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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명주 녹색성장위원회 위원(명지대 교수)

“E전환, 열·전기 구분 필요”
신재생열E 적용, 기계설비 성능개선 전제돼야

건물부문에서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성능개선을 통한 부하저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건축물이 사용하는 용도별 에너지원의 전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 미세먼지대책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이자 친환경에너지전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이명주 명지대 교수에게 건물부문에서 에너지전환이 어떤 의미인지를 들었다.


■ 건물 E전환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전기만으로 한정시켜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착각이다. 열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건물부문에서 에너지전환은 열, 전기에너지전환으로 구분돼야 한다. 건물에서 가장 큰 부하를 차지하는 냉난방·급탕은 모두 열에 대한 수요다.


실제로 2017년 발표한 ‘한국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의 최적화모형 연구’ 결과 냉난방·급탕·환기·조명 등 5대 부하를 모두 전기로 사용하는 전전화 주택은 에너지비용, CO₂발생량, PV설치용량 등에서 등유·도시가스·지역난방·지열 등 열에너지를 사용하는 장비들을 조합한 경우와 각각 비교했을 때 가장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은 열로, 전기는 전기로 사용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며 이를 전제로 초기투자비용, 에너지비용, CO₂ 발생량 등을 고려한 최적방안을 구성해야 한다.


■ 최적시스템은 무엇인가
초기투자비, 유지관리비, 유지관리인원, 에너지비용 등을 고려해 지역난방·도시가스·수소전지·지열 등 다양한 고려사항들 중 선택할 수 있다.


앞선 연구에서 전력은 외부전력망을 이용하면서 열은 △등유보일러 △도시가스보일러 △지역난방 열교환기 △지열히트펌프 △전열기기 등 5가지를 활용하는 경우를 비교했다.


이때 넷제로(Net Zero)의 4가지 정의인 △최종에너지소요량 △1차에너지소요량 △CO₂발생량 △에너지비용 등을 기준으로 각각의 경우 필요한 PV생산량을 도출함으로써 단일지표로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결론적으로 에너지절감이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지열을 이용하는 경우가 가장 효과가 좋았다. 이 경우 연간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으로 PV생산량 33.4kWh/㎡이 필요하고 CO₂발생량 기준으로도 33.3kWh/㎡인 것으로 나타나 가장 적은 값이 도출됐다.


다만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경우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간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으로는 35.4kWh/㎡, CO₂발생량 기준으로는 38kWh/㎡의 PV생산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난방의 CO₂환산계수가 0.136kgCO₂/kWh로 낮은편이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의 경우 0.424kgCO₂/kWh로 비교적 높다.


결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은 지열과 외부전력을 이용하면서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것이지만 공사비나 유지보수 용이성 등을 고려하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은 지역난방이다.


지열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CO₂ 감축모형에서 우수하지만 문제는 히트펌프의 성능이다. 난방 시 COP 3, 냉방 시 COP 5 정도 수준이라면 적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2012년부터 COP 7 성능을 보이는 히트펌프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지역난방은 공사비를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중앙형 열공급지역이 잘 짜여진 만큼 기존인프라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열E로 가야하는데
에너지전환시대에 제로에너지건축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재생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원 이지하우스처럼 시범적으로 가능성을 점검하는 프로젝트나 비용여력과 관리자가 충분하다면 신재생열에너지가 분명 의미있지만 열에너지는 CO₂ 환산계수가 작기 때문에 열에너지의 종류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에너지전환은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열에너지는 비용과 에너지절약에 효율적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피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것이다. 태양광의 경우 가격하락 여력이 충분하고 이미 상당히 개선됐기 때문에 추가공사비 문제나 미관문제를 논하지 말고 이 시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평균기온 상승률을 1.5℃ 이하로 낮추자는 세계적 요구에 뜻을 모아야 한다.


■ 기계설비 성능개선을 강조했는데
건물에서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원과 그 에너지원에 부합하는 기계설비가 갖춰지는 한편 해당 기계설비의 성능향상이 동시에 이뤄지고 안정화돼야 실질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


건축물은 열과 전기가 필요하다. 열·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원이 각각 필요하고 그것이 화석에너지든 신재생에너지든 그대로 사용하지 못하니 가공을 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기계설비다. 인버터, 변압기, 히트펌프, 순환펌프 등을 통해 에너지원을 우리가 원하는,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열에너지의 형태로 가져오는 것이다.


중앙집중형을 사용한다면 지역냉난방의 경우 공급되는 열을 열교환기를 통해 원하는 온도를 만들어 기계설비로 분배하게 된다. 이때 얼마나 효율적인 장비·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가가 건물에너지전환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급시설에서 에너지를 어떤 에너지원으로 만들었느냐도 중요하지만 건축물에서 이를 어떻게 가공해 온도를 높이고 낮춰 각 세대가 쓸 수 있게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기존 가스를 사용하던 것을 지열로 바꾸겠다고 하면 그에 맞는 열교환기, 히트펌프, 순환펌프가 있어야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성능이 동시에 좋아져야 한다.


건축물에서 에너지전환은 궁극적으로 어떤 기계설비를 통해 어떤 형태의 에너지로 건물에 공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열에너지까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면 성능과 신뢰성이 확보되고 검증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명감과 의무감을 갖고 비용과 노력을 들여 완벽한 재생에너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자나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



■ 건물부문 E전환 방향성은
에너지전환 패러다임에서 우리나라는 에너지원만 고민하고 그 에너지원을 갖고 건물에 넣는 장치인 기계설비의 성능개발, 효율은 등한시하고 있다.


독일의 기계설비산업 경쟁력이 세계적인 이유는 하드웨어 성능개발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에서 액티브요소라고 하면 업계관계자 외에는 신재생에너지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계설비가 제로에너지건축물 달성에 핵심적인 액티브요소다.


즉 어떤 에너지원을 어떤 기계를 통해 활용했고 이를 통해 얼마나 효율이 향상됐는지, 최적화됐는지, 적은 에너지원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냈는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도 기계설비를 건물부문 에너지전환의 중요부분으로 여기고 실제 제로에너지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계설비의 기술개발과 성능 검증·모니터링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