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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훈풍’…건축·기계설비산업 ‘후끈’

E·도로 등 인프라수요 150조원 규모
2040년 주택 480만호…348조원 시장
녹색건축·신재생E, ‘한반도 경쟁력’ 열쇠



건설·기계설비업계에도 남북경협의 훈풍이 불 수 있을까. 최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소간의 부침을 겪고 있지만 북한은 경제성장과 체제보장을 모두 얻어내기 위해 북미회담을 비롯한 일련의 조치를 성공적으로 치러야한다는 과제가 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업적을 쌓아야 하는데 핵협상 타결은 각종 스캔들 등 자국내에서 발생하는 비판적 여론을 잠재울 대형 호재다.


이에 따라 북한의 개방, 그 과정에서 역할을 한 남한과의 관계개선 및 협력 등도 기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건설관련주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기대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북한은 대부분의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노후화돼있으며 주택시설도 턱없이 모자라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트렌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녹색건축이 어느 정도로 적용될지가 관련업계의 관심사다.


이번 기획에서는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 추진될 경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건축·기계설비분야의 역할, 물량규모, 고려사항 등을 분석하고 신재생에너지, 녹색건축 적용의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



 

남북관계 ‘신중론’ 대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힌 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예술공연을 거쳐 4월27일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뤄지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높아졌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의 발언,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담 이후 북한의 강경발언, 일본 언론의 부정적 보도 등 악재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24일 미국이 회담을 취소하며 비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황은 회담취소 당일 북한이 회담성사 의지를 밝히고 다음날 예정대로 열릴 수 있다고 밝히면서 반전되고 있다. 5월26일 의례, 형식을 배제한 문재인 정부의 2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고 북미 당국자들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열기도 했다.


이제 남북 정세는 긍정적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협, ‘경제특구 중심’ 전망

남북관계개선에 따른 경제협력은 북한 지역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건축·설비업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경협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경협으로 이어진다는 관측이다.


판문점선언에서도 남북은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교류활성화의 기반이 추진될 전망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안의 목포-신의주를 잇는 환서해 경제벨트 △동해안의 부산-나선을 잇는 환동해 경제벨트 △서울·평양-금강산을 잇는 접경지역 경제벨트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이미 발표하고 경제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각 경제벨트에 포함되는 지역들은 북한에서 발표한 20곳 이상의 경제특구 및 개발구와 겹치는 지역이다. 향후 경협은 이와 같은 산업특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특구의 정착, 선순환, 지속력을 위해서는 근로, 정주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기반시설은 건설·에너지인프라, 사회간접자본, 주거공간 등이다.

 



인프라·주택 ‘열악’…건설수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력·도로·철도·통신 등 인프라 건설·보수에 약 1,400억달러(약 150조3,88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적으로는 전력 104억달러, 도로 374억달러, 철도 773억달러, 통신 96억달러 등이다.


한편 토지주택연구원(LHI)이 지난 4월 발표한 ‘북한 주택사업 중장기 전략연구’에 따르면 주택시장의 경우 2040년까지 472만호를 공급해야 해 최대 120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물론 북한 관련 내용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다를 수 있으며 보다 정밀한 조사·연구활동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발주하고 대한건축학회가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하는 ‘통일대비 북한 SOC 현황정보조사 및 시나리오 기반 주거공급·인프라 조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려진 북한 건축·설비산업의 열악한 환경을 감안하면 수요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망 구축 ‘최우선’

건설인프라는 건축활동에 필요한 사항 중 장비가동·용수공급 등을 위한 공급시설, 운송을 위한 도로·철도 등 교통물류시설, 인력의 정주를 위한 근린주거시설 등이 해당된다.


북한은 전반적으로 건설인프라가 전무해 본격적인 건설산업착수 이전에 건설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할 전망이다.


