 한다. 복수층에 걸쳐 배치된 병실 등의 수직 덕트 계통의 운정정지 시굴뚝작용에 의해 공기가 이동하며 원내감염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