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직무대행 정준화, KICT) 지반연구소의 이주형 박사 연구팀이 붕괴구조물의 고립인명을 구호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KICT는 지난 17일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건설연 SOC실증연구센터에서 소방청 산하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단 인명구호팀과 함께 기술실증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개발된 긴급 인명구조기술은 드론·공간정보·정밀굴착·굴진(掘進)관리기술 등 건설연이 보유한 첨단 기술들을 활용해 4단계의 임무를 실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1차적으로 매몰자 생존 골든타임인 초기 72시간의 안전 및 생명선을 확보한 후 일주일 내에 최종 구조한다.

드릴링을 통한 구조기술 자체는 2010년 칠레 광산매몰사고 등에서 개념적으로 선보였지만 구조적으로 복잡한 건물 및 시설물 붕괴사고의 첨단구조기술개발은 세계최초다.

최근 경주·포항 지진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노후 시설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많아 건물붕괴 시 고립된 인명을 신속·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관심이 높을 전망이다.

특히 도심에 노후건물이 많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는 강진이 발생할 경우 붕괴사고로 인한 대형 재난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건물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경우는 30%에 불과하며 공항과 철도 등 공공시설물 내진설계 비율도 50% 정도다. 1988년 내진설계 도입 이전에 지어진 민간 건축물들의 경우 사실상 지진에는 무방비 상황인 실정이다.

지진뿐만 아니라 도심지 시설물 자체의 노후화 및 지하수위 저하 등 여러 요인으로 시설물 붕괴의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17년 1월과 4월 각각 서울 종로와 강남에서 노후 건물 철거 중 붕괴사고 및 인사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각종 지하시설물들이 갈수록 깊이 매설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구호방식으로는 지하 깊은 곳에 매몰된 피해자를 구조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개발된 긴급구조 기술 1단계에서는 사고 발생 시 우선 드론으로 현장을 탐색하고 3차원 건물붕괴 형상 정보를 취득한 후 무선통신 기반 매몰자 위치 탐지기술을 활용해 12시간 내에 위치탐지 및 구호지점 예측을 실행한다.

이후 2단계에서는 사고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정밀굴착기술 및 철근 콘크리트 벽체 관통기술, 굴진 현황관리 기술 등을 활용해 공기·물·통신선을 공급할 수 있는 100mm 규모의 1차 생명선(라이프라인)을 설치함으로써 생존매몰자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게 된다.

3단계에서는 생존자 운반에 필요한 대형장비를 매몰지점으로 투입하는 통로인 직경 1,000mm 내외의 2차 생명선을 구축하고 마지막 4단계에서는 사고 발생 후 7일 이내에 매몰 공동안정화 기술을 적용, 인명구조를 진행할 수 있게 한다.

KICT는 연천 SOC실증연구센터에 실제 토공붕괴현장과 유사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지난 13일부터 굴착 실증실험을 개시해 지난 17일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단 인명구호팀이 참가한 가운데 기술 실효성을 검증했다.

향후 이 기술은 구조기술의 실제 최종사용자인 특수구조대원과의 협업 및 소방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도시탐색매뉴얼 개정 등에 반영해 활용될 예정이다.

이주형 연구위원은 “현재의 기술로는 지진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진조기경보 연구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시 가급적 빨리 매몰지역에서 인명을 구하는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 기술을 통해 붕괴현장의 인명손실을 30% 이상 낮추고 구호비용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