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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장

“개방형 BEMS 플랫폼 시급”
의무화 앞서 소비자 권익 지켜야

국토교통부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KS 기반의 설계·시공·운영·관리 기술개발 및 실증’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은 연구단 과제 책임을 맡고 있다.


올해로 3차연도를 맞는 이 사업을 통해 기존 관리시스템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소비자 요구를 쉽게 반영하는 개방형 운영체계가 개발될 전망이다. 연구단을 이끄는 이태원 KICT 박사를 만나 개방된 BEMS 시장은 어떤 모습이 될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지를 들어봤다.


■BEMS정책에 대한 견해는
산업부와 국토부의 견해가 다른 것 같다. 산업부는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BEMS시장을 빨리 확대시키기 위해 의무화를 통한 수요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소비자편익 증진을 토대로 밑으로부터의 수요증대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AS(Building Automation System)는 설비운전상태 감시, 고장경보 발령, 단순제어기능 등 3가지 기능을 주로 수행하는 관리도구다. 관리자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이를 활용해 에너지절감이 가능하다. 다만 전문 관리자가 상주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이에 따라 전문관리자를 둘 수 있는 대형건축물은 이를 통한 에너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EMS필요성은 전문관리자를 둘 수 없는 중소형 건축물이 더 크다. 다양한 관제점에서 여러 가지 기기들의 모니터링은 물론 운전상태 분석으로 최적운영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만약 제어기능까지 수행한다면 일단 구축된 뒤에는 무인운전이 가능하거나 ICT전문성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스스로 에너지 이용 상황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운영방안을 제시하는 기능이 충분하지 못하고 관리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품수준보다 관리자 역량에 따라 성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를 위한 기술개발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현재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공급사가 일부 업체 시스템에 종속되는 현상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가 제공돼야 하는데 소수 글로벌 기업들이 소비자를 상대하는 구조로 돼있어 에너지절약과 실내환경개선 등 소비자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진행된 많은 연구개발 결과가 실용화 단계에서 장벽에 부딪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방형 운영체계를 만드는 게 공공부문의 몫이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민간부문이 소비자를 위한 디바이스나 소프트웨어들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할 때 기술의 진보가 가능하다.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확대될 것이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지금 관리시스템 시장은 소비자가 다수인데 공급자는 소수인 구조다. 극소수 글로벌 기업이 세계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다수의 소비자가 다수의 공급자가 만나는 완전경쟁 시장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기술개발이 가능하고 비용도 크게 절감될 수 있다.


또 지금과 같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관리시스템 운영체계로는 혁신적 기술개발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의 관리시스템은 예전의 이동전화와 같다. 구글이 스마트폰을 위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제시했을 때 노키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의 현실에 안주해 새로운 운영체계를 도외시하다가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


지금의 관리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위기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 환경규범 강화로 소비자 요구는 매우 다양해졌다. 건물마다 환경이 다르고 용도가 다르다. 같은 종류의 시설이라도 사용패턴이 다르다. 기존에 BAS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가 또 다른 형태의 관리시스템인 BEMS라는 형태로 반영된 것이다. 만약 BEMS 제품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의 배타적인 운영체계를 고집한다면 기술 진보와 산업발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연구단에서는 올해 안에 개방형 운영체계의 보급을 위한 기술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증을 위한 시범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개방형 운영체계가 도입되면 ICT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다양한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목록에서 검색하고 구매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개방형 운영체계 아래에서는 최소한의 규약만을 지키면 되는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가 자유롭게 등록될 수 있고 결국 다양한 제품과 소비자가 만날 수 있게 된다. 디바이스·소프트웨어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시장이 생긴다는 얘기다.



■ 개방형 BEMS 산업의 미래 모습은
의료산업으로 비유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의료산업 종사자 중에는 의사, 약사가 있고 제약회사, 의료장비회사들도 있다. 의사와 약사는 제약회사와 의료장비회사의 제품목록과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환자를 맞아 필요한 진단을 한 후 적합한 처방을 목록에서 찾아 제공한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환자의 병을 고칠 수 있다.


개방형 BEMS 운영체계는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업체는 제약회사, 하드웨어 업체는 의료장비 회사에 비유될 수 있다. 컨설턴트는 의사, 약사 역할을 하고 환자는 아픈 건물, 즉 에너지 과소비 건축물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공급업체는 운영체계의 라이브러리(Library)에 제품을 등록한다. 건물의 컨설턴트는 평소에는 마치 환자를 살피는 주치의처럼 적절하게 건강이 관리되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건축주가 의뢰하면 해당 건물을 정밀 진단해서 어디가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를 찾는다. 결과에 따라 라이브러리에서 적절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찾아 처방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한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전문직이 필요하다. 이들은 건물과 에너지 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설계·시공·운영·관리까지 건축물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 건물을 관리한다. 이 부분에 관한 한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소비자 옆에서 이익을 지켜주는 일종의 파수꾼이다.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융합형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당장 배출되기는 어렵다. 한 분야 전문가들도 생업에 바빠 사실상 다른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할 여력이 없다. 그렇더라도 특정 분야 종사자가 다른 분야까지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BEMS는 ICT 분야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문의에 해당하는 건물에너지 관리 전문가는 시스템 개발과 운영에서 배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시스템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충분치 않다. 건물에너지를 절감해 소비자 요구를 만족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지금 제품은 대개 일반인들도 생각하는 방안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의 손길이 환자, 즉 도움이 필요한 건물에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관리 전문가는 실제 특수한 상황, 구체적인 생활방식 등을 분석해 필요한 알고리즘을 제공할 수 있다. 에너지 관리 전문가가 디바이스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


한편 컨설턴트와 같은 새로운 종류의 인력은 지금 엔지니어나 기계실 또는 관리실에 배치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BEMS가 궁극적으로 무인운전이 가능한 시스템이 된다면 이 인력들의 재배치는 필연적이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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