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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경희대 교수)


"우리나라 총 에너지 최종소비형태는 전기가 13%, 열이 3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지 않는 한 전기 일변도의 전력정책에서

CO₂저감 정책은 요원할 것이며 원전에서 벗어난다면 더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 학회는 정책 학회로서 언제든지 객관적인 데이터나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은 2018년 1월부터 1년간 제28대 회장으로서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회원가입 후 총무이사, e-서비스위원회 위원장, 편집이사, 설비저널 편집장, 부회장, 차기회장을 거치며 학회운영에 직접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최근 학회는 회원수 8,000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국내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효율화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어깨가 더욱 무겁다.


홍희기 회장을 만나 학회운영 계획과 국내 에너지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회장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는 2021년 있을 학회 50주년 기념행사의 준비위원회가 발족된다. 성공적인 기념식이 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놓겠다. SCIE 등재는 이제 회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지막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임기 중에 꼭 등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너지는 정책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열에너지와 관련되는 우리 기계설비를 제대로 알리고 정책에 반영토록 힘쓰겠다.


■ 기계설비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데
우리 학회는 개인회원도 있지만 많은 기업회원이 포함돼 있다. 경쟁력이 높고 시급한 분야를 적시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치는 않다. 현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매우 중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우리 학회와 관련되는 신재생열분야를 부각시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고효율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현재 기계설비산업진흥법, 기계설비안전 및 유지관리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고 지금 상태대로 우리의 염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간절히 원하는 상황이다. 기계설비와 관련된 일종의 모법이 만들어진 후에야 체계적으로 대응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위원회 활성화 방안은
부문 및 전문위원회는 연구활동보다는 학술대회 특별세션, 강연·강습회, 학회 표준 제정 등이 주된 활동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 위원회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필요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모하겠다.


■ 설비포럼 성과와 향후 운영방안은
지난 3년간 우리 학회가 시도한 것 중 설비포럼은 우리 학회를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학회 명칭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설비포럼을 통해 우리 학회의 규모, 역사, 위상 등에 상당히 놀란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이어 2017년에는 환경부, 서울시와도 포럼을 가졌다. 파급효과로 보면 역시 국회공청회가 될 듯하다. 지방정부의 조례서부터 개정해가는 것도 일책이므로 경기도 등의 타 지자체로 확장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 기계설비법안 제정의미를 평가한다면
기계설비와 관련된 법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도 열사용기자재가 명시돼 있다. 믿겨지지 않겠지만 열사용기자재를 정의한 별표 1에는 아직도 구공탄보일러가 포함돼 있고 흡수식냉동기는 빠져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법은 기계설비의 중추가 되는 모법 역할을 할 것이다. 기계설비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업계도 기술력을 토대로 경쟁할 수 있는 체제가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 에너지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학회입장은
원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급격한 에너지정책의 변화는 신중을 기해야 할 듯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전력에 너무나도 편중돼 있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냉난방 등 최종에너지 소비형태의 30% 정도가 열에너지다. ESS는 에너지저장시스템이지 전기저장시스템이 아니다. 온실가스 저감의 한 축이 열에너지와 관련되는 기계설비이며 고효율에너지시스템의 설계, 제작, 시공 및 유지관리가 보편화돼야 한다.


파리기후협약이나 CO₂감축 목표달성을 위한 전 정부의 복안은 원전확대였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 때 약속한 것보다 CO₂ 저감량을 늘렸다고 했지만 실제로 해외쪽을 빼고 국내분만 보면 줄어든 것이었다. 현 정부는 CO₂ 저감방법을 태양광, 풍력으로 본 것인데 대표적으로 땅 넓고 일사 좋은 호주의 경우에도 기존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결국 의도한 목표량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총 에너지 최종소비형태는 전기가 13%, 열이 30%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지 않는 한 전기 일변도의 전력정책에서 CO₂저감 정책은 요원할 것이며 원전에서 벗어난다면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고효율에너지기기나 신재생열에너지분야에 체계적이고 정량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획을 철저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 학회는 정책학회로서 언제든지 객관적인 데이터나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돼있다.


■ 태양열업계 현황과 개선방안은
태양열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제대로 설계하고 시공할 수 있게 해주고 사후관리만 잘 해도 시장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다. 2019년도부터 태양열 데시컨트냉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써 패시브하우스의 냉난방 및 온수급탕이 해결된다. 또한 산업공정열 등 큰 규모의 시스템으로 활로를 열어야 한다.



■ 히트펌프 시장 활성화방안을 제안한다면
히트펌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기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기는 부담스럽다. 다만 2015년에 지열뿐만 아니라 수열원(해수표층) 히트펌프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켰는데 모든 자연에너지를 열원으로 하는 성적계수 2.52 이상의 히트펌프를 시급히 포함시켜야 한다.


히트펌프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도 현재와 같이 성적계수 3.7의 고정값을 사용해서 산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계절평균값을 적용해 고효율히트펌프가 우대 받을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이래야만 고효율 히트펌프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된다.


기본적으로 유럽, 일본, 중국서도 히트펌프는 일정성능 이상이면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수열은 해수표층수만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든 출력에서 소비동력을 뺀 나머지를 신재생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돼야하는 것은 정확한 성능계측이다. 냉난방 HVAC시스템의 경우 만들어놓고 나면 얼마나 성능이 나오는지 계측을 아무도 안한다. 한다하더라도 절대 공표를 안한다. 정밀하게 신재생에너지량을 산출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기준에 따라 비례해서 지원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CO₂ 저감이다. 기기에 의해 저감된 CO₂에 비례해 지원하면 저감효과가 큰 기기는 더 많이 보급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사후관리 내지는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 지열이 100이라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하지만 정확히 재보면 반도 안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COP가 생각보다 굉장히 낮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다들 쉬쉬한다.


유지관리 역시 정말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만 제대로된 시공과 에너지효율적 운전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는 설계, 시공만 하면 끝이다. 사용자들은 찬바람, 따듯한 바람만 잘나오면 좋은 줄 아는데 국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새고 있다는 것이다.


히트펌프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나 신재생에너지가 산출되는지 제대로 측정하고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만 좋은 제품이 시장에 깔린다.


■ 재생에너지 3020 이행 세부계획에 대한 입장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학회는 지난 3년에 걸쳐 설비포럼을 통해 관계부처와 심도있는 대화의 장을 가졌다. 국토부에는 그동안 패시브부문에만 갖던 관심을 엑티브쪽에도 기울이겠다고 답변을 받았다. 실제로도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산업부다. 아시다시피 과거 MB정부 때도 녹색성장, 녹색산업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3대 중점분야 이후에 사실상 원전 중심으로 모든 기조가 잡혀있었고 지난 정부는 그연장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 새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탈원전, 탈화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에너지관련 정책은 지난 1980년대서부터 항상 전력 중심이었다. 실제 연구비조차도 에특자금이나 전력기금 등으로 아예 따로 관리하며 많은 전력관련 연구비가 지원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지만 산업부 장관이 태양광 전문가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태양광, 풍력이 중심인데 이번에 공공연히 밝혔다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설비공학회가 그동안 신재생열에너지 중요성을 강조했던게 반영되지 않았던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986년 학회 회원가입 후 정말 오랫동안 여러 형태로 봉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람도 많이 느꼈고 때로는 어떤 부분은 학회 운영과 설비분야를 위해서 강하게 추구하고 싶은 사항도 있었다.


요새 기계설비산업이 정말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최근 기계설비법안이 발의되면서 업계는 비로소 정당한 대우와 위상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담스럽지만 기계설비산업의 한 획을 긋는 시기가 왔기 때문에 우리 학회가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