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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경희대 교수)

“기계설비법, 국민안전·국가성장 밑거름”
국가재난 예방·온실가스 절감 동시 기여

기계설비법이 지난 4월 제정·공포돼 2020년 4월18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번 법 제정은 기계설비산업은 물론 기계설비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축, 에너지분야의 연관산업과 국가 에너지정책 및 국민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설비산업은 약 1만개 업체에 43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연간 약 30조원이다. 이는 전체 건축공사 금액의 15~21%를 차지할 만큼 큰 규모다. 늦은 감은 있지만 기계설비산업의 규모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기계설비법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인 일이다.

시설안전·에너지낭비 사각지대
하지만 기계설비법과 같은 관련법이 부재인 상태에서 기계설비의 존재는 당연한 듯 치부되며 우리의 관심 밖에서 성장하는 바람에 국민 안전에 위협을 가하거나 에너지를 낭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계설비의 관리소홀로 많은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2015년 전국을 뒤흔든 메르스 사태는 정부와 병원의 초기대응 미숙으로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례다.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이러한 감염균들은 병원 내부 조닝을 잘 구축하고 음압병실을 설치하는 등 공조설비를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만약 당시 병원 환기기준이 제대로 확립돼있었다면 이러한 대형 재난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젠 지겹도록 오랜 기간 사회적 이슈화되어 있는 새집증후군 및 미세먼지 역시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실내공기질 시스템 부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신규직군·일자리 창출 기대
앞서 설명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사례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계설비의 설계·시공기준 및 유지관리기준의 부재로 인한 것이며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면 기계설비의 설계 및 시공기준이 강화돼 제대로 된 설계와 정밀시공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철저한 유지관리를 통해 사고 발생원인을 차단해 국민들은 더욱 안전한 건축물에서 건강을 지키며 살 수 있다.

기계설비법은 국가적 관점에서도 큰 기여를 한다.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기계설비의 에너지소비량은 연간 약 25조원이다. 건축물 에너지비용(35조원) 중 냉난방, 급탕 등 기계설비부문에 소비되는 비중이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강화된 설계 및 시공기준, 유지관리를 통해 기계설비 사용에너지를 최소 10% 이상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2.5조원의 에너지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100만kW급 원자력 발전소 1~3개를 덜 지어도 된다는 의미다.

특히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대비 37%를 줄여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건물과 산업부문에서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번 기계설비법은 단순히 기계설비분야에서 산업발전과 시장활성화만을 목적으로 추진한 법이 아니다. 국민안전 확보와 국가 에너지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스스로 규제를 만들어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토교통부 및 설비분야의 전문가들로 기계설비법의 하위법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 그리고 기술기준과 유지관리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잘 정비된 새 법 체제 하에서 4차산업과 연계한 거듭나는 기계설비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