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kharn 창간 10주년 기념 컨퍼런스가 9월10일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열렸다. 2세션에서 진행된 녹색건축 세션은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기술·산업 생태계 전환을 집중 조명하며, 업계·학계·정부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황리에 진행됐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진화와 기술혁신’을 주제로 진행된 녹색건축세션은 제로에너지빌딩(ZEB), 녹색건축인증(G-SEED) 개정, 목조건축, 실내공기질관리, 탄소시장 기반 경제성 확보 등 건물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전략이 다뤄졌다.
발표는 △ZEB 정책방향과 미래시대 변화예측(김학건 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 회장) △G-SEED 개정에 따른 미래 녹색건축 산업(장대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 △BEMS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장진단 및 개선방안(박병훈 EMS협회 사무총장) △탄소중립을 위한 목조건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최정만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 △VCM 기반 녹색건축 경제성 확보방안(신지웅 EAN테크놀로지 대표) △실내공기질 미래기술과 정책제언(김조천 실내환경관리센터 센터장) △GR 정책동향과 제도·기술진화 방향성(김재문 삼우CM 이사) 등이 진행됐다.
김학건 KOSATA 회장, ZEB 정책·비전 제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학건 녹색건축기술협회(KOSATA) 회장은 “10년간 업계와 함께 성장하며 산업의 변화를 기록해온 칸의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냉난방공조와 기계설비, 녹색건축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전문저널의 노력이 업계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만큼 칸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전문매체가 업계와 정책, 학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가 돼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ZEB 정책방향과 미래시대 변화예측’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먼저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되짚으며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에서 건물부문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비교하면서 “유럽은 이미 1990년대부터 감축을 추진해 2050년 탄소중립을 무리없이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진입했다”라며 “한국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감축을 시작한 만큼 더욱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를 인용하며 한국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을 기점으로 감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5년간 약 15%의 감축성과를 거뒀다”라며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건물부문 감축목표 32.8%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국내 ZEB정책 변화를 설명했다. ZEB는 건축물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여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상쇄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초기 10단계 등급 체계에서 현재 6단계 체계로 재편됐으며 플러스에너지빌딩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발전했다.
김 회장은 “2001년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가 도입된 이후 공공건축물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돼왔다”라며 “2020년에는 연면적 100㎡ 이상의 공공건축물에 5등급 이상을 의무화했고 2023년에는 500㎡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부문 적용이 경기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한차례 유예된 사실도 언급하며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올해부터는 민간에도 5등급 수준의 설계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국내 건물정책이 신축건축물 에너지성능 강화, 기존건축물 성능개선, 녹색건축 기반 구축 등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건축물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한 그린리모델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건축물 84% 이상이 1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며 전체 건축물의 93.9%가 민간소유라는 점을 들며 민간부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지적했다.
기술측면에서는 패시브·액티브·신재생에너지 세 가지를 언급하며 각각의 현황과 한계를 짚었다. 패시브기술은 고성능 단열재, 기밀자재, 창호 등을 통해 건물 자체의 에너지수요를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단열재의 장기성능 저하, 기밀자재 내구성 한계 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단열재에 충전된 아르곤가스가 시간이 지나면 빠져나가 단열성능이 저하되거나 기밀테이프가 현장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아 신뢰성 있는 자재와 시공품질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액티브기술의 경우 냉난방, 환기, 조명 등 기계설비 고효율화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법제화 속도가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지적됐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에서 요구하는 성능수준이 현재 법적기준보다 높아 제도개선으로 기술발전을 가속화해야 함을 지적했으며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다양한 에너지원의 균형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는 태양광 편중현상을 문제로 꼽았다. 태양광보급은 빠르게 확대됐지만 지열, 연료전지,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 도입이 부족하며 보조금 제도개편과 시장다변화를 통해 균형있는 신재생 확대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특히 도시 밀집지역에서는 옥상면적 한계로 태양광패널 설치가 어려워 입면설치와 디자인 융합이 시도되고 있지만 건축 미관훼손 우려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미래 건축의 핵심키워드로 스마트기술과 AI를 꼽았다. 그는 부산 강서구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빌리지 사례를 소개하며 “제로에너지 주거단지와 AI기반 통합에너지관리시스템, 로봇보안시스템이 접목된 모델은 향후 도시단지 개발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건물에너지효율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탄소저감을 위한 종합적 관리와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기술중심으로만 치우치거나 반대로 자연과 환경만 강조해 불편한 삶이 되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에서 2050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대희 건설연 본부장, 녹색건축인증 국제정합성·탄소중립·민간확산 추진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장대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은 “10년 동안 전문언론으로서 업계를 연결하고 글로벌 동향을 전달해온 칸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라며 “앞으로도 녹색건축 분야 성장을 이끄는 든든한 동반자가 돼주길 기대한다”는 축하의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녹색건축인증 개정에 따른 미래 녹색건축산업 변화’를 주제로 개정안의 필요성과 구체적 변화내용을 소개했다.
