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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최시영 아주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콜드체인 선행과제는 범위·기준 설정”

콜드체인은 여러 단계로 이뤄져있고 이러한 과정은 긴밀하게 연결된다. 콜드체인은 크게 저온운송과 저온보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저온수송은 각 단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물류는 운송, 보관, 포장, 하역, 유통가공 등 여러 과정 중 운송비의 비중이 70%로 가장 높지만 콜드체인 물류에서의 운송비는 30%로 낮아진다. 하지만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저온을 유지하는 콜드체인의 개념 안에서는 중요도가 결코 떨어진다고 말할 순 없다.


동부익스프레스, 한진그룹, 대한항공 등 물류분야에서 임원생활을 역임하고 현재 물류경영연구원 원장, 아주대학교 공학대학원 물류경영공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최시영 교수를 만나 저온수송을 중심으로 국내 콜드체인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콜드체인 전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콜드체인이 급속히 발전하기는 힘든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오를수록 콜드체인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삶의 질 향상과 음식물 폐기물억제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콜드체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국토 면적이 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다.


우리나라는 멀어야 450km가 수송거리지만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는 식품을 수천km를 운송해야 하고 소요되는 시간도 훨씬 길다. 이러한 국가들은 콜드체인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으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기에 절실함 면에서 우리보다 앞서있다. 또한 기후도 콜드체인 발전의 한 가지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식중독 등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낮다. 여름철 외의 기간에는 식품안전보다 맛과 폐기물이 문제이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지 못 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콜드체인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패하기 쉬운 축산, 수산분야는 철저한 관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성장에 따라 맛 있고 질좋은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콜드체인산업 필요성은 크다.


■ 국내 콜드체인 문제점은
콜드체인산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자료와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콜드체인 관련통계가 없어 단지 추정만 할 뿐이다.


저온수송분야도 마찬가지다. 국토부에 냉장차량으로 등록된 숫자로 저온유통물량을 계산할 수 있지만 실제로 냉동·냉장수송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콜드체인은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저온이 유지되는 것이 기본개념인데 실제로 밭에서 수확하자마자 품온을 제거하고 저온저장할 만한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납품업체들이 가공센터로 농산물을 가져오면 거기서부터 저온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 현장상황을 감안해 콜드체인의 개념을 다듬고 산업의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이 완성된 후에야 산업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과 성장방안이 나올 수 있다. 국내 콜드체인산업 규모는 보는 시각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단지 저온보관, 저온운송만 놓고 보면 4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냉동·냉장설비, 부자재 등 관련산업을 전부 포함하면 22조원으로 확대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콜드체인이 잘 구축돼 있느냐, 성장하고 있느냐를 논의하기 전에 명확한 범위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확한 통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콜드체인에서 가장 쉽게 소비자들의 눈에 띄는 곳이 대형마트다. 이러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사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잘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재래시장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공판장을 통한 유통이지만 이곳의 저온관리는 열악한 실정이다. 도매시장에서 상온에 노출된 식품들이 전국 식당과 소매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업체들의 인식부족도 한몫한다. 수도권 내에서 상품을 운송할 때 일어나는 온도변화는 무시할 정도이기 때문에 꼭 냉동·냉장수송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품목별온도관리가 안되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수·축)산물 이력추적관리제도는 생산자·유통업체·판매업체 등을 기록해 생산부터 판매단계까지 과정을 관리, 문제발생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제도다. 이러한 이력추적관리제도에 구간별 온도기록을 의무화한다면 온도관리를 위한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표준화문제도 지적된다. 냉동탑차 KS 표준은 KSR1049, KSR4051, KST1374가 있는데 KSR1049, KSR4051은 냉동탑차의 보냉성능과 관련됐지만 인증심사기준이 없다. KST1374는 현장에 전문 시험설비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못하며 테스트과정이 복잡하고 장비를 요청자가 준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냉동탑차 제조사가 21개가 있는데 21개 회사에서 만드는 냉동탑차의 성능이다 제각각이라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양철판을 뒤집어 씌운 것이나 폴리우레탄으로 만들거나 냉동탑차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좋은 재질로 고성능 냉동차량을 만들면 가격이 올라가니 더 안 팔린다는 점이다. 특히 냉동차량을 운전기사가 구입해야 하는 구조인데 비싼 제품을 살 이유가 없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콜드체인은 아직 글로벌 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영역이다. 이러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써의 역할도 기대된다.


■ 해결방안은
정부는 콜드체인 관련기준을 명확히 하고 자체적으로 설비도입이 어려운 산지, 재래시장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저온수송분야는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콜드체인산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콜드체인산업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에서 만들고 있는 ‘콜드체인 가이드북’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협회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콜드체인 단체표준(보관·운송) 마련에도 깊은 관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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