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커버스토리

[인터뷰] 이응신 명지대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

“빅데이터, 21세기 원유”
유체·급기·복사난방, DB 정제해 실험해야

이지하우스(EZ House)의 남은 과제는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의 운용과정에서 실증연구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적의 모델을 정립하는 일이다.


노원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연구단은 원격검침장비(AMI)를 설치해 세대별, 부하별 분리계측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8,000여종의 데이터가 1분 간격으로 측정되고 15분 단위로 적산돼 쌓인다. 121세대에서 실제 거주·생활하면서 쌓이기 때문에 기초자료로서 품질이 높다는 평가다. 제로에너지건축 모델을 정립해 나가기 위한 빅데이터 구축에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처리방법과 공개여부다. 어떻게 가공하는가에 따라 데이터가 빛을 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전반적인 제로에너지건축부문의 성장차원에서 데이터공유는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계획을 연구단에 소속된 이응신 명지대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에게 들었다.


■ 데이터 축적의 의미는
이지하우스에서는 8,000개의 노드에서 데이터가 쌓인다. 이를 원하는 조합으로 추출해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히트펌프 COP 산출량에 따라 히트펌프 제어를, 저탕조 데이터분석에 따라 저탕조 운영을, 실내온도 데이터에 따라 환기장치 운영을 적절하게 취할 수 있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이와 같은 것이 모두 경제적 이점을 가져온다.


데이터는 20세기의 원유와 같다. 원유는 그 자체로는 사용을 못한다. 그러나 휘발유, 경유 등 정제장치를 어떻게 하는가에 성격이 다른 기름으로 바뀌고 모두 각자의 값어치가 있다.


데이터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구단이 이 숫자를 설비, 건축자재 등 목적에 맞게 분석해낸다면 원유에서 고급 정제유가 쏟아지듯 중요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건물전체를 관리하거나 설비용량, 고효율 설비를 정하는 토대가 된다.


이것이 빅데이터다. 앞으로는 모니터링으로 나오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에 의해 건물과 설비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건물·설비시장도 빅데이터분야가 더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지하우스는 계측기와 같은 데이터 시추장비를 모두 설치했기 때문에 뽑아 쓰는 일만 남았다.



■ 빅데이터 공유계획은
기본적인 자료는 엑셀형태로 제작해 국토교통부, 노원구 등에 공개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빅데이터에 관한 표준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에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국제규격으로 ‘오빅스(oBIX: Open Building Information eXchange)’가 쓰이고 있다. 오빅스는 건물에너지 관련 데이터공유를 위한 오픈소스 규격이다. 이지하우스는 우선 말단부분을 오빅스로 설계했다.


그러나 연구단에서만 오빅스를 썼다고 모두 공유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에너지부문의 데이터도 포맷이 맞아야 하며 국가적으로 이를 사용해야 데이터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에서 자금을 투입해 전국의 AMI 데이터를 오빅스로 규격화하면 모든 건물의 에너지를 일괄적으로 관장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이지하우스 연구단에서는 보안, 개인정보보호, 지식재산권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계측포인트에서 계측량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다고 하면 입주자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쌓인다. 이것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면 개인 사생활이 노출된다.


침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건물에너지, 운영적 측면만 떼어낼 수 있다면 이를 구분해 국토부, 노원구에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 국가는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는 만큼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별개로 전문가들이 원하는 정보는 연구단 차원에서 가공작업을 거쳐 공개한다. 이는 미국의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미국표준기술연구소)에서 설립한 제로에너지주택처럼 매달 인터넷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까지는 독일의 기술표준인 DIN이 세계표준을 주도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NIST가 국제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NIST는 미국 메릴랜드 주에 ‘제로에너지 테스트 퍼실리티’를 2년 반째 운영하고 있다. 실제 사람이 거주하지는 않지만 4인 가족의 생활패턴대로 제어돼 일정 시간간격으로 세탁기, 식기세척기, TV 등이 가동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는 물론 설계·설비도면을 모두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지하우스도 설계·설비도면을 공개해야한다면 할 수 있지만 다소 문제가 복잡하다. 과제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국토부의 재산이면서도 저작권은 연구단을 주도하고 있는 ‘제드건축사사무소’가 갖고 있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




■ 설비업계에서 할 일은
첫째로 설비용량을 줄이는 연구가 필요하다. 설비가 유체 중에서 물을 이용하면 이를 돌리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상당히 들어간다. 단독주택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대규모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에 따라 설비동력을 줄이는 것이 제로에너지를 달성하는 데 키포인트가 된다.