장 본부장은 먼저 녹색건축 인증제도 배경을 짚으며 “이미 국내에서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이 떨어지고 현장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라며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녹색건축의 본질적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고 평가항목 실효성을 높이며 민간확산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는 규제적 항목을 개선했다”고 요약했다.
이어 “유럽 BREEAM, 미국 LEED 등 글로벌 인증제도는 이미 시장이나 제도적으로 신뢰성을 확보했지만 국내 제도는 충분한 현장의 공감대를 얻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라며 “예를 들어 일반시민이 녹색건축이라고 생각하는 건물이 실제 국내인증에서는 점수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있으므로 민간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증체계가 재설계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학술중심 평가방식에서 목적중심 체계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에너지, 생태, 수자원, 자재 등 학문적 분야별 평가가 중심이었으나 앞으로는 △탄소중립과 자원활용 △건강한 실내환경 △지속가능한 외부공간이라는 세 가지 목적 축을 중심으로 인증이 이뤄진다. 이와 동시에 기획·시공·유지관리 전 과정을 포괄하는 친환경계획 항목이 기반으로 깔리며 설계자가 건물의 방향성을 선택해 특화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개편된다.
장대희 본부장은 “이제는 녹색건축인증이 단순히 점수획득이 아니라 건물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방식도 대폭 단순화된다. 기존에는 전문분야별 점수와 가중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설계자가 최종점수를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항목별 점수가 그대로 최종점수로 반영되는 체계로 바뀐다. 이를 통해 설계단계에서 목표점수를 보다 직관적으로 계획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중복평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제 인증제도와의 정합성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인증과 LEED의 호환성은 70% 수준에 그치지만 개정안은 90% 이상으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한국건축물의 글로벌경쟁력을 높이고 ESG경영 측면에서도 활용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정안의 구체적 항목변화를 살펴보면 기존항목 중 기술적으로 이미 보편화된 요소는 삭제됐고 내재탄소 평가와 같은 새로운 요구를 반영해 신규항목이 추가됐다. 특히 건축자재 전과정평가(LCA)를 인증항목에 포함해 건축물이 단위면적당 배출하는 탄소량을 정량적으로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장대희 본부장은 “이제는 건물운영단계의 에너지절감뿐만 아니라 자재생산과 해체까지 포함하는 전과정에서 탄소배출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이는 향후 EU를 비롯한 국제시장 진출에도 필수조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내환경, 외부공간, 기후대응 항목도 강화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대응계획, 건축환경 분석, 생태인프라 조성 등은 기존인증에서 다루지 못했던 요소였지만 이제는 정규항목으로 포함된다. 또한 인증획득 후 건물외벽에 부착되는 현판디자인도 개선해, 건축주와 입주자들이 인증가치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장 본부장은 제도의 국제화전략에도 무게를 뒀다. 앞으로 녹색건축인증은 단순한 국내제도를 넘어 UN 건축물 탄소중립관련 협의체 등 국제적 플랫폼과 연계가 추진되며 특히 ESG투자와 연결해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추진되고 특성화 등급제도를 도입해 인증서에 건물의 강점을 명확히 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건축주가 민간투자자와 시장에 자신있게 어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혁신적 설계와 신기술 반영을 위한 ‘이노베이션 툴’을 마련해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등장하면 곧바로 평가항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높였다. 이는 빠르게 진화하는 건축기술 환경을 반영한 조치다.
