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건축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은 11월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공동주최한 시민과 연구자가 함께하는 건축기술개발 ‘국토교통기술기반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리빙랩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환경건축연구원과 KICT가 공동주최·주관한 이날 세미나는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LH토지주택연구원 △대한건축학회 △에코나우 등이 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는 ‘시민과 연구자가 함께하는 건축기술 개발’이라는 주제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등으로 구성됐다. 2022년 4월1일 시작돼 2025년 12월31일까지 진행되는 국토교통기술기반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연구사업 진행과정을 공유하며 정부·학계·시민이 함께 주거환경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경회 환경건축연구원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과거보다는 전반적 만족도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생활소음, 실내공기질, 생활폐기물 등 일상 속 주거환경문제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라며 “그동안 주거분야의 연구개발은 대부분 정부의 공급자 중심의 하향식 접근으로 큰 성과를 거둬왔지만 이제는 주거정책과 건축기술이 시민의 삶에 체감되는 생활환경 속 지혜를 따라야할 시기에 도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의 핵심주제인 리빙랩은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발굴, 기획, 실행평가의 전 과정에 시민과 연구자가 동등한 파트너로 협력해 사회적 수용을 높이는 실천적 플랫폼”이라며 “세미나를 통해 리빙랩기반 연구가 건설기술 개발에서 가지는 의미와 필요성을 짚어보며 실제 운영사례를 통한 성과와 한계를 확인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 세미나 주제인 리빙랩은 거주자가 실제 거주하는 공간을 활용하며 거주자입장에서 주거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과거에 운영했던 사업 중 주거환경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반지하주거민들의 벽지개선을 추진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
이어 “단순히 벽지를 개선한다고 해서 결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당사자들에게 직접 필요한 개선방안이 아니었다”라며 “그러한 시행착오 속 이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입장이 들어가는 연구사업이 실제 진행돼 정말 좋은 기회라고 느끼며 건축학회도 성공적인 연구사업 진행을 위해 적극 후원하고 돕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 주제발표는 △건축기술 개발과정에서 리빙랩의 필요성과 중요성(이윤규 KICT 건축연구본부·실내환경관리센터 선임연구위원)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을 위한 리빙랩 운영과 발전방향(이선우 환경건축연구원 R&D센터장) 등이 진행됐다. 이어 ‘국민체감형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리빙랩 방식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주제로 한 종합토론이 펼쳐졌다. 조영태 LH토지주택연구원 단장이 토론의 좌장을 맡았으며 △문명희 에코나우 본부장 △문수영 KICT 연구위원 △전정윤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정진연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 △양성아 고양 리빙랩 시민참여단 코디네이터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시민참여기반 ‘리빙랩’, 주거생활환환경 문제 해법
이윤규 KICT 선임연구위원은 ‘건축기술 개발과정에서 리빙랩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의 주거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생활환경 요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라며 “기존 건축기술 개발이 정부·연구자 중심으로 추진돼 복합적 생활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은 실험실에서 태어나지만 현장에서 성장한다”라며 “생활데이터를 기술개발 전 과정에 적극반영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리빙랩’은 일상 속에서 시민과 연구자가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연구 초기 단계부터 △문제발굴 △기획 △실행 △평가에 참여하며 기술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검증한다. ENoLL(유규리빙랩네트워크)기준 리빙랩의 5대 핵심요소는 △능동적 사용자참여 △실생활 배경 △다수 이해관계자 참여 △다방법 접근 △공동창조 등이다.
발표에선 국내에서 진행됐던 리빙랩세미나 사례 등이 소개됐다. 강원도 원주 자유시장 지하상가는 지하층 식당가의 냄새·공기질문제가 오래 지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진·기업·지자체·상점주 등이 참여한 리빙랩 ‘자유 숨’을 통해 14회 이상 현장논의를 거치며 해결책을 구체화한 사례가 있다.
시민들이 직접참여하는 ‘스스로 해결단’을 구성해 현안제시 및 해결방안을 발굴했으며 KICT 등 전문연구기관에서도 전문적인 문제원인분석 및 해결방안을 제공했다. 산업계와 학계의 외부자문도 있었다. 산업계는 관련기술을 제공했으며 학계는 해결방안에 대한 학술적이며 전문적인 검토를 담당했다.
이 과정 속 상점주들은 고가장비보다 유지관리부담이 적은 기술을 원하는 입장을 실질적으로 전달해 연구진들은 이를 반영한 해결책을 고민하는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실내공기 만족도는 80% 가까이 증가, 불만수준은 대폭 감소했다.
현재 진행 중인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사업’도 소개됐다. 인천시, 고양시, 서울시 등 3곳의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소음·실내공기질·생활폐기물 등의 문제해결기술을 적용했으며 입주자 멘토단을 구성해 △의견반영 △기술 재적용 △성과평가 등을 반복하는 리빙랩사업이다.
구체적인 리빙랩 플랫폼 운영과정은 ‘주거환경 문제점 인식 및 원인파악→ 거주자 니즈 구체화→ 해결기술의 과제평가→ 제품 및 서비스검증→ 해결기술의 확산전략 수립 및 실행→ 제품 서비스평가 및 환류’다.
