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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성 누진제, 국민부담 '부메랑' 우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공청회
공기업 경영악화, 국가재정 투입 불가피


산업부와 한전이 발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3가지 개편안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에서는 어느 경우든 한전의 적자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며 이는 곧 국민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개편안으로 내놓은 3개 안이 모두 소비자 전기요금 부담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뜩이나 경영악화에 허덕이는 한전의 적자폭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다. 공청회에서는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가 재정에서 보전될 수밖에 없어 국민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의 시혜성 전기요금정책이 결국에는 소비자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경고가 제기됐다.


2018년 여름처럼 수천억원의 재정을 각 가정에 몇만원 혜택으로 소진하는 정책을 매년 시행하는 것보다 노후주택을 중심으로 단열성능을 개선하고 고효율 기자재를 보급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나 국가적으로 효용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요금체계, 발전원가 등에 대한 상세하고 투명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공개돼야 하며 이를 토대로 용도별 적정한 요금단가 및 부과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요금제를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받을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개최하고 지난 3일 발표한 3가지 개편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청회는 △실시간 전기요금 확인시스템 설명 △누진제 개편안 설명 △의견수렴 게시판 운영현황 설명 △패널토론 등 순서로 이뤄졌다.


이진희 한전 차장은 한전이 조만간 출시할 ‘우리집 전기요금 미리보기’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차장은 “주택의 실시간 전기사용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전기요금 예측을 통한 효율적 전기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미리보기 서비스는 한전의 모바일앱인 ‘스마트한전’을 내려받아 관련 메뉴를 터치한 뒤 주소, 고객번호, 계량기값 등을 입력하면 현재 요금을 계산해 주는 서비스다.


이 차장은 “이번 서비스는 개별적으로 계량기값을 일일이 입력해야 해 불편이 예상되지만 향후 AMI 등 자동검침시스템 보급이 확대되면 이와 같은 불편없이 자동으로 요금을 제공토록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종배 전기요금누진제 민·관T/F 위원장은 기존 발표된 전기요금 개편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에너지 절약과 저소득층의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라며 “여러번의 개편을 거쳐 2016년 12월 기존 11배수 이상의 누진제에서 200kWh 단위로 3단계 3배수 요금을 부과하는 현재 제도가 마련돼있다”고 밝혔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200kWh까지는 1단계, 200kWh 초과 400kWh 이하는 2단계, 400kWh 초과는 3단계 요금을 부과한다.


2016년 개편된 이후 2017년에는 여름철에도 평년수준의 더위를 보여 소비자들의 불만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111년만의 폭염이 덮치면서 누진제 폐지에 대한 각계의 요구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각 3개 단계마다 100kWh씩 여유를 주면서 한시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같이 최근의 기후변화 양상이 가속·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여름철 전기사용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여름철 특히 많은 사용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기후변화 상시화, 냉방기기 사용의 일상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꾸려진 민·관TF는 총 7차례의 회의를 거친 결과 이번 3가지 안을 마련했다. 1안은 2018년 한시적 하계할인을 상시화하는 안이다. 7~8월간 1~2단계 구간은 100kWh, 3단계 구간에는 50kWh를 더해 300kWh까지는 1단계 요금을, 400kWh까지는 2단계 요금을, 450kWh 초과분에는 3단계 요금을 적용하는 안이다.


1안은 대다수 국민들이 2018년과 동일한 할인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3단계 누진체계를 유지하는 단점이 있어 현재 누진제 폐지에 대한 반발을 해소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2안은 현행 3단계 3배수 체계를 2단계 2배수 체계로 변경하는 안이다. 누진 3단계를 폐지하는 것으로 200kWh 까지는 1단계, 그 이상은 2단계 요금을 부과한다.


이는 누진제로 인한 부담이 가장 큰 3단계 가구의 요금부담 완화에 효과적이며 기존 누진체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계 400kWh 이상 사용자에게만 할인이 적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3단계는 누진제를 완전폐지하는 안이다. 연중 단일요금을 적용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요금은 기존 1단계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에서 125.5원의 단일요금으로 변경하게 된다.


