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 마곡코엑스에서 진행된 칸 히트펌프 컨퍼런스 2-3세션에서는 히트펌프관련 R&D를 주제로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개발 현황과 실증사례들이 소개됐다.
발표는 △히트펌프 관련 R&D동향(이길봉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효율향상PD) △제지산업 폐열 활용을 위한 히트펌프기술의 필요성 및 기대효과(김진두 아진P&P 대표) △흡수식 히트펌프와 MVR 이용 스팀 생산시스템 개발현황(김인관 월드이엔씨 이사) △ATW 히트펌프 기술개발 추진경과 공유(조용훈 센추리 전무) △산업용 흡수식 히트펌프 활용사례(박용수 월드에너지 기술연구소 부장) △에너지타운에서의 열 프로슈머기술(이광호 고려대 교수)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탈탄소화 핵심솔루션 ‘HP’
이길봉 에너지기술평가원 효율향상PD는 히트펌프관련 R&D동향을 주제로 정부의 열에너지 탈탄소화 정책부터 구체적인 보급 활성화방안까지 전반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할 히트펌프기술이 열에너지 탈탄소화의 핵심솔루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 넷제로 로드맵’에 따르면 기존 석탄이나 가스보일러는 효율이 70~90%에 머물며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히트펌프는 성적계수(COP) 3 이상의 높은 효율을 바탕으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그린 전력’을 히트펌프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대비 4% 미만 수준으로 떨어져 이론적으로 완전한 탈탄소화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안보가 중요해진 유럽을 중심으로 히트펌프가 난방시스템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시행될 ‘제7차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을 통해 히트펌프 중심의 열산업 전기화를 전면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열에너지이용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을 가로막던 규제들을 개선해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고효율 히트펌프를 사용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부담 해소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부문 R&D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약 145억원을 투입해 117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냉난방과 급탕을 동시에 해결하는 히트펌프시스템 개발·실증이 이뤄질 예정이다. 개별 보일러를 사용하는 기존 주거문화를 중앙 또는 개별 히트펌프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산업부문 R&D로는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공정을 위한 기술개발이 추진된다. 특히 배터리제조 핵심공정인 드라이룸 공조기와 히트펌프를 일체화해 건조·냉각공정 부하를 최적화하는 통합 운전검증사업이 소개됐다. 이와 함께 △공기열 △하수열 △폐열 등 다양한 열원을 활용한 집단 냉난방효율 향상기술에도 110억원 규모의 R&D 예산이 배정됐다. 2026년부터는 지역난방과 연계한 대용량 히트펌프 시범사업이 본격화될 계획이다.
이길봉 PD는 “단순히 히트펌프기기를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히트펌프산업생태계 자체를 강화해야한다”라며 “대용량, 초고온 히트펌프와 같은 핵심기술을 확보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에기평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지산업 저온폐열 재활용 제시
김진두 아진P&P 대표는 제지산업 폐열활용을 위한 히트펌프기술 필요성 및 기대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제지산업은 종이를 생산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고온스팀을 소비하며 이는 곧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온폐열은 활용가치가 낮아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이를 다시 산업용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제지업계 탄소중립의 핵심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히트펌프를 통해 다시 고온으로 승온시켜 재투입하게 되면 단순한 에너지절감을 넘어 화석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또한 생산원가 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김진두 대표는 “열병합발전(CHP)와 히트펌프를 결합해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하며 상황에 따라 히트펌프를 유동적으로 가동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제지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이는 전력망 유연성을 확보하고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아진P&P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 등 글로벌시장 혁신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분산제어시스템(DCS)와 품질관리시스템(QCS)이 통합된 지능형 자동화 표준을 제시하고 공정의 효율성을 최적화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운전제어를 통해 히트펌프와 공조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생산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진두 대표는 “국내 수도권 전력 집중현상으로 인해 장거리 송전에 따른 에너지손실 등 사회적 비용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라며 “현장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폐열을 재활용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이 활성화된다면 전력망 유연성을 확보하고 국가 전체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HP·MVR 이용 고온스팀 생산기술 발표
김인관 월드이엔씨 이사는 흡수식 히트펌프와 MVR이용 스팀 생산시스템 개발현황을 주제로 폐열을 활용한 고온스팀 생산기술을 발표했다.
현재 산업현장에서 소비되는 열에너지의 대부분이 스팀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팀을 생산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스보일러에 집중돼 있어 탄소중립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저온의 폐열을 흡수식 히트펌프로 회수하고 이를 MVR로 압축해 고온·고압의 스팀을 생산하는 기술이 제시됐다. 이는 산업현장의 열원 공급체계를 전력화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제1·2종 흡수식 히트펌프는 공정에서 버려지는 저온수·폐증기를 활용해 1차적으로 온도를 높인다. 이렇게 승온된 열원은 MVR시스템을 통해 기계적으로 재압축돼 산업공정에서 즉시 사용가능한 수준의 고온스팀으로 변환된다.