도로의 경우 남한의 총연장은 10만여km인데 비해 북한은 2만5,000여km에 불과한데다 도로포장률도 10% 남짓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부분 비포장도로여서 중장비의 이동은 물론 자재를 실어나르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 경수형 원자로 2기 건설사업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이 사업은 북한의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논의된 것으로 함경남도 신포·금호지구에 2008년 준공을 목표로 2001년 착수했지만 2006년 무산·중단됐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문경락 한국전력 마포용산지사장은 “골재공급을 현장에서 14km 떨어진 곳에서 받기로 했지만 도로가 없어 길을 새로 내는 작업부터 수행했다”라며 “인근에 항만이 있어 해상으로 자재·장비를 수송했는데 육로를 이용해야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총연장은 남한 3,000여km에 비해 5,000여km로 길지만 복선화 구간은 3%, 신호자동화 구간은 1.2%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80%가 전철화돼 있다. 전철은 친환경적이지만 북한의 경우 전력수급이 원활치 않아 수시로 선로에 멈춰서고 있다.


판문점선언에서 경협내용은 없지만 철도·도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와 같은 심각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北, 수력·화력비중 100%

건설인프라의 공급시설분류에는 발전시설, 즉 에너지공급 인프라도 포함된다. 북한은 수력발전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노후화돼 있고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다른 인프라시설들의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766만kW로 추정돼 남한의 7.2% 수준이다.


한편 LH의 201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28개의 수력발전소에서 515만kW를 생산하고 있으며 화력발전은 8곳에서 295만kW, 비계통 독립전원으로 6만kW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함경남도에 160km 물길을 뚫어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인 단천발전소(예상용량 200만kW) 건립에 착수했으며 평양화력발전소의 개보수를 비롯해 전국에 10여개 중소형발전소 건립을 추진했다.


이와 같이 대규모 발전시설을 건립하고는 있지만 필요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다 현재 지어진 발전시설들도 노후화돼 전체설비용량의 30%가량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품질이 열악해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


경협 이후 다양한 경제특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인프라에 상당한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기존 화력발전소의 리모델링에만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北 자재·인력 활용제한

건설산업인프라는 건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적 기반을 의미한다. 장비·자재·설비 등의 조달을 위한 산업시설, 사업수행을 위한 인력 등이 있다.


북한에 다양한 형태·용도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막대한 양의 자재와 장비가 투입돼야 하지만 현재 북한지역의 품질 수준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건립 당시에도 공장을 비롯해 숙소 등 주거시설, 관리동 등 업무시설이 종합적으로 지어졌지만 북한산 자재·장비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창호, 단열재 등은 물론 모래, 시멘트, 철근 등을 모두 남한에서 운송했으며 건설장비 역시 당시 현대아산 측에서 조달했다.


변상욱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경협기반사업팀 부장은 “당초 북한산 원료가 우수해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가공품질이 나오지 않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라며 “그나마 자갈도 사업착수 1~2년 후 현대아산 측에서 인근 석산을 개발해 암석을 파쇄해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한과 가깝고 도로사정이 좋아 육로 운송이 가능했던 개성공단이어서 가능했을 것”이라며 “북한 내륙의 경우에는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력의 경우 인건비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산성 측면이 문제가 된다. 인건비는 50% 수준이지만 국내 품셈기준에 따른 생산성평가 결과 30~50%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1명에게 업무지시를 내려도 감시조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며 군인, 주민들이 공사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아 시공인력의 숙련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경협이 추진되고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자재·부품 공장을 현지에 세우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인력의 교육·양성프로그램도 운영돼야 할 전망이다.



 

주거시설 부족…시장거래 확산

북한의 주택역시 양적으로 부족하고 질적으로 열악하다. LHI의 연구에서는 1994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에서 공급된 주택이 57만호로 연간 약 2만호가 공급됐지만 주택보급률은 70%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주택은 2013년까지 513만호로 분석되고 있는데 1993년 이전 건축된 주택이 478만호로 20년 이상 노후주택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그러나 당국의 공급여력은 크지 않다. 1967년까지는 주택건설실적이 430~460만호로 집계됐지만 1994년~2004년간 53만호, 2005~2017년 4만호가 건립된 것으로 추정돼 고난의 행군, 경제제재 이후 공급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경제제재에 따른 북한의 배급제 붕괴 현상은 주택에서도 나타난다. 1980년대 후반 시장기능을 하는 ‘장마당’이 형성되면서 자본을 축적한 이른바 ‘돈주’들은 2002년 장마당이 부분적으로 제도화하면서 공식경제부문에도 투자행위를 하게 된다.