장 본부장은 “앞으로는 태양광융합 외피, AI기반 공기질제어, 순환형 자재활용 등 혁신적 기술이 곧바로 평가점수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녹색건축인증 민간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강조됐다. 국가차원의 세제혜택과 용적률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 금융권과 협력해 녹색건축인증 건축물에 대한 이자지원·보험료 감면 등 다양한 민간 인센티브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장대희 본부장은 “제도 실효성은 현장에서 체감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라며 “인증절차 간소화, 문서일원화 등 사용자 친화적 제도설계와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참여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색건축인증이 20년 넘게 이어오며 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숙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라며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함께 국제 무대에서도 통용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훈 EMS협회 사무총장, “BEMS 설치확인 넘어 성능평가·자율운영 진화”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병훈 한국EMS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냉난방공조와 기계설비, 녹색건축산업 흐름을 한눈에 정리해주고 국내기업과 글로벌시장을 이어준 칸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라며 “칸이 지난 10년간 업계 발전을 위해 동행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산업계와 함께 탄소중립을 실현해나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BEMS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장 진단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미래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BEMS는 단순히 에너지절약 장치가 아니라 건물의 전력, 냉난방, 환기, 조명 등 에너지사용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최적의 운영전략을 제시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인프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BEMS산업은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정부정책 지원과 일부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수치적인 성과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고 확산 속도가 더딘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설치확인제도 실효성 부족 △전문인력 부족 △투자대비 효과의 불확실성 △제도적 미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 제도의 가장 큰 한계로는 설치확인제도가 지목된다. 현재 BEMS 설치의무화는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에서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만 단순히 시스템이 설치됐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설치 이후 실제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데이터가 분석되고 에너지절감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검증하지 않는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BEMS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능기반 관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단순히 설치여부가 아니라 운영성과, 절감효과, 유지관리 수준이 평가되고 인증되는 제도가 필요하며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비용만 증가할 뿐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인력 부족문제도 심각하다. BEMS는 기계설비, 전기, ICT, 데이터분석 등 복합적 지식을 요구하는 영역이지만 현재 관련 전문인력이 충분히 양성되지 않아 시장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정부차원의 전문인력 양성과정 마련이 시급하며 관련학회와 기업이 협력해 산·학·연 연계프로그램 구축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병훈 사무총장은 BEMS산업의 미래발전 방향으로 AI·IoT 기반 자율운영 기술을 꼽았다. 과거 BEMS가 단순히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사람이 이를 분석해 제어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건물에너지 수요패턴을 예측하며 자동으로 최적화된 제어를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병훈 사무총장은 “앞으로는 사람이 매뉴얼을 입력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스스로 최적운전 상태를 찾아내는 ‘자율형 BEMS’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사례로 한 공공건축물에서 국책과제로 진행 중인 AI 기반 BEMS ‘iBEEMS’를 도입한 결과 연간 전력 소비량이 25% 이상 줄고 냉난방 운영효율이 30% 가까이 개선된 사례를 소개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는 단순한 에너지절약을 넘어 입주자의 쾌적성, 건물유지관리 비용절감, 탄소배출 저감까지 동시에 달성한 성과”라며 “앞으로 민간건축물에도 이러한 성공사례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전문기업 인증제도의 도입필요성도 역설했다. 지금은 시장진입 장벽이 낮아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도 BEMS를 공급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는 시장신뢰를 떨어뜨리고 실제성과를 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전문기업 인증제도를 마련해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운영능력을 보유한 기업만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민간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축주는 초기 설치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세제혜택, 금융지원, 탄소배출권과의 연계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에너지절감이 곧 투자회수로 이어진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어야 시장이 확대될 것임을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BEMS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건물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인프라”라며 “앞으로 BEMS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건물에너지 사용 투명성이 확보되고 국가전체의 에너지수요관리 능력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만 회장, “목조건축, 탄소중립의 필연… 계획조림·산업전략 필요”
최정만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은 “칸이 지난 10년 동안 업계의 성장을 기록하며 정책, 기술, 시장을 이어온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앞으로의 10년은 단순한 효율을 넘어 건축의 본질적 전환을 이뤄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목조건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목재활용 확대가 한국건축의 미래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해외의 실증과 안전성 검증을 짚은 뒤 왜 목조건축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지 세계적 배경을 분명히 했다.
