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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종성 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

“스마트시티, 세계는 뜨거운데 한국은 겨울”
韓, 2000년대까지 세계시장 주도…최근 5년간 역전
시민중심·수요자체감형 서비스로 전환해야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U-City사업을 통해 미래도시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좀처럼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방향이 신도시개발 중심으로 진행돼 소비자‧시민 체감형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고 결국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며 투자와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ICT기술과 인프라 강국인 대한민국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스마트시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안을 황종성 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에게 들어봤다.


■‘플랫폼으로서의 도시’ 개념은
스마트시티에 대해 수많은 정의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몇몇 학자들과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념을 제시했다.


지금의 도시는 하나의 기계(Machine)다. 도시가 있으면 그 안에 있는 하수도시설, 의료시스템, 건축물 등은 도시가 돌아가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했다. 그것도 각각 따로 놀아 서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 도시는 플랫폼(Platform)이 된다. 도시는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위해 존재한다. 도시 플랫폼위에서 도시의 각종 시설과 서비스들은 서로 융합하고 또 다른 새로운 서비스들이 태어나게 한다.


예를 들어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도시는 주차장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면 부지확보나 접근성 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무한정 늘리는 것도 곤란하다. 그러나 스마트시티는 주차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해 차량 수는 줄여간다. 주차장을 늘리지 않고도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에서 삶은 어떻게 다른가
휴대폰으로 예를 들자면 같은 스마트폰도 잘 쓰거나 못 쓰는 사람이 있듯 스마트시티 안에서 삶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시티가 잘 구현되면 시민들이 더 똑똑하게 살 수 있다.


스마트시티가 되면 개개인의 경험지능(Experiential Intelligence)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도시의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에 의존하는 사회로 바뀐다. 지능은 문제해결 능력을 말한다. 과거에는 개인이 경험과 지식을 쌓아 문제해결 역량을 키워야했지만 이제는 초보자도 사회적 인프라를 활용해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 역량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택시기사와 초보운전자를 비교해 보자. 런던택시기사는 ‘지식(The Knowledge)’이라는 자격시험을 본다. 런던지리시험으로 매우 어렵다. 런던에서 길을 찾는다면 이들이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초보운전자라도 런던택시기사 못지않게 길을 잘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가 가져다주는 최고의 이점은 시민 모두가 똑똑한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에 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자신의 꿈을 더 잘 이룰 수 있게 된다.


■스마트시티로 가지 않으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노후화된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혁신하지 않으면 각종 비용과 문제점을 감당하지 못하고 슬럼화 또는 붕괴될 수 있다.


도시가 팽창하는 이유는 규모가 클수록 GDP‧일자리‧임금 등 좋은 요소가 더 많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오염‧자원‧범죄‧교통문제 등 부정적인 요인도 함께 커진다. 도시가 무한정 팽창해 세계가 하나의 도시처럼 되지 않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는 혁신을 한다. 상하수도시스템이 개선되고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입체적도로가 건설된다. 혁신이 제때 뒷받침되지 못하면 도시가 성장의 비용을 못 이겨 붕괴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1990년대 유럽이 지속가능한 도시나 생태도시를 들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스마트시티는 한계에 봉착한 도시들이 스마트기술을 도시혁신에 접목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초기에는 독보적이었다. 세계에서 미래도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당시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했다. 1998년부터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등으로 전세계 ICT를 선도했다. 공간정보는 1995년 대구지하철공사장가스폭발 사고 이후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디지털 지도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2004년부터 U-City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당시 세계에서 한국만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고 실제 구축을 시도한 유일한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스마트시티 겨울(Smart City Winter)’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 기대를 모으다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쳐 외면 받았던 ‘인공지능 겨울’과 유사한 형태다. 인공지능은 겨울의 긴 터널을 벗어났지만 한국의 스마트시티는 2011년 이래 아직도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겨울이 찾아 온 이유는 너무 일찍 시작해서다. 기술적 한계로 후속사업이 지지부진해 졌다. 그래서 2008년 IBM사가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을 발표하는 등 외국에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시행할 때도 ‘해봤자 실패할 것’이라고 냉소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환경이 바뀌었고 스마트시티가 실현 가능한 시대가 됐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2014년 이후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U-City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강한데도 외국에 번번이 밀리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그리드를 시작할 때 외국은 스마트미터*까지 도입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같은 모바일서비스를 시작할 때 외국은 우버**, 무인택시까지 시도하고 있다. 업계나 기관에서 큰 각오를 갖고 국민적 사업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상 따라가기 어렵게 됐다.


*원격검침, 시간대별 계량이 가능한 전자식 전력량계.
**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연결하는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전략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도 결국 시민들에게 효용을 주어야 소비되는 상품이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민들의 삶을 좋게 만들어주는 좋은 상품이 돼야 한다. 그런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적용되는 부분을 찾아 구축을 해주고 나서야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예를 들어 실내지도가 있을 수 있다. 지리정보시스템에 실내지도까지 들어가고 모든 시설에 좌표까지 부여돼 이 데이터가 공유된다면 매우 강력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목적지를 찾는 생활적인 측면부터 공사발주‧수주 등 산업적인 측면까지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수요자중심의 스마트시티를 위해 두 가지 전제돼야 할 사항이 있다.


하나는 국내기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미 구글 등 선진기술과 우리의 기술 수준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법은 선진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먼저 개발한 다음 국내기술을 차근차근 개발시켜 선진기술을 따라잡는 것이다. 처음부터 국내기술로 싸워 이기려고 하면 벽에 막혀 한걸음도 못나갈 위험성이 높다.


다음은 도시혁신성을 높여야 한다. 도시혁신성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다. 정치적 리더십의 영역이면서 역동성, 사회신뢰 등 사회적자본의 영역이기도 하다.


서울이 그나마 세계적 스마트시티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대중교통시스템 덕이다. 교통카드를 만들고 교통체계를 연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하철‧버스 등 서로 다른 도메인을 통합하고 시민의 직접적인 편의를 고려한 것은 매우 창의적이었다.


결국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시민이다. 공급자중심으로 추진하더라도 아예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마트시티산업이 어떤 계기로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을지 분석해보면 역시 수요자중심이 답이다.


구글의 검색결과를 보면 한국 국민은 스마트시티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드라마‧아이돌 강국이 된 것도 국민들의 관심이 있어서이듯 스마트시티 강국이 되려면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 결국 도시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최종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려면 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똑똑한 도시를 만들어 공기‧안전‧일자리 등 여러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된다면 시민들의 관심에 불이 붙을 것이다. 그러면 산업 발전은 따라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