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스페셜리포트

[인터뷰] 이기완 대한건축사협회 녹색에너지위원장

“통합설계, 분야별 지식연계”
G-SEED ID 초기단계 설계참여 시 가점

녹색건축은 기존 건축물에 무늬만 녹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에너지절약적인 녹색건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초기단계부터 모든 관계자들이 협력하는 ‘통합설계프로세스’의 개념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건축설계에서 건축주, 건축사와 함께 기계설비, 전기, 구조, 조경, 신재생 등 모든 분야가 함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모든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설계 기법이다.

올해부터 녹색건축물인증제도(G-SEED)에는 통합설계와 혁신적 설계가 반영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G-SEED 전문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기완 대한건축사협회 녹색에너지위원장을 만나 녹색건축을 위한 설계방향 및 기법에 대해 들었다.

■ 통합설계프로세스란
건축사가 녹색건축물을 혼자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전기, 구조, 조경분야 전문가, 관련 엔지니어와 건축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협업체계로 이뤄지는 설계를 말한다.

현재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설계방식은 건축사가 설계안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기계설비나 신재생에너지설비 등이 이에 맞춰 뒤따라 설계한다.

이에 따라 건축사 외에 다른 분야들은 보조역할을 맡게 되는 한편 기계설비를 고려하지 않은 건축설계, 또는 건축설계를 고려하지 않은 설비설계 등이 이뤄진다.

예컨대 창이 많은 위치에도 어두운 곳과 동일한 조명이 들어가거나 비난방공간을 남측에 배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조명과 난방부하측면에서 낭비가 된다. 관련분야가 상호 교류한다면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해 조명·난방부하 등을 줄임으로써 설비비와 에너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외주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용역대금지급 지연 등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통합설계는 건축물의 기틀을 짜는 건축사와 함께 설비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들이 참여자로서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각자의 전문지식을 전달,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대안을 개발하게 된다.

개발된 대안은 설정된 목표와 비교검증해서 재발전시키는 설계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때 각 실무설계단계별 녹색건축 설계를 위한 계획요소·설계기법·요소기술·시스템·사례 등을 포함한 설계지침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건축물의 근본적인 친환경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녹색건축의 기본 3원칙은 △자연과의 조화 △건강과 쾌적성 △환경부하 저감이다. 이것이 설계기법으로 구체화되면 △도시적 계획요소 △환경생태적 계획요소 △건축·공학적 계획요소가 되는데 이 모든 것을 건축사 혼자 결정할 수 없다.

통합설계에서는 목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지식이 결합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녹색건축의 근본적인 철학과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 비용문제가 지적되는데
현재 건축물의 생애주기비용(LCC: Life Cycle Cost)으로 보면 설계가 0.4%, 시공이 15.9%를 차지해 비중이 작은 반면 운영·유지관리 시 83.3%라는 높은 비중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유지관리 비용은 결국 건축주가 평생에 걸쳐 부담하게 되는 것인데 설계와 감리, 시공 등 초기단계에 적정한 비용투자를 하게 된다면 이 비중과 총량이 모두 줄어들 수 있다.

전체 LCC를 줄이기 위해 초기에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이것이 각 사업주체에 적절히 배분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설계 구조에서는 기존 갑을관계와 달리 진정한 협업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건축주가 지불한 비용을 동시에 배분해 협업관계자가 공생함으로써 저가설계·시공의 저비용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는 한편 건축주가 비용측면에서 장기적 관점의 인식을 갖도록 개선할 수 있다.

■ 통합설계가 잘 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건축주와 전문가·실무자의 의지다. 현실적인 문제인데 비용을 실질적으로 지불하는 건축주가 개인, 인간, 환경에 좋은 건축물을 짓겠다는 의지를 갖고 접근해야 하며 기본적인 녹색건축 설계, 기술,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각계에서 교육활동, 홍보활동을 통해 인식을 확산시키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무자들의 의지역시 중요하다. 저가경쟁이 시장을 지배하더라도 그것을 개선해야 하며 이 상황을 핑계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건축사, 기술사 등 업계종사자들은 단순히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프로젝트가 시대적·사회적·환경적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야 하는 소명이 있다. 사실 녹색건축분야는 설계 및 관련 엔지니어링의 비용대비 수익이 적고 구현하기도 어려워 신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각 실무자와 전문가들은 관련분야의 깊은 지식과 이해를 갖고 끊임없이 건축주, 일반인들을 설득하고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둘째로 모든 주체가 모여 상호분야를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

각자가 자신의 분야만 알고 있다면 자신의 분야를 변경했을 때 다른 분야에서 효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다른 분야 설계를 어떻게 변경해야 자신의 분야에서 친환경성이 확보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없다.

예컨대 건축물 폐기에 따른 환경부담을 줄이는 장수명건축물에서는 30~40년이 지난 후 매립된 덕트의 수리가 용이하도록 해당부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설계가 필요하다. 이 경우 구조 및 설비기술사가 상호 지식과 이해를 가져야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 제도적 뒷받침은
G-SEED에 통합설계 시 가점을 부여하는 내용이 추진된다. 올해부터 G-SEED 전문가(ID: Integrated Designer)가 초기설계단계에 참여해 통합설계를 수행하면 가산점 1점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은 관련분야 전문가 및 일반인도 수료할 수 있지만 가점인정은 전문가만 가능하다.

올해는 건축사 및 건축사사무소 소속직원, 기계·전기분야 전문기술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점차 확대된다. 2018년에는 전문기술사 및 소속직원을, 2019년에는 구조·시공·토목·조경분야 등 관련 전문기술사를 포함하도록 인정범위가 넓어진다.

이에 따라 향후 각 분야 기술사들이 설계단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만약 건축사가 G-SEED ID가 아니고 각 분야 기술사가 자격을 획득했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생기게 된다.

현재는 제도초기단계이기 때문에 40시간 교육 후 소정의 평가를 거쳐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2020년부터는 기준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G-SEED에는 평가항목에 반영되지 않은 혁신적인 녹색건축 설계가 도입될 경우 이를 판단하기 위한 심의기구를 두고 있다. 이는 비정량화된 창의적인 친환경설계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다.

다만 아직 권고사항이고 시장에서의 자발적 참여 및 활성화를 기대하는 만큼 의무화 등 제도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병든 지구뿐만 아니라 우리의 도시와 건축도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녹색도시와 녹색건축이 그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와 같은 시기에 ‘신기후변화체제’가 ‘신기회변화체제’가 되도록 기존의 방법, 고정관념, 관습을 버리고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