최정만 회장은 “지금까지 한국건축은 철근콘크리트와 철강위주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라며 “이는 경제성 확보에는 유리했지만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구조라는 점에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 더 이상 땅을 파서 자원을 채굴한 원료로 만드는 건축자재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음이 강조됐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과 같은 기존 핵심적 건축자재는 모두 채굴과 고온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가 시멘트산업에서, 8%가 철강산업에서 발생한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왜 목조건축으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결코 알 수 없다”라며 “지금은 건축산업이 기후위기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되고 있으며 시멘트와 철강산업은 탄소 다배출 업종의 대표로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규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예로 들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같은 자재는 EU수출 시 막대한 탄소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건축자재의 가격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 자재를 국내에서만 계속 쓰겠다고 고집할 수는 없으며 글로벌표준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일부국가는 자재단계의 내재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체계로 전환하고 있으며 설계·조달단계에서 전과정평가(LCA)가 당연한 과제가 됐다. 이때 상대적으로 배출계수가 높은 자재는 급속히 설계에서 배제되는 반면 목재와 같은 저배출 자재는 채택이 늘고 있는 흐름을 보인다.
그는 이어 “목재는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자재이며 가공과정에서도 철강이나 시멘트대비 탄소배출량이 현저히 낮다”라며 “더 이상 목재를 빼놓고는 LCA 차원의 건물탄소중립을 논의할 수 없는 필수적인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재탄소(embodied carbon)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내재탄소란 건축자재의 생산, 운송, 시공, 해체 및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건축물의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사용량과 탄소배출에만 집중해왔지만 건물 생애주기 전체를 살펴보면 내재탄소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건축물 전체 배출량의 약 37%가 운영단계, 11%가 건축자재 내재탄소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운영에너지 감축뿐만 아니라 자재선택과 구조설계에서부터 탄소를 줄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라며 “그 해법이 목조건축의 확대”라고 제시했다.
목재는 성장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건축자재로 활용될 경우 탄소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목재는 사용되는 순간부터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며 건물해체 이후에도 순환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그는 또한 계획조림(Planned Afforestation)을 통한 목재활용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무분별한 벌목은 환경파괴를 초래하지만 계획적으로 조림하고 이를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방식은 탄소흡수와 자원순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땅을 파서 캐내고 고온으로 구워 만들어야 하는 기존자재와 달리 계획조림에 성공한 국가는 더 이상 지하자원을 캐지 않고도 건축재를 공급할 수 있다”라며 “모든 건축자재를 숲에서 키워서 얻는 순환구조가 가능하며 비료 등 추가투입 없이 자연이 자라게 한 뒤 체계적으로 제재해 구조재와 단열재, 마감재까지 전 영역에 목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만 회장은 “이러한 전환의 본질은 내재탄소를 줄이는 일이며 계획조림에 기반한 국가라면 건축물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실제 계획조림지를 예로 들어 조밀식재로 가지발생을 억제해 곧고 긴 제재목을 얻는 산업프로세스를 설명했다.
계획조림은 30년 순환주기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체 조림부지를 30등분으로 나누고 매년 한 구역씩 벌목과 식재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1구역부터 30구역까지 매년 벌목 및 식재하면 30년이 지나 1구역이 성숙한 숲으로 성장해 탄소흡수력이 극대화된 상태가 되며 다시 벌목과 식재를 반복할 수 있다. 이때 조림지에는 삼나무와 같이 탄소흡수와 목자재 활용이 용이한 종을 식재하는 것이 유리하며 자연상태보다 더욱 빼곡이 식재할 경우 잔가지 생성을 방지하고 수직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생산량 및 탄소흡수량을 극대화 할 수 있어 유리하다.
우리나라도 이미 산림청이 지역별 적합수종을 제시하는 조림지도를 완성한 만큼 장기계획만 있다면 30년 안에 계획조림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에서는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특히 유럽과 북미의 목조건축 혁신이 눈길을 끌었다. 노르웨이에 건립된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은 18층, 높이 85m에 달하는 대형건축물로 목재가 고층건물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섞인 평가를 내놨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목조건축에 대해 ‘화재에 취약하다’,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미 피난계단을 목구조로 만들 만큼 방재기술과 내화목재 기술발전으로 충분히 안전성과 내구성이 입증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 측면에서 목조건축으로의 전환을 위한 실행론을 일본 사례에서 찾았다. 일본은 공공건축의 일정비율을 목구조로 발주하고 그 목재 중 일정비율을 국산재로 쓰도록 정했으며 그 비율을 수십년에 걸쳐 조금씩 높였다. 처음에는 0점대의 낮은 수치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상향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국산 목재산업이 커져 가격이 하락해 보조금의 필요성도 사라졌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성장한 일본목재의 주요 수출처 중 하나가 한국이 됐다는 사실도 짚었다. 이 경험은 비율목표를 장기로드맵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일관성이 산업을 키우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길임을 보여준 예로 제시됐다.
