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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냉매 처리 외부사업 ‘위기’

온실가스 관리 사각지대 잔류 우려

폐냉매 회수 및 처리사업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외부감축사업 등록이 무산되거나 대상냉매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어서 폐냉매가 여전히 국가 온실가스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시장활성화를 공언한 환경부가 오히려 폐냉매 회수 및 처리사업의 외부사업 등록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부 온실가스 감축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상쇄제도를 시행한 이후 ‘외부사업 타당성평가 및 감축량 인증에 관한 지침’을 운용하고 있다. 지침은 수차례 개정을 통해 100톤/년 이하 극소규모사업, 해외감축사업 인정방안 등을 포함시키며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연간 1,0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예상되는 폐냉매 회수·처리에 대해서는 국제기준보다 강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거나 민간의 역량을 넘어선 구조적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실한 ‘폐냉매’보다 애매한 ‘산림감축’ 선택

정부는 지난 6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기존 BAU대비 37% 감축을 유지하면서 그간 비판이 제기돼 온 해외감축분을 9,600만톤에서 1,620만톤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 국내감축분은 5,770만톤을 더 늘린다는 것이다.


이번 수정안이 의미있는 조치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수정안에 포함된 2,210만톤의 산림흡수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지난 7월 열린 토론회에서 “파리협정에서 산림을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선언했고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한 190개국 중 150개국이 산림활용계획을 포함하고 있다”며 인정을 자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림흡수원 인정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어서 자칫하면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인정을 전제로 감축계획을 추진하다 잘못될 경우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하는데 이 비용은 현재 시세로 9,082억원에 달해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폐냉매 회수·처리는 명확히 계량될 수 있어 이미 국제사회에서 감축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냉매의 기여분을 2~3%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2020년 배출전망치 7억8,300만톤을 기준으로 보면 약 2,350만톤에 달한다. 즉 폐냉매 처리만 제대로 해도 우리나라가 산림감축분으로 제시한 2,210만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속·처벌 단 1건도 없어

환경부와 외부사업 전담기관인 환경공단이 제기하는 핵심쟁점은 △법적추가성 △허위신고 등 2가지다.


외부사업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법적·경제적 추가성을 입증해야 한다. 환경부의 ‘외부사업 타당성 평가 및 감축량 인증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추가성이란 ‘인위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일반적 경영여건에서 실시할 수 있는 활동 이상의 추가적인 노력’을 말한다.


즉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라면 굳이 외부사업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가성이 없다고 보고 승인을 기각하는 것이다.


법적추가성은 법에서 규제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외부사업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고 경제적추가성은 해당 활동을 통해 현재 제도·시장구조 하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기 때문에 외부사업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법에서 규제하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일이어서 온실가스가 그대로 방출되는 경우 외부사업으로 지정해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활동을 시장에서 스스로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환경당국의 입장은 폐냉매 처리의 경우 △대기환경보전법 △자원순환법 △폐기물관리법 등 3가지 법에서 무단방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추가성이 없다는 것이다. 관련법에서는 폐냉매 처리 시 전산기록을 남기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위반할 경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문제는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이라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여개의 폐차장과 폐냉매 처리를 위한 제휴를 맺었지만 80% 이상은 1년간 단 1톤의 냉매도 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당국은 단 1차례도 단속에 나서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벌금이 부과된 경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쟁점은 허위신고 우려다. 만약 외부사업으로 지정됐을 경우 폐냉매 발생업체와 처리업체가 담합해 처리량을 부풀려 신고하는 경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직전 몇 년치 처리량을 토대로 기준량을 산정하고 그 이상 신고하는 경우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자는 안도 나왔지만 통계자료가 없어 무산됐다.


정부는 냉매관련 전산시스템으로 △RIMS(대기환경보전법) △에코에즈(자원순환법) △올바로(폐기물관리법) 등 3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폐차냉매기준으로는 신고율이 21%, 냉매전체로 보면 3~4%에 불과하다.


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집계하는 국가통계(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등)에도 70여종의 냉매 중 R134A와 R152 단 두 종만 집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HFCs로 HCFC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HCFC는 세계적 감축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상당량이 사용되고 있는 냉매다.


이에 따라 폐냉매 처리 외부사업은 등록되더라도 두 종만을 대상으로 해야하거나 사업물량이 없어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짙다는 우려가 높다.

 

법적관리 vs 경제적관리 선택해야

이에 따라 폐냉매 처리의 실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경당국이 법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줘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대적인 단속과 엄정한 집행으로 위법조치를 없애거나 폐냉매 처리를 외부사업으로 등록시켜 경제적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단속권한은 대부분 지자체로 넘어가 있지만 냉매의 경우 환경부가 갖고 있어 전국적인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인력이나 예산에 제약이 있고 법령의 개정이 필요해 당장 시행하기도 어렵다.


반면 외부사업의 경우 UN에서도 개도국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아 예외규정을 허용하고 있다. ‘법적기준이 있어 법적추가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지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 외부사업으로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의 기준을 50%로 제시하고 있다.


당근도 채찍도 없는 사이 폐냉매는 연간 2,000만여톤의 온실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추정돼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