설비동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에너지를 줄여야하기 때문에 배관시스템을 간소하게 해야 한다. 배관이 많을수록 유체가 많으며 이에 따라 설비동력이 추가로 소요돼 에너지가 손실된다.


또한 유체순환에 필요한 펌프의 양정·성능을 효율화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펌프가 온오프제어로 가동하지만 사실 부하에 따라 정확하게 제어해야만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인버터제어가 필요하다. 부하에 비례해 펌프에 에너지를 가하는 쪽으로 가야만 유체순환에 있어 에너지절약 방법이 될 것이다.


다만 설비동력을 줄이는 일은 한계가 있다. 원인은 우리나라의 급탕사용 특성에 있다. 에너지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유럽대비 1일 급탕사용량이 2~3배를 차지한다. 이는 온수를 사용하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온수 과소비를 줄여 급탕에너지를 줄인다면 설비동력 전체가 감소하게 된다. 가정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아무리 비싸게 구현하고 통합배관으로 효율화해도 급탕을 그만큼 많이 사용하면 에너지면에서 사실상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급탕 자체를 줄여야한다. 이에 따라 해법으로 국민적인 홍보와 캠페인이 필요해보이지만 사실상 쉽지는 않다.


둘째로 태양열 취득문제가 있다. 태양을 통한 유체의 열획득은 통상 80℃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가를 앞으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태양광발전은 모듈성능이 18~19%가 된다. 좋아봐야 20%다. 태양열은 효율이 최소 40%에서 많게는 8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열에너지사용이 목적이라면 태양광의 2배에서 4배까지 되는 셈이다. 히트펌프를 사용해 COP(성능계수) 3~4로 열에너지를 취득하는 것보다도 효과적이다.


다만 난방부문에서는 유체를 매개로 열에너지를 이용하면 본질적 해법이 되지 않는다. 유체는 비열이 높아 축열면에서 효과가 뛰어나지만 이는 누출·파손에 따른 유지보수, 설비동력에 따른 에너지소요 등의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급기난방도 우리나라 조건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독일 볼프강 파이스트 박사가 패시브하우스 개념을 정립했을 때 건축물성능을 높이면서 급기난방을 하는 1.5리터 하우스가 최적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이는 독일의 경우다.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겨울철 온도가 훨씬 낮다. 한국에서는 급기난방의 성능이 매우 좋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양주에 지어진 한 패시브하우스의 경우에도 급기난방 패시브하우스를 개념으로 만들어졌지만 전기히터 등 보조열원 없이는 쾌적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난방방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관습에 따라 바닥복사난방만 고려하고 있지만 열효율은 천장복사난방이 뛰어나다. 이는 냉방도 마찬가지다.


바닥복사난방을 하면 표면온도는 올라가지만 50cm 상부와는 5~6℃ 차가 발생해 쾌적상태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천장복사난방패널을 설치하면 천장·바닥표면 온도차가 1℃ 정도로 유지된다.


다만 유체, 급기, 복사 등 모든 난방방식도 앞으로 설비업계의 기술발전과 연구결과에 따라 여지는 있다고 본다. 설비업계는 바닥난방을 유지하면서 더 효율화 하느냐, 바닥난방을 포기하고 급기난방으로 하느냐, 바닥난방은 버리고 복사난방을 선택해 천장난방으로 하느냐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설비업계, 학계의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유체방식은 패시브하우스를 전제로 놓고 보면 비열의 장점이 있어서 매우 적은 열로 실내온도 제어가 가능할 수 있다. 또한 급기난방은 아직 실증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지하우스가 이 방식을 채택해 실험하며 향후 수년간 연구를 통해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연구개발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다시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로 회귀해야 한다. 즉 빅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분석해야 관련된 설비의 용량, 최적의 열에너지 투입량, 각 난방방식의 쾌적성 등이 산출될 수 있다.


결국 궁극적 건물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알파와 오메가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의 원유인 빅데이터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