그는 이어 한국의 현실과 우려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최근 여러 지자체가 현상설계를 목구조로 발주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지금처럼 산업기반 없이 건물부터 먼저 늘리면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목재는 사실상 전량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입재는 운송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이 커 탄소중립의 취지와도 충돌한다. 결국 국산재시장을 키우지 못하면 목조건축이 ‘저탄소’라는 본래의 목표에 닿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기술측면의 현안도 언급했다. 한국의 내화성능 기준과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는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국내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전략에 관해서는 산림청의 임업과 국토부의 건축이 분절을 넘어 장기로드맵으로 묶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림청의 계획과 건축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시장이 커질수록 국내 제조·제재산업은 비어 있고 유통만 남게 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30년 뒤 한국의 청년들이 진입할 일자리는 수입·유통분야에만 집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산림청의 공조를 전제로 조림에서 제재·가공·시공까지 잇는 밸류체인을 단계별로 키우는 국가차원의 로드맵을 논의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전환을 뒷받침할 방법론으로는 계획조림을 건축수요와 연결하는 장기시퀀스를 제시했다. 전국을 30년 주기의 순환체계로 설계해 30년을 바라보는 계획조림으로 매년 일정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숲의 연속성과 탄소흡수력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정착하면 구조·단열·마감소재까지 목재전환이 가능해지며 내재탄소 저감효과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된다고 정리했다.
신지웅 EAN 대표, “VCM, 건물탄소중립 게임체인저”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신지웅 EAN테크놀로지 대표는 “10년 동안 건축·에너지업계의 변화를 밀착 취재하며 전문성을 지켜온 칸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라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건물부문은 단순히 비용을 쓰는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경제성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신 대표는 먼저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현황을 짚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건물 부문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32.8% 감축을 목표로 세웠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목표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책지원과 기술혁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민간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지웅 대표는 VCM(Voluntary Carbon Market: 자발적 탄소시장)을 대안으로 강조했다. 강제시장이 규제와 할당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VCM은 자발적참여를 통해 혁신적 감축활동을 신속히 수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건물은 유형과 규모가 다양하지만 VCM은 특성을 가리지 않고 감축활동을 인정한다. 또한 시장기반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충분히 신뢰성 있는 검증된 크레딧을 활용한다면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VCM시장 글로벌 성장세는 눈부시다. 2016년 30Mt 수준에 불과하던 시장이 2023년에는 150Mt으로 다섯 배 성장했다. 2030년에는 500Mt, 2050년에는 6Gt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글로벌기업과 도시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그는 일본과 유럽, 싱가포르 등 해외 정책동향도 소개했다. 도쿄의 경우 ‘Cap & Trade’ 제도를 통해 건물단위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탄소세 납부분의 5%를 국제 크레딧(VCM)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럽연합은 ETS2 제도를 통해 연료공급자에게 과세함으로써 건물단위에서도 사실상 탄소세를 부담하게 만드는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곧 건물부문이 직접적인 감축의무 주체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 대표는 건물부문에서 VCM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풀었다. 건물단위에서는 설계, 시공, 인증, 판매, 운영까지를 하나로 묶는 토털솔루션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단일건물보다는 다수건물을 묶어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는 방식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으며 탄소감축 실적거래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제안됐다. 예컨대 VCM을 담보로 한 대출, ESG 채권과 연계한 자금조달, 크레딧 선매입 계약 등 금융혁신이 건물시장에도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은 장기간에 걸쳐 운영되기 때문에 VCM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금융권 입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담보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대표는 경제성 분석 사례를 들어 VCM이 건물 투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한 건물에 약 5억원의 초기투자를 했을 때, 연간 8,000만원의 에너지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2,000만원의 VCM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단순 에너지절감만 고려하면 투자회수 기간은 6.25년이지만 VCM 수익을 포함하면 5년으로 단축된다. 또한 내부수익률(IRR)은 25% 상승하며 20년간 순현재가치(NPV)는 약 15억원에 달한다.
