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열산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한국은 태양열의 갈라파고스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가장 많이 보급되고 애용되는 신재생에너지가 태양열이다. 관계부처 및 에너지공단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태양열이 가장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큰 신재생에너지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태양열산업이 나빠질 수는 없을 듯하다. 고사 직전으로 긴급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희소식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습냉방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태양열이 산업화가 안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국민과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1980년대 초반에 조금씩 보급되면서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 1990년대 중반에 기회가 있었다. 자연순환형 태양열온수기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태양열시대가 도래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불량제품, A/S미비 등으로 소비자의 원성이 자자했으며 주무부처에서도 쇄도하는 민원으로 기피대상이 돼 버렸다.
신재생에너지 3대 중점분야(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에서도 제외되면서 가장 적은 연구개발비 배정, 같은 용도의 심야전기온수기 도입,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원가산정,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사업에서 태양열에 불리한 보정계수 도입 등 정책 오류도 있다. 결과적으로 20년 가까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지관리기술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다. 태양열시스템은 고장으로 방치되면 집열기가 과열되면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된다. 열매체 부동액 역시 잘 관리해줘야 하나 방치되면 동파로 이어진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설비의 특성상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유지관리기술의 기본은 ‘제어’다. 태양열시스템의 운전은 단순한 차온제어에 의해 이뤄진다. 태양이 강해지면 집열운전이 이뤄져 열을 획득하고 약해지면 정지하는 원리다. 여기에 반드시 고장조기경보 기능이 추가돼야 한다. 늦었지만 대한설비공학회 표준에 태양열시스템 제어에 대한 기준을 포함시키고자 제정 중이다.
특히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싸고 좋은 제품은 없다. 지금도 비인증 저가형제품이 무차별 공급되면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자격 시공업체에 의한 시공불량 역시 심각하며 전문시공업체만 가능하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크게 설치해 여름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 과열되고 수명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내 태양열업계의 기술개발 수준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주로 100℃ 이하의 저온영역에 대한 기술개발 및 지원이 이뤄졌다. 제품 및 기술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다만 워낙 기업들이 영세하다 보니 우수인력이 유입되지 않고 있으며 설계 및 시공능력도 타 설비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인다. 중고온분야의 기술개발 수준은 저온 분야에 비해 절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의 기술개발 투입액을 비교해보면 태양광 1,870억원, 태양열 48억원이다. 결과는 투자에 비례한다. 기술개발 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부질없는 금액이다.
대용량 수요처 발굴이 시급한 것 아닌가
대용량 수요처 특히 산업용으로의 영역 확대는 매우 중요하며 연중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동안 대용량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지역난방 적용인데 파급효과는 확실히 크다. 2000년대 중반에 설치됐으나 현재까지 운전되고 있지 못한 실정인데 유지관리기술 미비가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가정용이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대상을 아파트로 생각해보면 그 수요처는 막대해진다. 중국에서 신축아파트에는 모든 세대에 온수용 태양열집열기가 베란다에 설치되고 있다. 우리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최상층 세대에는 패시브하우스 기술 적용과 함께 태양광과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고 제습냉방기를 도입하면 진정한제로에너지하우스 구현이 가능하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의 올바른 정책이라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 국책과제 후보로 올라온 태양열과제는 어떤 기술인가
저온영역에 지원이 집중된 경향이었다. 발전용 등의 고온용은 이전에 지원된 적이 있으나 태양열분야에 배정된 연구비가 매우 적고 타 분야와 달리 수 년간 중대형과제 기획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에너지기술평가원 하반기 과제는 기획과제 중심으로 잡혀 있어 작은 규모의 연구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태양열발전에서 핵심기술인 흡수기 및 열저장기 개발을 최종 과제로 올린 상태다. 최종 후보였던 산업공정열 공급플랜트 기술은 보다 큰 규모의 과제로 수행돼야 하므로 훨씬 많은 연구비 지원을 배정받아 2017년 과제로 기획할 예정이다.
태양열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언한다면
먼저 부정적인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와 주무기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담당자와 전문가와의 진솔한 대화와 교류가 상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운전되는 태양열시스템이 많다. 이를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두 번째는 정책 반영이다. 건물에 적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라면 태양열, 태양광, 지열히트펌프 정도인데 우리나라 일사조건으로는 동일한 면적에 설치했을 때 태양광보다 태양열이 1.4배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크다. 지열히트펌프, 연료전지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에 따라 건물의 지붕과 남쪽벽에 태양패널을 의무화시키고 전기가 필요하면 태양광, 열(냉난방 및 온수급탕)이 필요하면 태양열을 설치하면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배출전망치 37% 감축의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 첨단과 신기술만을 쫓다보니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듯하다. 3대 중점분야와 비슷한 수준으로 반영하면 산업활성화와 함께 온실가스 저감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세 번째는 산업공정열 및 집단에너지 적용이다. 산업분야에서의 에너지소비량이 64%이며 이중 스팀 등의 열에너지가 매우 많은데 대부분 300℃ 이하다.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은 확실하나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수요처맵의 기초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대규모 산업공정열 공급플랜트 기술 확보가 절실한 이유다. 지역난방과의 태양열 연계는 약간의 기술적인 보완만 이뤄진다면 대용량 수요처의 궁극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인 운영의 본보기가 되며 태양열 홍보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관련업계 및 정부 등에 하고 싶은 말은
영세한 관련업계에 요구할 것은 많지 않다. 사후관리 우수업체에는 인센티브를, 불량업체에는 페널티를 주는 제도를 엄격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에너지공단의 ‘공공건물 신증개축 건축물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설치 의무화사업’의 보정계수 손질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향후 실시될 신재생열에너지의무화(RHO) 및 서울시 대형건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등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중립적인 대형 학회에 개정 용역을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정계수는 보급 초창기 때 여러 신재생에너지의 균형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신기후체제 대응전략 차원에서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즉 인위적인 보정계수가 아닌 오로지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로만 판단해야 하며 효과가 큰 신재생에너지가 우선적으로 보급돼야 한다. 지금도 RHO 가중치 산정을 회계법인에 의뢰한 상태다. 모든 신재생에너지분야를 만족시킬 가중치가 존재할 것인가. 1차에너지와 2차에너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에너지 비전문가들에게 경제 논리로 접근하려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나대지에 태양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좁은 국토의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건물 지붕과 벽에 설치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모든 공장의 지붕이, 국토교통부에서는 모든 건물 및 시설물의 지붕과 벽이 유정으로 보여야 한다. 설치공간이 없다는 주장 전에 인터넷지도의 항공사진을 보기 바란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태양열 보급만큼은 중국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경희대 국제캠퍼스에는 10RT 태양열흡수식냉방시스템과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의 1.5RT 태양열제습냉방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올해 여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지구 평균온도가 올라간 것은 명확하나 올해처럼 피부로 느껴지는 온난화의 원년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전력요금체제의 정비도 시급하다. 하지만 그보다 인식의 전환이 우선이다. 태양이 강렬할수록 더욱 찬바람이 나오는 태양열냉방, 궁극의 해결책은 태양에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