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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전문가 인터뷰] 김광우 서울대 건축공학과 교수

“복사냉난방 ISO, 대한민국 주도로 제정”
건물·설비 생애비용 고려 시 복사냉난방 ‘최적’



우리나라 복사냉난방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KS표준이 없다는 것이다. 표준은 그 시대의 기술기준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 표준이 단순히 한 나라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표준과 국내 표준을 부합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TC205 WG8의 Convenor를 담당하고 있는 김광우 서울대 교수는 복사냉난방시스템분야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김광우 교수 인터뷰를 통해 복사냉난방시스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복사냉난방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건물에서의 냉난방설비의 역할과 가치, 에너지저감에 대한 인식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 건물 내 재실자의 쾌적은 궁극적으로 건축설비의 역할에 의해 완성되며 쾌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건축설비 적용을 배제할 수가 없어 건물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은 건축설비에 의해 좌우된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하더라도 에너지를 쓰는 건축설비에서 에너지소비를 저감하지 않는다면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Passive House, Zero Energy Building은 그 달성 자체가 요원해 질 수 있다.


단위면적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건물에 적용되는 건축설비 비용도 고작 단위면적당 수십만원에 불과한 경우를 종종 본다. 건축주뿐만 아니라 시공주체도 건물 가치에 걸맞는 더 좋은 쾌적을 달성하면서도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 좋은 건축설비를 고작 단위면적당 수만원 비용 증가 때문에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기능이나 성능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건축설비를 최고급 건물에 적용하게 되는 꼴인데 이는 비싼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승용차에 들어가는 냉난방기기는 평범한 성능의 저렴한 기기를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건축주와 사용자 및 시공주체는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개선된 냉난방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시스템의 에너지성능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순히 초기투자비용만 고려한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건물과 설비의 전 생애비용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면 복사냉난방시스템은 경제적이면서도 높은 수준의 쾌적을 제공해주는 훌륭한 시스템으로 평가될 것이다.


복사냉난방시스템 적용은 초기단계에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성능이 확보되는 질 좋은 시스템이 공급돼야 한다. 도입 초기의 설비가 잦은 시행착오와 하자를 보인다면 건축주는 물론 시공주체도 해당 설비를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꺼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복사냉난방 설비 관련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개발 및 생산된 제품의 성능을 정확한 평가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초기 적용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처와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이행해 나간다면 앞으로는 시장이 반드시 크게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복사패널 등 핵심 기자재가 국산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 복사냉난방산업은 197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현대적 온수온돌난방 위주로 발전돼 왔으며 냉난방설비 개선 또한 우리나라의 오랜 생활관습으로 인해 바닥 복사난방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형태에 집중돼 왔다. 뿐만 아니라 복사냉방까지 통합된 복사냉난방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어서 해당 부분의 제품 개발에 대해 관련 기업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복사냉난방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관련 제품 개발과 생산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오래지않아 핵심 기자재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냉난방설비 개발 및 생산은 중소기업 주도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으며 복사냉난방산업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연구 및 제품 개선과 관련된 전문 인력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중소기업의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핵심 기자재 국산화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돼 관련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므로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이나 국가 지원 등을 통해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의 기후는 냉난방설비 운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부하조건을 포함하는 기후이므로 우리나라 냉난방설비 관련 기업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경험과 기술, 노하우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도 자신있게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역량이며 경쟁력이 될 것이다.


현재 복사냉난방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해외의 유수 기업들이 위치한 지역에는 대부분 중소규모의 주거건물이 주를 이루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대규모 주거건물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까다로운 주거건물용 설비를 대규모로 다년간 적용해 본 기술과 노하우는 또 다른 기술적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수요자의 수준과 요구는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그동안 다양하고 까다로운 수요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고려와 기술적인 대응으로 서비스해 온 경험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좋은 경쟁력이 될 것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제표준화 진행현황은


2006년부터 ISO의 건축환경설계 Task committee인 TC205에 속한 Work Group(WG) 8의 Convenor를 담당하고 있으며 WG에서 출판하는 국제표준의 project leader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우리나라 주거건물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온수온돌 난방방식인 구조체 매입형 습식 복사냉난방 시스템에 대해 6년간의 노력 끝에 ISO 11855를 발간했다. 당시에는 방열량 평가 실험 및 설계, 설치, 제어를 포함한 6개 Part의 표준을 제정했으며 그 결과 유럽표준인 EN 15377의 Part 1~5를 대체할 수 있었다.


현재는 Part 6인 제어 표준을 덴마크공대 올슨 교수(Bjarne W. Olesen, 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와 함께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Part로 에너지계산을 위한 입력 값에 대한 표준을 독일 드레스덴대학의 자이펠트 교수(Joachim Seifert, Dresden university of technology)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배관이 설치된 패널을 이용하는 건식 복사냉난방 패널시스템(ISO 18566)에 대해 역시 실험, 설계 및 제어를 포함한 6개 파트로 나눠 2012년부터 개발해 오고 있다.


2016년 7월에는 투표를 통해 Convenor직을 3년 연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WG 8의 Convenor로서 계속 활동할 예정이며 재임기간 동안 현재 진행하고 있는 표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ISO 18566 중 Part 1에서 4까지 현재 출판 바로 전 단계인 FDIS단계에 있으며 출판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 제정된 ISO의 국내표준화 추진 및 추가 아이템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으며 ISO 11855의 수정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는 온돌시스템인 바닥난방시스템이 우리 고유의 것이라 생각하나 복사냉난방의 관점에서 보는 국제적인 시각에서는 초기에 시작한 여러 나라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우리는 변변한 기준이나 표준 하나 없는 실정이었지만 지난 10년간 걸친 노력 끝에 복사냉난방 관련 ISO 기준을 대한민국 주도로 제정하게 됐다. 또한 지속적인 Convenor 역할을 맡고 있어 대한민국 주도로 개정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보람되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 국내 복사냉난방업계에 하고 싶은 말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냉난방설비 개발 및 생산은 주로 중소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최근의 경기침체로 인해 해당 기업들의 사정이 양호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 때문에 당장의 판매 및 시공 실적에 급급해 제품의 성능 개선과 발전에 대한 부분을 소홀히 한다면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되는 빈도는 자연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며 결국 기업에 큰 타격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관·산·학·연이 모두 힘을 합쳐 제대로 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한 개선으로 국제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사냉난방이라면 한국의 기술과 제품이 가장 우수해 모두가 한국을 떠올리고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온돌을 체험해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