일례로 2016년 평양 대규모 아파트 건설사업 등 부동산개발에서도 돈주들의 투자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후 돈주들은 대·중·소규모 주택 또는 단지를 개발하고 일부를 노동당에 헌납하면 나머지를 분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북한에서도 공공연히 주택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간에 거간꾼(공인중개사)까지 등장해 수수료의 시세도 정해져 있다. 평양주택의 경우 평균적으로 3~5만달러(약 3,200~5,300만원)에 거래되고 거래수수료는 1%로 알려졌다.


한편 외부자본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기도 한다. 중국접경지역에서는 북한의 기관기업소(공기업)가 토지를 제공하고 중국기업이 자본을 투입하는 합작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동산을 개발한다. 통상 수익은 북한과 중국이 3:7로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북한 당국의 주택공급여력이 제한적임을 나타내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주체와 공급사업이 추진될 수 있으며 부동산개발에 따른 수익사업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의 중장기 주택수요는 2030년 보급률 80% 기준 시 234만호(신규 78만호, 재건축 117만호, 개보수 39만호)가 필요하며 2040년 보급률 100% 기준 시 추가로 245만호(신규 195만호, 재건축 44만호, 개보수 6만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소요 예산은 2020년 착수 시 2030년까지 185조4,200억원, 2030~2040년까지 162조6,700억원이며 2020년부터 20년간 분당신도시의 약 35배 규모의 택지확보가 필요할 전망이다.



 

기계설비산업, 발전기회 대비해야

북한과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통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북한 및 남한주민의 이동에 따른 주택수요 및 북한 내 건설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건축물의 필수 요소인 위생 및 냉난방설비를 포함한 기계설비 수요 또한 함께 증가할 것이다.


통계청이 2008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주거환경은 남한과 비교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정보접근의 제한성으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그동안 낮은 국가성장률을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큰 환경변화는 없을 것으로 유추된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평양의 아파트는 석탄이나 화목을 사용해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었으며 1980년대 이후에 건설된 아파트는 난방방식이 바뀌어 주로 중앙·지방난방 방식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열악한 에너지 사정으로 일반주택의 난방 및 취사연료는 대부분 구멍탄, 갈탄, 목재, 농작폐기물, 열진 등을 사용하고 석유나 가스연료, 인근 화력발전소의 폐열은 대도시 고층아파트나 중소도시의 일부 아파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해부터 난방공급이 끊어지는 곳이 갑자기 증가했으며 평양도 중심부(중구역, 보통강구역, 모란봉구역 등)의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난방이 단절돼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실정이다. 낡은 아파트들은 난방관이 모두 부식돼 사용이 불가능하고 많은 가구들이 무동력 난방장치를 설치해 사용한다.



급·배수의 경우 전체 가구의 85%가 주택 내 물을 이용할 수 있고 물 공급은 리·읍·동의 인민위원회에서 관리한다. 평양이나 도소재지급 중심에 있는 아파트들은 수세식화돼 있으나 온수·난방화는 평양시 고급간부들이 거주하는 일부지역에 국한된다고 알려졌다. 가구수가 많지 않은 소도시에서는 재래식 손 펌프에 의해 물을 퍼 올리는 시설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전력사정으로 제한급수를 하고 고층부에서는 매일 양동이로 물을 담아 올려 사용한다.



지금과 같이 남북한의 주거환경 편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의 이동에 대비하고 북한 지역 내에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한 전방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기존 주택을 개선하고 인프라 확장 및 신규 공급을 통해 점진적으로 남한과 비슷한 수준의 주거환경을 확보해야할 전망이다.