신지웅 대표는 “이 수치는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글로벌건물 프로젝트에서 보고된 수치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VCM이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신 대표는 저품질 크레딧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린워싱 논란과 평판 리스크, 심지어 법적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플랫폼, 예컨대 Verra, Gold Standard와 같은 기관에서 발급된 고품질 크레딧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투명한 공시와 보고가 필요하며 감축량 중복계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가이드라인(CCP, VCMI, GHG Protocol)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지웅 대표는 “VCM은 아직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곧 경쟁력”이라며 “기업이 단순히 크레딧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축실적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VCM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녹색건축의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며 “이제 친환경건축은 경제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오히려 VCM을 통해 친환경건축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조천 실내환경관리센터장, “IAQ, 데이터·AI기반 관리 전환해야”
다섯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조천 실내환경관리센터 센터장은 ‘실내공기질(IAQ) 미래기술과 정책 제언’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실내공기질 문제는 더 이상 부차적 환경이슈가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핵심과제”라며 미래기술과 정책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먼저 실내공기질 심각성을 수치로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도와 비교했을 때 실내오염도는 약 5배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염물질이 폐에 전달될 확률은 실외보다 최대 1,000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이 하루에 물은 약 2리터를 섭취하지만 공기는 약 2만리터를 들이마시는데 부피 기준으로는 물보다 1만배, 무게기준으로도 4배 이상 많은 양”이라며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한파, 폭설이 늘어나면서 실내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실내공기질 관리 없이는 건강한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내환경관리센터는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을 기반으로 환경부 장관 산하에서 운영되며 오염물질 조사, 연구, 기술개발, 컨설팅까지 포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센터는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실내공기질 관리전략을 총괄하는 허브”라며 기관의 기능을 소개했다.
발표의 핵심은 기술 변화였다. 김 센터장은 실시간 측정과 데이터 기반의 관리체계가 확산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대표적 사례로 대기오염원 TMS(텔레모니터링 시스템)을 실내공기질 관리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수십만개 대기배출원이 TMS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성과를 강조했다.
김조천 센터장은 “실내공기질 관리에서도 실시간 측정과 자동화된 데이터관리가 이뤄지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할 수 있으며 에너지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스마트기술 필요성도 강조했다. 스마트 AI 기반의 실내공기 통합관리시스템은 이미 지하철 등 일부 시설에 도입되고 있다. 센서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AI 분석을 통해 실내환경을 예측·제어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향후 센서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연계된 플랫폼이 구축돼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생활 전반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적 방향 전환도 제안됐다. 지금까지 실내공기질 관리는 사후규제와 처벌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자율적이고 선제적인 관리로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우수시설 지정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도서관, 박물관, 지하철, 대규모 점포, 의료기관, 어린이집 등 14개 시설물이 내년 3월부터 관리 대상이 된다.
김조천 센터장은 “이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잘 관리하는 시설을 홍보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라며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실내공기질 관리의 미래과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로 기술고도화를 통해 실시간 측정과 AI 기반 관리가 일상화돼야 한다. 둘째로 제도혁신을 통해 자율관리와 인센티브 중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로 국민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그는 “공기질은 단순한 쾌적성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다”라며 “실내공기질 관리문화가 확산되면 의료비절감과 삶의 질 향상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조천 센터장은 “2050 탄소중립을 향한 모든 정책은 균형을 전제로 해야 한다”러며 “환경적 가치와 삶의 편의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실내공기질 관리정책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문 삼우CM 이사, “GR 건물단위 내재탄소·탄소시장 연계 필요”
녹색건축 세션 마지막 연사로 선 김재문 삼우CM 이사는 “칸 창간 10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 관련분야 이슈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므로 향후 10년까지도 더욱 활발한 언론활동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김재문 이사는 ‘그린리모델링(GR) 정책방향과 제도, 향후 진화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자리에서 건물탄소중립과 관련한 유럽동향을 짚고 한국의 감축 노력과 제도현황을 정리한 뒤 앞으로의 정책키워드를 제시했다.
김 이사는 서두에서 “우리나라의 GR은 이제 막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라며 “아직 제도적 축적이 충분치 않은 만큼 유럽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도를 발전시켰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2019년 12월 발표된 유럽연합의 그린딜(Green Deal)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기후중립을 향한 전환 전략으로 출발한 그린딜은 이듬해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회원국 장관들이 경제회복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면서 실행동력이 오히려 강화됐다. 이러한 배경이 건물부문을 장기로드맵 속에서 다루는 토대가 됐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EU 집행위가 내놓은 리노베이션 웨이브(Renovation Wave) 전략을 소개했다. 당시 연간 약 1%에 머물던 건축물 성능개선 비율을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제시됐으며 이를 위해 △에너지효율 최우선 △경제성과 균형 △전과정평가(LCA)에 따른 자원순환 △건축데이터의 디지털전환과 활용 등 핵심원칙이 마련됐다.