이 연구위원은 “리빙랩 운영 시 지역과 단지 특성을 고려한 적용이 필요하며 장기적·체계적 운영을 위해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해결 방향을 포착하고 기술에 반영할 때 실질적인 보급이 확산될 수 있기에 사용자 참여기반의 R&D체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참여형 리빙랩사업, 동기부여 중요
이선우 환경건축연구원 R&D센터장은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을 위한 리빙랩 운영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센터장은 ‘리빙랩’에 대한 정의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업 현황을 공유했다. 또한 사업진행 중 겪었던 어려움도 진솔하게 공유해 현장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센터장은 “리빙랩은 사용자가 혁신의 주체가 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국내 주거환경 개선에 실질적 대안이 되고 있다”라며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을 위한 ‘리빙랩(Living Lab)’ 방식 연구개발이 정책·기술 현장에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빙랩은 현장의 생활환경(living)을 실험실(lab)로 삼아 시민·기관·기업·연구자가 함께 문제를 정의·해결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기존에 진행돼 온 R&D가 기술·학술 성과중심으로 운영돼 사회적 수용성이 낮았던 데 반해 리빙랩은 시민경험과 커뮤니티 역동성을 기반으로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책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
리빙랩 운영의 차별성은 시민참여 깊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리빙랩은 단지별 약 30명씩 총 100여명으로 구성된 시민멘토단을 발족해 주거생활환경 문제를 발굴하고 사업기획·기술선정·피드백에 참여하도록 했다.
시민멘토단은 교육·현장견학·자격증 취득(환경건강안전컨설턴트·실내환경관리사 등)을 통해 역량을 갖춰 기술과제 평가에도 의견을 반영해 기술 적용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 센터장은 “최근 국내 리빙랩은 과거 사회운동·정책실험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흐름을 넘어 ‘기술개발’까지 연결되고 있다”라며 “기존에 진행됐던 리빙랩이 주민제안에 기반한 ‘바텀업’ 성격에 그쳤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본 사업은 문제설정이 선행된 상태에서 시민이 기술개선을 견인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생활소음 대응을 위해 적용한 바닥 충격음 저감매트는 ‘난방효율 저하’ 등 시민의견을 반영해 재질·두께·표면 내구성 등을 보완해 다시 적용했다. 또한 공동주택용 재활용품 자동 수거장치는 투입구 위치, 디스플레이 가독성, 크기 등 의견을 반영해 사용 편의성·안전성을 강화했으며 환경부 탄소포인트제도와도 연계하는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리빙랩사업 운영과정에서의 한계도 제시됐다. 지난해 국가 R&D 예산삭감으로 해당 사업예산도 약 90% 삭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멘토단 규모축소와 기술적용 지연이 발생했으며 꾸준하고 안정적인 관계유지가 필요한 리빙랩 사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연구사업의 연속성 유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또한 시민참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리빙랩 성과가 정량 지표로만 평가되는 현재의 경향이 과정중심 평가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리빙랩사업의 핵심은 시민들의 동기부여로 시민들이 정말 사업의 핵심주체로 설 때 사업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라며 “동기부여는 커뮤니티를 통해 가능해질 수 있으며 향후 또 다른 리빙랩 연구사업에서도 이러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빙랩운영, 시민역량·연구지속성·제도유연화 중요
조영태 LH토지주택연구원 단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리빙랩 운영과정에서 얻은 실제경험과 개선방향이 공유됐다. △시민 역량강화 △보상체계 △현장 중심의 적용 △연구 지속성 △정책·평가 제도 보완 등이 개선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문명희 에코나우 본부장은 이번 리빙랩에서 시민참여자들에 환경·건강교육을 수행한 경험을 소개했다.
문 본부장은 “시민이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동등한 연구참여자로 서는 과정이 중요하다”라며 “시민이 자신의 의견이 국가과제에 반영된다는 경험은 강한 자긍심을 만들며 이러한 경향은 이번 리빙랩 시민참여자들이 누구의 제안도 없었음에도 환경건강안전컨설턴트·실내환경관리사자격취득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사업일정 변경이나 미이행 시 시민의 실망감이 커진다”라며 “사업의 안정성과 약속이행이 리빙랩 사업이 지켜야할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영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2014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과제를 수행한 현장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무적 조언을 제시했다. 문 연구 위원은 성공적인 리빙랩의 조건으로 △생활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아이템 선정 △포인트나 혜택 등 교육과 함께 진행되는 즉각적 보상 △민원 및 돌발 상황에 대응할 비상대응체계 등을 꼽았다.
이어 “리빙랩 현장에는 다양한 성향의 참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갈등 대응 역량’이 필수”라며 “운영진이 유연한 조정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정윤 연세대 교수는 리빙랩의 가장 큰 가치를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검증하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전 교수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축적된 참여시민단의 역량과 운영경험이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됐다”라며 “사업이 종료되면 인적·네트워크자산이 소멸될 위험이 있기에 사업종료 이후에도 연속사업이나 또는 플랫폼화를 통한 지속적 운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 도처에서 다양한 리빙랩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을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주거·헬스케어 등 다양한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빙랩을 연결하고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국가단위 플랫폼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진연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은 현재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리빙랩에서 생활소음관련 세부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정 책임은 “리빙랩은 실증단계에서 단지별 환경 편차·세대별 조건 차이가 커 기존 R&D방식과 달리 수치성과만으로 평가가 어렵다”라며 “특히 층간소음 등 생활문제는 단순한 기술성능뿐 아니라 ‘이웃과의 상호배려’라는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빙랩은 숫자성과보다 시민피드백과 개선과정이 본질”이라며 “평가지표와 예산 사용 항목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 리빙랩에 직접 참여하는 양성아 고양 리빙랩 시민참여단의 양성아 코디네이터는 "시민들이 ‘주거환경문제 정의’ 단계부터 리빙랩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되길 바란다"라며 "현재는 시민단이 기술선정 이후 리빙랩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이기에 시민들의 의견반영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양 코디네이터는 “리빙랩에 참여하면서 기술적용 이후 성과 공유·피드백 확인경로가 부족해 아쉬웠다”라며 “시민이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개선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주제발표에서 리빙랩 확산 및 성공적 운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돼 집중해서 들었다”라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 리빙랩이 지역공동체사업과의 연계된다면 인재풀이 확대될 수 있고 거버넌스 강화 등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