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고성능' 중국산에 뚫린 단열재시장

  • 등록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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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술표준원, 국내 유통 PF단열재 시판품 조사
국내 PF단열재기업 90% 이상 철저한 품질관리 수행

지난 2025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PF단열재와 관련한 이슈가 도마 위로 오른 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요청으로 국가기술표준원에서 PF단열재 시판품 조사를 실시했다.

 

국표원에서 진행한 PF단열재 시판품 조사결과가 최근 KS인증기관협의회를 통해 공개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산 저가 PF단열재들이 필수 표시사항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표시법 위반’을 방패 삼아 오히려 정부의 성능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사 랑방과립이화공건재유한공사(유통사 아이오)는 원산지나 제조정보 등 필수 표기정보가 누락돼 있어 정확한 KS범주에 따른 시험이 불가능해 결국 가벼운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성능미달이 확인되도 행정처분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허점을 이용해 불량 재고를 시장에 소진하는 편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관련 법규와 KS표준을 철저히 준수하며 품질관리에 매진해 온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정부의 엄격한 성능 잣대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정해진 표시법에 따라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온 국내 기업은 작은 성능결함에도 즉각적인 인증취소와 시장퇴출이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구조다.

 

실제로 국내기업인 세경산업은 이번 조사에서 초기 열전도도 항목의 결함이 확인되자마자 KS인증이 취소되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세경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판품 조사는 시료 채취 과정에서 시료가 파손돼 성능이 저하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세경산업은 KS표준을 준수하며 품질관리에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결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은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했을 때 제재를 받는 건 마땅하다”라며 “하지만 표기정보 누락으로 인해 시험이 불가능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은 비교적 가벼운 제재를 받는 것도 마땅한 일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시기준조차 무시하는 수입산 자재들이 ‘가성비’를 무기로 현장을 잠식하는 사이 법을 지키는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라며 “수입산 불량자재는 정확한 성능검증의 추적이 어려워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득을 취하는 반면 국내 제조 생태계는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표시기준 위반
지난 2024년 대한건축학회가 실시한 ‘국내 유통 단열재 주요성능 및 품질실태 조사연구’에서 이미 중국산 PF 제품들의 라벨링을 비롯한 표시기준 위반을 지적했으나 일부 중국산 제품들은 여전히 건축법과 KS에 따른 표시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소비자가 단열재 성능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건축법과 KS에 따라 제조자에게 정확한 △성능기준 △생산정보 등을 제품에 표기토록 하고 있지만 중국산 PF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건축법상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 제32조 ‘단열재 표면정보’ 조항에 따르면 단열재 제조 및 유통업자는 △업체명 △제품명 △밀도 △난연성능 △로트(생산라인)번호 등 성능과 관련된 정보를 일반인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단열재 표면에 표시해야 한다.

 

 

KS는 KS M ISO 4898에서 ‘제품의 라벨링 및 마킹’을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단열재는 △제품 및 제조자명 △제조장소 △제조연월·일 △로트번호 △제품유형 △표피유형 △길이·너비·두께 및 포장상태 판 수 △밀도 △연소등급 △난연성 △유해가스 등을 제품 또는 포장에 표기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경결함에 해당돼 1차 개선명령, 2차 표시중지(KS정지) 3개월 등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PF 표면정보 규정과 라벨링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PF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입산 자재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체계 고도화 작업이 시급하다”라며 “성능과 표시기준을 동시에 만족해야만 유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강도의 자재 품질관리 로드맵을 가동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24년과 2025년 국가기술표준원 시판품 조사대상이 국내 PF단열재 대상으로만 집중되고 있다”라며 “실질적인 국민안전과 소비자보호를 위해선 특정 단열재 대상 조사에서 확장해 우레탄과 EPS 등 타 유기단열재에 대한 포괄적 성능점검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실시된 국내 PF단열재 제조 11개사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성 및 폼알데하이드 방출 실태조사 결과 관련 기준을 위반한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언론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기됐던 PF단열재 위해성 논란이 업계 전반의 관리부실이라고 보기 여러운 지점이다.

 

90% 이상의 국내 기업이 철저한 품질관리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재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공세는 오히려 국내 제조 생태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정 단열재를 타겟으로 삼아 몰매를 때리는 구조적 관행에서 벗어나 뛰어난 성능으로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훈 기자 jhle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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