3안은 연중 단일요금을 적용해 누진제 논란을 해소할 수 있고 전기사용량에 비례한 요금을 내게 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1단계 구간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해 약 1,400만가구가 인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정보공개·선택권보장 전제돼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김진우 前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을 좌장으로 △박찬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 △박종배 전기요금누진제 민·관T/F 위원장(건국대 교수)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송보경 E컨슈머 대표 등이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여름·겨울에 일시적으로 전력수요가 몰리면 이를 위해 1년 2달만 가동하는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니 이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폭염으로 냉방수준이 높아지고 가전기기 보급이 많이 이뤄지면서 가구당 소비전력이 높아지는 한편 소비자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불편과 부담이 가중되며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 소비효율화는 누진제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산업용의 심야전력과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스마트미터기가 도입되지 않은 한계에 따라 시간대별 전력소비 계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프라 보급이 필요하고 요금명세서에 발전비용, 연료비, 송전비, 판관비,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용 등 내용을 소상히 알려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시장경제에서 소비자가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상품을 알고 선택한다는 ‘informed choice’ 개념이 중요하며 시장에서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돼 있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전기요금은 1개의 회사가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구조로 소비자는 선택권이 없고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에너지시장의 특성에도 원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E컨슈머에서 조사·연구한 결과 대체로 소비자들은 현행 전기요금은 부담할만 하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체계에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불안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1안이 적합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한전 역시 소비자들이 요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원가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라며 “전기요금에 대해 도매·소매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청구서에 명확히 게재하는 방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요금에 대한 정보를 명명백백히 공개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며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도 현재 1~3안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은 토론회 이후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전기요금 산정에 들어가는 구성요소인 발전비용, 송전비용, 배전비용, 판매비용 등의 정보를 청구서에 상세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기요금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라고 밝혀 정보공개에 대한 반발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누진제 취지가 에너지절약, 저소득층 보호라고 하는데 이번 개편안은 이와 같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본다”라며 “기후변화에 따라 에어컨이 생필품이 된 상황이며 에너지절약에 앞서 소득과 관계없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비용으로 에너지 과소비보다 필수적 소비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공공·보편복지 차원에서 많은 가구에 요금혜택을 주는 1안이 적합하다고 본다”라며 “그러나 이와 같은 보전에 따라 한전의 적자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며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국고에서 보전해야 하는 만큼 결과적으로는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우려돼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소비자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표는 “현재 인구통계학적인 측면과의 교차분석도 필요하다”라며 “4가구 중 1가구가 1인가구이며 그 중에서도 고소득측, 중산층이 많이 포진해 있어 저소득층 보호라는 누진제의 토대가 깨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면밀히 수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온라인 게시판, 공청회 논의내용 등을 경청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며 “이번 토론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정보의 부족, 독점구조에 대한 것인데 전력시장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요금제 개편과 함께 한전과 긴밀한 소통으로 소비자들의 사용행태가 어떤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적합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 미시적 데이터를 정밀히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배 민·관TF 위원장은 “이번 개편안은 하절기 냉방부하 사용편의, 저소득층 보호, 에너지절약 등을 각각 강조한 3가지 압축된 안을 제시했다”라며 “특히 에너지절약 방안은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규제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스마트미터기 등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보급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프라 구축은 2022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어서 이번 개편 이후 소비자, 전문가, 언론 등의 의견을 취합·정리해서 곧장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소비자, “근시안적 대책” 성토
패널토론 이후 플로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한 참석자는 “3개 개편안 중 1, 2안은 1단계 요금에 손대지 않고 있는데 이는 문제의 근원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며 “또한 요금수준뿐만 아니라 공급원가에 대한 논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배 위원장은 “궁극적·장기적으로 선진화를 위해서는 1단계 요금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있다”라며 “현재 1단계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이에 대한 데이터를 누적시킨 후 개편안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기보 본부장도 “전기요금은 용도별로 차이가 있으며 이미 밝혔다시피 한전의 정보공개에는 공급원가도 포함되며 이는 내부적 절차와 외부 검증을 거쳐 하반기부터 추진할 수 있도록 공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밝힌 다른 참석자는 “저소득층 보호라는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라며 “현재 통계로는 저소득층이라고 전력을 적게 쓰고 고소득층이라고 많이 쓴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만큼 저소득층이지만 쓰는 양만큼 내는 3안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참석자도 “전기는 상황에 따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닌 필수재가 되고 있는 만큼 어떤 정보를 제공받는다고 하더라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에너지절약을 위해 누진제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정말 그것이 목적이라면 국가 전체 전력사용 비중이 20%도 되지 않는 주택용보다 55%에 달하는 산업용 전기를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가정용이 전체 전력소비량의 13.6%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동·하절기 피크타임 시 주택용이 30% 이상의 비중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늘리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요금체계로 혜택을 줄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차원으로 접근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질문을 제기한 환경운동연합의 관계자는 “피크부하의 비중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누진제 체계를 주택용에만 부과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같은 소비행태를 가진 상업용에는 누진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누진제가 소비효율에 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폭염대책이라며 한시적 인하를 단행했지만 결국 기후변화 문제가 자연재난으로 가는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증가는 지속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TF는 요금부담 완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절감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이슈에 고민이 섞이다 보니 어정쩡한 요금인하로 한전만 부담을 떠안게 되는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개편안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수천억원씩 쏟아부어 봐야 결국 공기업이니 적자를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구당 몇 만원 지원하는 것은 폭염대책에 도움이 되지 않아 오히려 사회적 손실”라며 “차라리 그 예산을 이용해 노후주택의 단열을 개선하거나 고효율 에어컨을 공급하면 수십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1회 지원으로 수년, 십수년간 혜택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