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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광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녹색건축 ‘숨 고르기’ 필요”
인증제도 시장왜곡…교육·제도 등 기반 다져야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우리나라 건축산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국가적 건축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녹색건축이 어떻게 인식되고 논의되는지 국건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광환 해안건축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국건위의 녹색건축 논의사항은
국건위는 국토부장관이 수립하는 ‘건축정책 기본계획’을 받아 심의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녹색건축 관련내용은 여기에 포함돼 있다.


국건위는 2년 임기제로 이번 5기 위원들은 2018년 4월 임명됐다. 현재 마련된 제2차 건축정책 기본계획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것으로 지난 정부에서 발표됐다.


기본계획에는 ‘녹색건축 실현’이 9가지 추진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지만 5기 국건위 활동에서는 다소 우선순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 국내 녹색건축 현주소는
기반을 다지고 숨고르기가 필요한 때다. 건축산업이 녹색건축을 방향으로 잡고 가는 것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우리의 능력과 여건에 비해 무리한 계획을 잡은 부분들이 있다.


녹색건축이 건축산업 전반에 녹아드는 속도에 비해 인증제도와 의무기준 강화 등 정부주도로 끌고가는 속도가 빨라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현재 상태로는 2020년 공공건물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도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 녹색건축에서 건축사들의 역할이 큰데
전국에 1만개 이상의 설계사무소가 있지만 건축산업이라는 복잡한 제도·정책 하에서 쉽게 녹색건축이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절약, 친환경건축물과 관련된 기술적 측면은 물론 교육, 실무, 공사비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내용이 얽히다보니 건축사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녹색건축은 에너지, 환경, 건물 등 분야가 결부되고 기술적·이론적으로도 다양한 분야가 연결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수 부처가 관여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도 복잡성을 갖고 있어 단기간에 확산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 건축사들의 녹색건축 인식은
다수의 건축설계사무소는 지난 수년간 설계기준 강화 및 인증제도 의무화 등 국가정책 흐름에 따라 의욕적으로 녹색건축 설계실을 만들고 전담인력을 늘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장의 노력이 실제로 큰 성과를 봤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대형 설계사무소의 경우 설계인력이 수백명이지만 녹색건물은 인증으로 등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한계가 있다.


건축설계 현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녹색건축을 인증제도와 결부시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건축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발생한다.


성능, 디자인 측면에서 실질적인 녹색건축물을 구현해야 하지만 사회·시장 구조적으로 전문가 확보나 통합설계가 이뤄지기 어렵고 설계비용 저평가 등 문제에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직접 녹색건축을 설계하지 못하는 곳은 외부 컨설턴트 도움을 받아야 해 외주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 인증제도의 문제는
대표적인 녹색건축관련 인증제도는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과 녹색건축물 인증이 있다. 예비인증, 본인증으로 나눠 절차가 진행되지만 분명한 것은 건축물이라는 결과에 집중된 제도라는 점이다.


즉 사용·운영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는다. 의무화 등 강화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이지만 이것이 실제 제도취지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으며 피드백도 뒤따르지 않는다.


다양한 자료로 에너지효율이 높아졌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그런지에 대한 정확한 검증자료는 없다. 예산과 비용이 투입되는데 그만큼 파급효과가 있는지 전혀 논의되지 않다보니 인증기관에서도 인증발급 자체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운영과정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아 인증제도에 대한 시장에서의 대응도 형식적이다.


건축주는 녹색건축에 대한 의지가 있지 않는 한 친환경성, 에너지효율을 위해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사실을 꺼린다. 또한 에너지컨설팅, 인증비용 등 비용증가를 유발하는 단계를 포함하게 되는 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인증제도가 녹색건축의 성능을 보장하지만 건축주는 비용을 낮추려고 하고 건축사나 인증기관은 쉽게 인증을 내주려고 하니 엄격한 성능검증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인증기관 역시 엄정한 심사보다 절차상 편의를 봐주는 등 영업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인증제도를 실용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인증기관이나 관련당국이 인증에만 급급하지 말고 일정부분 예산을 확보해 기존 완료된 것들을 조사하고 결과를 분석해낼 수 있는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 인증제도만의 문제는 아닌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문교육 영역이다. 건축설계관련 업무는 법률로 정한 전문직종으로 학위와 경력을 기반으로 자격을 획득한 사람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사 전문교육, 건축학 교육에 녹색건축의 비중은 대략 10% 남짓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설계수업, 이론과목을 듣는 과정에서 전문적 지식들이 뿌리내리고 배양돼야만 설계사무소 등에서 관련된 노력들이 자리잡을 수 있다.


정부가 2025년 민간신축건물에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한다는 로드맵은 사실상 매우 강력한 조치다. 정부에서 설명하는 중요성대로라면 녹색건축 관련항목이 50%는 들어가 있어야 한다.


또한 건축사 보수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교육밀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어도 당장 시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녹색건축이 활성화되려면 실무건축사들이 당연히 건축가가 할 일이고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준비되지 않았다. 앞으로 열교문제 등이 설계기준에 들어오면서 치밀하게 제도적 틀이 마련될텐데 현재로서는 건축사들이 시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녹색건축에 대한 비용증가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제도·정책도 개선해야 한다. 공공분야조차 설계공모를 내고 평가할 때 녹색건축 관련항목이 있는데 이것이 경제성판단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이는 녹색건축 추진 시 비용이 증가된다고 하니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을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녹색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럽에서는 기본공사비에 5~8%만 추가하면 녹색건축을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0% 이상이 필요하다.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짓겠다면 30%까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상 이는 우리나라가 기본공사비를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유럽은 공사 시 외부의 빛이 내부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어떤 식으로 조절할지 설계에 반영해 구현하는 내용도 비용에 포함시키지만 우리나라는 블라인드, 커튼 등은 공사비에 산정하지 않으며 입주자가 알아서 설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