해외사례로 독일 베를린에서 강수·하수처리수 등을 열원으로 최대 120°C 고온수를 생산하는 8MW급 히트펌프와 노르웨이에서 암모니아 히트펌프와 MVR을 결합해 스팀을 생산하는 펠릿 공정사례가 제시됐다. 월드이엔씨는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제지·화학·식품공정 등 대량의 스팀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산업용 스팀의 전력화 전환은 단순한 기술도입을 넘어 국가 에너지안보와도 직결된다.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스팀 생산구조를 탈피하고 현장폐열을 재활용하는 분산형 열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 기업 에너지비용 절감과 탄소규제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번에 해소할 수 있다.
김인관 이사는 “흡수식 히트펌프와 MVR기술 융합으로 화석연료기반 스팀 공급체계 한계를 극복해 탈탄소화에 한발자국 가까워질 수 있다”라며 “1999년 설립 이후 축적해온 흡수식 냉온수기 및 히트펌프 제조역량을 총동원해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스팀생산 히트펌프시장 국산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ATW HP 개발 및 관리제도 고도화
조용훈 센추리 전무는 'ATW 히트펌프 기술개발 추진경과 공유'를 통해 저GWP냉매를 적용한 히트펌프시스템 R&D 현황과 사업화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2024년부터 시작된 국내 GWP 감축 규제와 오존층법 개정에 따라 기존 히트펌프에 주로 사용되던 HFC계열 냉매가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저GWP냉매를 적용한 ATW 히트펌프 개발 중요성이 부각됐다.
현재 국내 히트펌프 관련 효율관리제도는 ATA 냉방기 및 히트펌프 관련 제도와 고시기준이 대부분이다. ATW 히트펌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필수 적용규정이 부재해 효율관리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센추리에서는 저GWP냉매인 R290을 적용한 ATW 히트펌프 개발과 효율관리제도 고도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히트펌프가 영하기온에서 성능이 절반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15°C에서 정격용량 100% 달성을 목표로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최적의 인버터 제어기술과 사이클설계를 통해 겨울철 난방부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보조열원없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실제 운영환경에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센추리는 최저기온이 -20.6°C까지 내려가는 철원실증지의 데이터를 활용해 한랭지성능을 입증했다. 또한 IoT센싱과 디지털트윈기술을 결합해 건물 내 에너지효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통합시스템을 적용했다.
조용훈 전무는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대응을 위해 시장규모 역시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번 기술개발로 저GWP냉매의 적용 및 응용기술을 확보하고 친환경 자연냉매를 적용한 상업용 냉난방·급탕 히트펌프시스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흡수식 HP 글로벌 레퍼런스 공개
박용수 월드에너지 기술연구소 부장은 산업용 흡수식 히트펌프 활용사례를 주제로 실제 설치 사례와 현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사례로는 여수 화학플랜트에 적용한 두 가지 레퍼런스를 공개했다. 해당 공정에서는 합성고무 제조 시 발생하는 솔벤트가스 폐열을 활용해 스팀을 생산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95~98℃ 수준의 폐열을 통해 120℃ 이상 고온수를 만들거나 시간당 약 11t의 스팀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두 번째 레퍼런스의 경우 약 4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으나 연간 7,200시간 운전 기준 약 1년 2개월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발전소 배기가스 폐열을 활용해 75℃의 온수를 생산하는 직화식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이는 유럽의 까다로운 CE GAR(가스기기 규정)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드칩 보일러 보급을 늘리고 있다. 월드에너지에서는 보일러 배기가스 폐열을 회수해 지역난방 온수를 생성하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며 리투아니아 바이오매스비중 확대정책에 기여했다.
박용수 부장은 “다양한 설치사례를 통해 흡수식 히트펌프도 환경에 따라 전기식 히트펌프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폐열이 버려지는 현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으며 투자비용 회수기간도 짧은 편이기 때문에 플랜트 현장에서 손쉽게 히트펌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흡수식 히트펌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E지산지소 핵심, ‘프로슈머’
이광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에너지타운에서의 열 프로슈머 기술을 주제로 중앙집중형에서 탈피한 분산형 열네트워크의 실증 성과를 발표했다.
최근 생산자와 소비자를 하나로 묶은 ‘프로슈머(Prosumer)’ 개념이 열에너지분야로 확장되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중앙집중형 에너지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에서 단방향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송배전 손실이 발생하며 환경부담 역시 크게 작용한다.
이광호 교수는 “미래에는 소규모 분산형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다방향 에너지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구조로 시스템이 조성될 것”이라며 “주택이나 공공시설이 태양열·지열 등을 통해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는 프로슈머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는 △태양열 △지열 △하수열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프로슈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열 히트펌프와 지열 히트펌프를 연계해 외기온도나 부하에 따라 최적의 열원을 선택한다. 이러한 운영알고리즘을 통해 단순히 열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열을 저장해 적절하게 분배하는 제어기술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차별화된 성과는 스포츠센터와 공공시설간 이뤄진 실제 열거래 모델이다. 스포츠센터의 대규모 태양열 집열판을 통해 생산된 열 중 남는 양을 △도서관 △어린이집 △보건소 등 인근 공공시설에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각 건물에 설치된 스마트미터링 시스템을 통해 열 이동량을 계측한다.
이광호 교수는 “진천 에너지타운은 미래 에너지전환과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확산에 성공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라며 “에너지 프로슈머 커뮤니티모델 구현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