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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E전환, 가는 길은 ‘험로’

거센 논란·갈등·저항 ‘우려’
생산유발효과 183조원 전망
기술·산업·규제 등 개선해야


에너지전환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다. 정부가 2017년 10월 탈석탄화력·탈원전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이후 에너지전환은 지금까지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양상은 보다 첨예해 지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들은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경제성 우려에 따른 전력부족 및 요금인상 문제, 에너지시장 자유화 등 구조개편 갈등, 분산전원·가상발전소 등 신사업부문 기술·제도적 한계, 화력·원자력 폐기에 따른 일자리문제 등 범위와 층위가 다양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란은 대부분 현실적인 부분이며 에너지전환 자체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발생하는 논란들은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지 에너지전환을 부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한 에너지전환의 환경과 안전측면 외에도 일자리, 신시장 등 경제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에너지전환의 배경·의미와 경제적가치를 분석하고 전문가 및 업계관계자를 통해 기계설비·녹색건축·신재생에너지업계의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제·환경구조, E전환 강요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수출제조기업을 주력으로 성장해 왔다. 기업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데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해 왔다. 수출중심경제이기 때문에 기업의 원가경쟁력이 곧 국가성장과 동일시됐고 양질의 전기를 저렴하게 기업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공공성으로 여겨져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에너지소비량이 급증하게 되자 저렴한 에너지사용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에너지비용·안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특성상 연중 기온차가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최대 60℃의 온도차를 견뎌야 하며 이는 에너지수요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냉방수요와 난방수요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단일 기후를 가진 국가에 비해 기술개발·제품생산 등에서 양쪽 모두 투자해야 해 부담이 가중된다는 특성이 있다.


에너지전환은 이와 같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부작용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개념이 등장했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에너지효율 개선을 지연시켰으며 저렴한 경유가격은 경유차·중대형차·석탄발전 등을 부추겨 미세먼지·온실가스 등 환경·건강부담을 높였다.


에너지효율측면에서 GDP 1,000달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사용량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toe/1,000$)가 2017년 OECD 35개 국가 중에서 33위로 꼴찌 수준이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2000년대 들어 에너지소비 감소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만 에너지다소비업종 중심 경제성장과 차량대수 증가 및 대형화 등으로 최근 에너지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회 전반적인 에너지효율이 낮은데도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원자력발전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포항지진 등을 거치며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깨끗지도, 안전치도 않은 에너지를 저렴하고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성장, 국민건강 등에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화석연료·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 에너지전환의 개념이다.


다만 석탄화력·원자력대비 재생에너지는 절대에너지량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에너지전환은 에너지효율화, 수요관리를 통해 부하를 저감시킨다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E전환, 사실은 ‘돈 문제’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함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추진배경부터 경제논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유럽·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에너지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선진국의 선례를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성장의 새로운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3020계획)’에서 재생에너지 경쟁력 강화, 분산전원 기반산업 육성, IoE(Internet of Energy) 서비스 육성, 스마트시티를 통한 실증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신산업 육성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또한 현재 수립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서도 산업·일자리분과를 설치하고 에너지산업에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융합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30년까지 104만개 일자리 가능
지난해말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혁신성장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전환 관련 민관투자에 따른 신규 취업자수는 2030년까지 총 10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을 합산해 총 1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토목건설, 소프트웨어 개발 등 산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전·후방 연관산업에서 2030년까지 누적 183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3020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을 위해 설비용량을 63.8GW까지 확대하고 신규설비 97%를 태양광, 풍력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에너지산업에 AI, IoT, 빅데이터 등 기술을 결합해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에너지신산업 육성기회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ICT업계의 성장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논란거리들을 헤치고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일자리·생산유발효과와 더불어 산업자체의 고도화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전환의 중요 축인 분산화·스마트화 과정에서 제조·건설·수송·금융 등 연관산업의 고도화가 동반되며 이는 곧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져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기계설비·녹색건축 등 제조·건설분야에서는 고효율·지능형설비, 스마트공장, 스마트빌딩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는 한편 에너지효율화로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미 2017년 4월 2025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보급해 센서·컨트롤러, S/W 등에서 2조5,000억원규모의 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수송부문의 약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ICT분야의 성장도 기대된다. 탄소배출을 위해 도입된 전기차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만큼 충전인프라, ESS, EMS 등 연관산업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에너지안보 관점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전환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 에너지자급률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경제발전의 안정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이면서도 자급률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원자력을 제외한 1차 에너지자급률은 3.7%로 OECD 37개국 내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석탄의 자급률은 1.3%, 천연가스는 0.4%, 우라늄·석유는 0%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순수 국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2030년까지 20%를 달성한다면 에너지수입의존도는 4%p 하락할 전망이다.




선진국 E전환, 속내는 ‘시장논리’
선진국들도 이와 같은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는 2012년 714만개에서 2017년 1,034만개로 증가해 5년새 45%나 급증했다.


특히 독일의 광산·기존연료분야 일자리는 2005년 17만5,000개에서 2014년 3만5,000개로 감소한 반면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같은 기간 17만개에서 35만5,000개로 증가해 감소분을 크게 웃도는 일자리창출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전력관리, 냉난방시스템 등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빌딩의 경우 세계시장규모가 2017년 74억달러(약 8조2,717억원)에서 2022년 317억달러(약 35조4,342억원)로 확대될 전망인 만큼 산업고도화가 시장진출의 가능성을 열게되는 것이다.


또한 산업부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제고를 통한 생산성향상의 경제적 효과는 2016년 기준으로도 2조2,000억달러(약 2,457조원)로 나타난 만큼 우리나라도 경제적 성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재생에너지시장 중 태양광의 경우 중국계기업이 정부지원과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기업으로는 한화큐셀이 유일하게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태양광패널 상위 10개기업 중 징코솔라, 트리나솔라 등 7곳이 모두 중국기업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태양광 신규공장 설립 시 설비보조금을 지원하거나 2~3년간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등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세계적으로 기술력경쟁이 한창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2016년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은 기술종합점수에서 90점 이상을 받았는데 한국은 79점에 그쳤다.




재생E기금 등 산업육성정책 필요
에너지전환시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 시장구조 개선, 기술경쟁력 제고, 규제개선 등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재생에너지를 보급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육성을 통한 산업생태계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재생에너지기업을 육성하지 않고 보급에만 집중한다면 기술·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유럽 등 해외기업으로 부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수년간 친원전정책 영향으로 국내 태양광·풍력산업의 위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과거 석탄산업육성기금·석유사업기금 등과 같은 성격의 재생에너지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R&D 투자확대의 필요성도 제시된다. 재생에너지기술을 포함해 온실가스 통합관리, 원전해체기술, ESS, 스마트그리드, 고효율송전, EMS 등 발전원의 분산화와 송전망의 지능화 등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논란과 저항에 부딪힌 에너지전환정책이 목표를 달성하고 대한민국의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