기계설비산업은 통일 혹은 북한시장개방에 대응하는 준비를 게을리해선 안 되며 건축물 내 기계설비가 운영·유지될 수 있도록 여러 인프라 공급을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개성공업지구 건립 당시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 수도, 가스 등 공업단지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에너지 상황이 매우 열악해 전기는 가까운 남한(문산)에서 송전탑을 연장, 공급하고 가스 및 유류 등은 차량을 통해 남한에서 공급했다.


이중 식수는 별도 공사를 통해 주변 저수지에서 공급했으며 사용하고 남는 부분은 개성시에 공급했더니 주민들이 매우 만족해 했다고 전했다.


향후 남북한 개방 후 북한 주거생활 행상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조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일이며 이 부분에서 기계설비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북한 내의 각종 기계설비 장치, 부품 등의 여건은 매우 열악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기술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다만 남북의 경제수준 격차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가 문제다. 북한 내 모든 인프라가 정비돼도 각 가정·기업에서 이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남한의 수준과 같다면 북한에서는 가동조차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북한에서는 비용문제로 연탄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가정이 있다. 북한의 경제수준을 고려한 냉난방, 위생설비 부품 및 시공 기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文 정부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현될까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적 성과가 도출돼 경협이 이뤄진다고 전제하면 사업추진은 경제특구 및 개발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재의 남북 경제격차가 유지될 경우 통일비용은 향후 50년간 4,822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남한의 GNI는 2,968만원인데 북한은 139만원에 불과해 약 21배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약 10배 격차로 줄이면 통일비용은 34년간 총 2,316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를 위해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해 북한 국민의 소득수준을 높인다는 것이 경제협력의 목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0대 국정과제 발표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환동해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환서해벨트) △DMZ 환경·관광벨트(접경벨트)가 ‘H라인’을 이루며 △개성·남포·원산 △인천·해주·개성을 각각 연결해 ‘삼각지대’를 형성한다.


환동해벨트에는 △부산 △강릉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포함해 러시아와 일본을 연결하는 경제권이고 환서해벨트는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포함해 중국을 연결하는 경제권이다. 또한 접경벨트는 △설악산 △금강산 △원산을 연결하는 DMZ라인과 백두산을 연계하는 생태·평화·안보·관광지구다.

 

포함된 지역들은 북한이 발표한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에 담긴 지역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고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관련내용이 담긴 USB를 전달하며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설·설비산업도 단기적으로는 개성공단 등 기존에 협력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경협이 추진되고 중기적으로는 거점지역 중심으로,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륙 등 전역으로 확산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철도·도로 등 교통물류 인프라는 벨트축을 기준으로 사업이 계획되고 있고 각종 산업시설 역시 경제특구로 지정된 산업도시에 몰려 건립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에너지인프라의 경우는 분산형이 논의되고 있다. 북한은 에너지공급시스템이 붕괴돼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회복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발전소에서 수요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시설과 송배전망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야 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시스템, 즉 태양광·풍력·열병합, 지열·태양열 등을 지역마다 설치하는 분산형 시스템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거시설도 공장·산업단지 등 경제시설을 중심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 또는 인근지역에 조성될 확률이 높다.


다만 건축학회는 주거시설의 경우 인구이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독일의 통일사례에서도 1950년대부터 매년 동독의 100만명이 서독을 방문했고 통일 직전인 1980년대 후반에는 70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학회는 한반도에서도 화해협력분위기가 조성되면 최대 30만명의 인구유입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고 남북연합, 통일국가 단계로 진행 시 각각 최대 100만명, 200만명의 인구이동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북한지역에 주거공급이 중요하지만 유입인구를 고려한 대규모 수용시설 또는 기숙사 시설공급도 염두에 둬야 하며 이때는 신속하게 공급가능한 모듈러주택 등이 유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비용·효율 vs 환경·성능

현재 북한 건설시장 조사·연구 과정에서 비용·효율과 환경·성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물론 북한주민의 기본권을 위해 신속한 주거·산업인프라 공급이 중요하다는 점, 막대한 건설물량이 필요해 초기 재원조달이 필요하다는 점 등은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녹색건축과 신재생에너지의 폭넓은 적용, 즉 고비용구조는 초기 사업에서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모듈러건축도 단기간에 대량으로 적용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지역에 대대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재고비용과 단가가 높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연구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열원설비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는 초기투자비가 높고 효율, 내구성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펠릿, 기름보일러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난방설비도 효율은 낮지만 저렴한 제품들이 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냉방설비는 기후대를 고려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발전시설 역시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에너지믹스를 토대로 화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순으로 우선순위를 매길 가능성도 있다.


