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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호선 대한기계설비총연합회 선진화위원장(숭실대 교수)

“기계설비산업 4차 산업 접목 사활 걸어야”

4차 산업혁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3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나 싶더니 어느덧 다음 세대로의 체질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 눈앞에 현실화된 것은 명확하다. 또한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각 산업부문들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모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계설비산업이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결합해서 발전의 발판을 만들 것인가 혹은 시기를 놓쳐 영원히 뒤쳐질 것인가는 지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설비분야의 4차 산업혁명 대응방안을 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 기계설비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인 유호선 숭실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4차산업혁명이란
4차 산업혁명의 출발은 제조업에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자체는 지난해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언급됐지만 그 이전에 독일에서 최초로 ‘Industry 4.0’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1차 증기기관의 발명, 2차 대량생산, 3차 IT의 접목에 이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간 정보교환이 가능한 제조업의 완전 자동생산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Advenced Manufacturing System’과 일본에서 ‘4차 산업 국가대응방안 장기플랜’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산업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경제적인 영역 전반에 걸쳐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정체요인을 해결할 수 있는 Game changer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정책의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개념조차 명확하게 정의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 각 분야에서는 각자의 입장에 맞춰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개념은 초연결(Hyper Connected)와 초지능(Hyper Intelligent)에서 시작된다. 4차 산업혁명의 구성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AI, IoT, GPS, 3D Printing, AR, VR 등이 모두 초연결과 초지능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2차 산업혁명시대는 대량생산으로 고객이 제품에 기호를 맞춰야 했다. 3차 산업혁명에 와서야 고객니즈를 만족시키는 솔루션 제공 즉,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등장했으며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뛰어넘어 잠재한 문제를 예견하거나 수요를 예측해서 미리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문제도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역시 초연결, 초지능이 전제돼야 한다.

■ 4차 산업혁명시대, 기계설비분야는
그동안 진행된 산업혁명은 모두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4차 산업혁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광범위한 모든 영역을 다루는 것은 일단 제쳐두고 우리 기계설비산업만 놓고 본다고 해도 4차 산업혁명이 기계설비와 어떻게 접목될 것인가는 섣불리 단언하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면 기계설비산업이 가만히 있는데도 굉장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의 인식이 낮은 수준이다. 단순히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만 듣는 정도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기계설비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된 형태의 문건은 전혀 없다.

막연하게 ‘지금 뒤처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갖고 있다. 뭔가는 해야할 것 같다는 문제인식 단계이며 부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요소가 들어있는 단편적인 기술도입은 시작되고 있다.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이라 불리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축정보 모델) 등도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지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이라고 정의될 수는 없다.

모든 사조가 그렇듯 ‘오늘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다’라는 식의 구분은 맞지 않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새로운 기술들이 산업과 사회에 적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진행될 것이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부분적인 요소도입을 놓고 전면적인 시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초입이다 아니다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4차 산업혁명 요소를 기계설비산업에 접목시키지 못한다면 영원히 뒤쳐진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치열하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어떤 형태로든 진입해야 할 시기다.

■ 기계설비의 4차 산업혁명시대 적응 방안은
기계설비가 가지고 있는 기본 목적은 인간생활을 쾌적하게 해주고 제품생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물품보관, 유통 시 가치를 최대한 유지시키는 것이다. 또한 산업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일도 포함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설비가 감당했던 이러한 여러 기능들을 넘어서야 한다.

기존 기능은 당연히 유지하면서 에너지효율적이며 타 산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구성하고 손쉬운 유지관리, 실시간 연결 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이러한 기능은 앞서 언급한 초연결, 초지능에 의해 구현될 수 있다. 특히 단편적인 공정을 뛰어넘어 시스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건물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볼 수 있지만 도시 전체를 단위로 보는 스마트시티가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진행해온 것이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이다. 유럽연합이 머지 않은 미래에 구현하고자 하는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은 서멀그리드, 가스그리드, 일렉트릭그리드 등을 완전히 통합시켜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유럽 전체에 적용시키는 프로젝트다.

다양한 생활과 공급, 수요변동이 심한 대단위 지역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개념인 초연결, 초지능과 이에 파생되는 여러 요소기술들이 접목돼야 한다.

우리 기계설비분야에서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적 요소를 구현하기 쉬운 분야는 설계와 시공일 것이다. BIM을 활용한 설계나 VR, AR 등으로 시공 후 모습을 미리 구현해볼 수 있다. 각종 시공주체들이 모바일장치를 이용해 현재 공정을 공유한다든지 하는 수준은 이미 구현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계설비산업 내 이종업종간에도 경계를 허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말 그대로 초연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계설비산업은 기획단계서부터 설계, 커미셔닝, 기자재 제조, 시공, 운전 및 유지관리 등 벨류체인 간 너무도 세분화가 돼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요소인 초연결과 맞지 않고 초지능이 될 수도 없다.

이러한 벨류체인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 하나의 건물에 들어가는 시스템은 하나의 컨소시움이 맡는다든지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서 언제든 필요하면 열람할 수 있도록 연결성을 강화한다든지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신규 프로젝트에 우선 적용하기 쉽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 4차 산업혁명 요소를 가미해 개조,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