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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통합설계, 녹색건축 미래 달렸다

건축·설비·신재생 등 초기단계 참여
녹색건축 목표·소통…성능 ‘극대화’
국내 ‘보편적 기법’ 자리 잡아야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듯 어떤 산업분야도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다른 분야와 공존하고 협력해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최선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건축산업의 미래로 평가되는 녹색건축도 특정분야의 역할만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건축, 기계설비, 전기,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최적효율이 도출된다.

건축물의 환경부하를 낮추고 쾌적성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녹색건축물은 특정분야에서 최적의 설계를 했어도 다른 분야의 역할과 에너지절감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는 효율적 설계가 안 된다.

예컨대 건축구조적으로 패시브설계를 했다 하더라도 기계설비의 설치위치, 배관의 구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설비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최적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기밀하게 건축했는데 에어컨 배관을 고려하지 않아 벽을 뚫었다면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통합설계가 중요한 이유다. 건축물의 시작인 건축설계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야가 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 분야가 건축물의 설계초기단계부터 참여해 공동의 목표를 갖고 대안을 모색·수정해 나가는 통합설계는 녹색건축에서 필수적인 설계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IPD, 국내확산 ‘아직’
미국건축가협회(AIA)는 2000년대에 들면서 통합프로젝트수행방식(IPD: Integrated Project Delivery)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건축산업의 경쟁력 향상, 지속가능한 건축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A의 정의에 따르면 IPD는 사람·시스템·산업구조 전체를 통합하고 설계·조립·시공 전 단계에 걸쳐 모든 참여자의 재능과 통찰을 조화시키는 프로젝트 접근방식이다. 이를 통해 결과물의 최적화, 건축주가치 증대, 폐기물 감소, 효율극대화 등을 달성한다.

이에 대한 원칙으로 △상호존중 및 신뢰 △공동의 이익 및 보상 △의사결정 협력 △핵심 당사자의 초기단계 참여 △조기 목표설정 △열린 의사소통 등을 꼽고 있다.

당사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이익을 분배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게 한다. 또한 활발한 토론을 거쳐 각 단계, 대안마다 공동의 의사결정을 거치므로 최적의 안이 도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초기단계의 시간·비용·노력 투자가 증가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체 단계에서 설계변경 소요와 의견충돌 및 조율과정이 줄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품질면에서 더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IPD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투입되는 비용이 높고 과정이 복잡한데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IPD를 이용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정부 또는 연구기관에서 주도한 공공건물, 시범사업, 실증사업으로 추진됐다.

일례로 지난 2011년 국토교통부의 ‘시장수요기반 신축건축물 녹색화 확산연구’에 따라 연세대학교와 포스코A&C에서 참여해 한국형 IPD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

기존 IPD개념에 시공 및 운영·관리 단계를 강화했으며 각 단계마다 참여자와 과업을 명확히 제시해 IPD수행을 돕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 그린빌딩이 건축되기도 했지만 민간차원에서의 자발적인 시도가 폭넓게 시도되지는 못하고 있다.



삼양 연구시설, IDP 적용
다만 이와 유사한 통합설계는 민간차원에서도 점차 시도되고 있다. 통합설계프로세스(IDP: Integrated Design Process)는 시공·운영단계보다 설계단계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이다. IPD와 유사하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설계 초기단계부터 참여해 최적의 대안을 도출한다.

오는 15일 개최되는 ‘2017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할 ‘삼양 디스커버리 센터’는 IDP로 건축됐다.

계획초기단계부터 ‘녹색건축 최우수등급 및 LEED Gold등급’을 획득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요소기술, 디테일을 반영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이 건축물은 5,700여㎡ 대지에 연면적 4만4,900여㎡ 규모로 건축됐으며 정림건축에서 설계책임을 맡았다.

통상적인 설계과정에서 단계별로 형태·디자인, 구조·안전, 기능·효율 등 측면을 고려한 뒤 지속가능성을 덧칠하는 개념이었다면 삼양 디스커버리 센터는 모든 단계에서 각 요소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고려했다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아트리움의 경우 초기 매스모델 검토단계에서부터 면밀히 검토됐다. 중정형태의 건축물이 갖는 과도한 외피면적을 줄이고 빛은 유입시켰으며 열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조직과 친환경전문조직이 지속적인 논의와 검증을 거쳐 디자인이 완성됐다.

설비측면에서도 정림건축과 설비설계·공조기업체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했다. 특히 해당 건물은 연구시설로서 오염물질의 배출과 에너지효율적인 환기시스템이 중요한 부분으로 고려됐다.

통상 화학물질로 실험 등을 하는 연구시설에서는 교차오염문제 때문에 배기되는 공기를 전부 버린다. 이럴 경우 내부의 열도 모두 배출되기 때문에 에너지측면에서는 손실이 크다.

또한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열교환방식이 투입돼야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외기와 배기가 직접 맞닿지 않는 현열교환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 건축물은 전열교환으로 효율을 높이면서도 오염물질을 모두 배출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참여해 많은 기술검토과정을 거쳐 제품을 검증하고 설치했다.

해당 전열교환기에는 오염물질 분자보다 작은 미세한 구멍을 지닌 흡착제가 코팅돼 열을 교환하면서도 교차오염을 방지했다. 또한 전열교환효율도 75% 이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이 프로젝트가 건축주의 의지에 따라 높은 수준의 녹색건축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초기 투자부담을 감수하고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사례여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건축주와 전문가들이 기본계획부터 협의해 추진한 결과 에너지성능지표(EPI) 97점, 녹색건축 최우수 등급, LEED Gold 등급을 획득하게 됐다.

이번 녹색건축한마당에서는 건축주의 녹색건축 의지와 통합설계를 통해 프로젝트가 이뤄진 측면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사례가 확산돼 통합설계를 적용한 탄탄한 기반의 녹색건축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