 

재생E 도입…세계경쟁력 시발점

북한지역의 경제개방에 따라 건축시장 활성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건설업계의 세계적 트렌드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시대에 한반도 건설산업의 미래, 세계적 경쟁력이라는 시간·공간적 확장성을 위해서는 녹색건축과 신재생에너지가 고려돼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제로에너지건축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산·학·연 관계자들이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쉽게 확산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상황에서의 관행·관성, 사회·시장의 저항 등에 따라 현장적용 및 구현, 경제성확보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녹색건축정책이 기축보다 신축을 우선으로 진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없는 곳에 조성하기는 쉽지만 있던 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녹색건축 및 재생에너지의 확대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사업추진방향에 따라 관련분야의 폭넓은 적용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먼저 에너지부문에서 북한은 2013년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한 이후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사업의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이 ‘자연에네르기연구소’ 설립을 지시한 이후 2044년까지 500만kW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풍력, 태양광 위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열, 바이오매스, 수소가스 등의 도입계획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맥이 닿는 전문가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가 지난 5월16일 개최한 남북전기협력위원회에서는 중앙집중식 발전은 전력망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재생에너지중심의 마이크로그리드를 제시했다.


또한 에너지수급상황이 좋지 않은 북한상황에서야 말로 제로에너지 빌딩의 효용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패시브건축, 고효율기계설비 등으로 부하를 낮추면 화력 등 중앙공급식 발전시설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북한주민의 운영비용상의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北, ‘생태살림집’…녹색건축 의지 보여

녹색건축부문에서도 1990년대부터 북한매체에 ‘생태살림집’이 소개되고 있다. 북한은 생태살림집을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소음을 흡수하며 공기를 정화시키는 식물을 활용하고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설비를 적용하기 때문에 ‘에네르기 절약형 살림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녹색건축이 지구단위로 조성된 ‘여명거리’가 준공되기도 했다. 여명거리는 2016년 3월 김정은이 건설계획을 밝힌 이후 1개월만인 4월에 착공돼 2017년 4월 준공된 신도시다.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궁전부터 용흥네거리 사이 3km 구간에 들어섰으며 약 0.9㎢(약 27만2,000평) 면적에 280만달러(약 30억2,000만원)가 투입돼 주택 4,804세대와 편의시설 28동 등이 조성됐다.


이곳에는 태양열,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매체는 광실형 피동식 태양열 난방기술*, 태양빛 유도 조명체계(광덕트 자연채광), 빛선반(광선반), 지열환기기술, 지열마루 냉난방기술, 지열냉방체계 등이 도입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녹지조성, 벽면녹화, 자동 수경재배, 빗물이용체계기술(우수재활용시스템)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3달 만에 30~40층 높이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점과 북한의 건설기술 및 시공능력 등을 감안하면 완성도, 품질면에서 검증이 필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이 세계적 흐름을 의식해 추진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현실성 감안하되 ‘이상’ 추구해야

관건은 북한주민의 인권과 비용을 고려하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환경·성능적 측면을 최대한 반영하는 일이다.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지 않다. 과거 개성공단 건립 당시에도 남북협약에서 건설기준은 남한의 규정을 따르도록 했으며 북한은 다른 경제특구에서도 투자국의 기준을 준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제사회와의 외교적 문제가 풀려야 하고 남북간의 추가 정상회담은 물론 실무협의도 거쳐야하는 만큼 최소한 202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건축·설비기술, 경제성 등의 개선 및 국내기준 강화를 기대할 여지가 있다.


현재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발걸음이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경협의 목표에 도달할지, 경협 과정에서 녹색건축과 신재생에너지의 약진이 동반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