김 이사는 “이러한 원칙들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공공기금 조성과 배분구조와도 맞물려 있다”라며 “충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운용하느냐가 정책성패를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유럽이 GR을 어떻게 재정적으로 뒷받침했는지 구체적으로 짚으며 “당시 EU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EU(Next Generation EU)’라는 이름으로 총 8,000억유로(약 1,30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마련했다”라며 “이 가운데 ‘회복 및 회복탄력성 기금(RRF)’이 7,200억유로(약 1,172조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리노베이션 웨이브 역시 이 기금의 활용범주 안에 포함됐다. 다만 RRF를 활용하려면 조건이 있었다. 지원금의 최소 37%는 기후변화 대응에, 20%는 디지털전환에 쓰여야 한다는 기준이었다. 실제로 제출된 계획들을 보면 대부분이 최소목표치를 상회했다으며 회원국들이 기후·디지털전환에 적극적으로 기금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회원국들은 이 기금을 신청하기 위해 국가별로 ‘국가 회복·회복탄력성계획(NRRP: National Recovery and Resilience Plan)’을 제출했고 이를 유럽 집행위 심의를 거쳐 승인받았다. 27개 회원국이 모두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약 18개국이 건물리노베이션 항목을 포함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럽이 건물 리노베이션을 경제회복과 탄소중립 전략의 양 축으로 삼았다는 방증이 된다.
김 이사는 “EU는 단순히 주거·비주거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 각국의 주거특성과 산업구조에 맞춘 방식으로 기금을 설계하고 있다”라며 “실제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 많은 국가는 이러한 건축물 보존과 리모델링을 위한 보조금을 우선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기금을 쓰면 ‘탄소를 얼마 줄였는지’ 성과지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지만 유럽에서는 감축된 탄소량 대신 얼마나 많은 건물과 면적을 리모델링했는가를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라며 “탄소저감 성과는 2026년 이후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므로 현재는 국가별로 기금집행 현황과 사용처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재문 이사는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현 시점에서 GR 핵심과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며 “첫째는 저탄소자재를 통한 내재탄소 감축연구 및 제도화, 둘째는 공공부문 GR 정책의 구체화”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공공GR정책 개요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아직 세부방법론은 공개되지 않았다”라며 “그간 방향성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지금까지 자재단위 규제에 머물던 평가시선이 건물 전체성능을 기준으로 한 전건물 접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자재 체크리스트를 넘어 한 동의 건물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에너지성능과 탄소저감 효과를 내는지에 초점을 둔다”라며 “이때 내재탄소와 운영탄소를 함께 고려하고 공사전후 성능차이를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탄소상쇄 항목까지 제도설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언급됐다. 목재를 구조와 마감까지 대폭 적용하면 상쇄없이도 목표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목재사용 확대와 식재(조림) 흡수분까지 포함하면 리모델링 과정에서 늘어나는 내재탄소 증가분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국토부·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107개 동을 분석한 결과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유지로 EPD(환경성적표지) 적용효과가 미미했으나 목재와 식재를 포함하면 내재탄소 증가분(약 10%)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GR은 설계옵션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프로젝트로 자리 잡아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평가 방법론이 성능기반 분석과 준공 이후 실측 데이터 검증이라는 이중 트랙으로 진화할 것이라 내다보며 기후·용도보정을 거친 벤치마크 모델을 활용한 총량기반 평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전건물 평가와 전과정평가가 자발적 탄소거래시장과 연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거래시장 방법론 대부분이 운영단계 소비량만 반영하고 있어 내재탄소·목재·식재와 같은 항목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형 방법론을 마련해 총량을 반영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건물 평가와 탄소시장, 나아가 경제성확보 논리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이사는 “국내 GR논의의 진전은 저탄소 자재 표준화와 평가틀 마련, 그리고 공공정책의 구체적 방법론 공개라는 두 가지 이벤트에 달려 있다”라며 “둘 중 하나라도 불명확하면 시장은 설계와 시공기준을 잡지 못하고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기 어렵지만 두 축이 분명해지면 건물단위 성능지표를 중심으로 목표·예산·성과가 정합적으로 맞물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공공부문이 기금규모와 운용로직을 명확히 설계해 민간확산의 마중물이 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럽 리노베이션 웨이브가 보여준 교훈인 정책원칙뿐만 아니라 기금조달과 배분의 실효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