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불연단열재 의무화, 찬·반 논란 치열

  • 등록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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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의원 대표발의, ‘건축법 일부개정안’ 본회의 상정
안정성 최우선·일률적 소재 제한… 단열재업계 의견 분분

 

지하주차장 단열재의 ‘불연재료 의무화’를 골자로 한 건축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단열재업계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화재안전성을 원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공익적 명분과 일률적인 사양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25년 12월 염태영 의원(충북 제천시 단양군)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바탕으로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지난 4월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하주차장 내부 마감재료와 단열재에 불연재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무기질업계·입법 측, "폐쇄공간 화재, 원천 차단 위해 불연화 필수"

 

법안 통과를 지지하는 입법 측과 그라스울, 미네랄울 등 무기단열재업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밀폐도가 높고 차량이 밀집한 지하주차장 환경 특성상 화재발생 시 극도의 고온과 유독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화재로 확산을 막으려면 가장 높은 화재안전등급인 ‘불연재료’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 등 최근 급증하는 주차장 내 화재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준불연 수준을 넘어 화염에 전혀 타지 않는 무기질자재로 상향 평준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왔다.

 

이러한 안전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무기단열재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화학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기단열재시장은 지난 2024년 4,6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8.9%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9,2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기질단열재업계는 이번 법안이 안전한 건축환경을 조성하는 법적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기질·외단열업계, "일률적 자재 제한은 생태계 파괴와 기술적 하자 초래"


반면 유기단열재보온재 협단체와 한국외단열건축협회 등 유기질단열재업계는 이번 규제가 실질적인 화재안전을 확보하기보다 심각한 산업·기술적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외단열건축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의 화재안전 강화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특정 재료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화재안전 확보보다 새로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화재안전은 재료 자체의 등급보다 시공상태와 시스템 전체의 화재거동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이에 맞는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질단열재업계가 우려하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기술적 한계와 건축 하자다. 무기단열재는 기존 유기단열재와 동일한 단열성능을 내기 위해 두께가 두꺼워져야 하므로 건축비가 약 15~20% 상승하게 된다. 또한 발수성이 부족한 무기질 자재의 특성상 장마철이나 환기가 취약한 지하주차장의 고습환경에서 결로와 수분 침투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단열성능 저하 △곰팡이 발생 △자재의 장기 처짐 및 들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재 자체의 화재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무기질 섬유패널에 포함된 바인더(접착제)의 열분해 온도는 300~400℃로 섬유 자체의 용융점보다 낮아 실제 화재발생 시 패널이 쉽게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4년 화성 아리셀 공장과 잉크공장, 2026년 SPC 삼립 시화공장 등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 모두 그라스울패널이 사용됐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제도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피난방화규칙 등에 따르면 유기계단열재는 까다로운 실물모형시험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반면 그라스울 등 무기계단열재는 실물시험이 면제되는 이중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규제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법안 처리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역시 지적대상이다. 법안 발의 후 약 4개월 동안 공청회나 의견 수렴 절차가 미흡했으며 개최된 단 한 차례의 토론회마저 특정 민간 연구원 관계자 중심으로 진행돼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평가다.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기질 자재를 주로 생산·시공하는 1,000여개의 중소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10,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가 강행될 경우 소수의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글로벌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는 지적도 더해진다.

 

소재 규제보다 시스템성능 중심 정책 전환 시급
유기단열재업계 관계자들은 단일 자재에 대한 사양규제보다 ‘시스템 중심’의 성능기반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는 해외 선진국 수준의 제도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영국, 미국, 유럽 등은 자재 하나가 아닌 시스템단위의 통합 실물시험을 통해 화재 확산 방지성능을 종합 검증하고 있다. 또한 국내 불연재료 평가기준에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화염지속시간’ 판정요소를 신설하고 특정 소재에 대한 시험 면제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기단열재보온재 협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률적인 재료 규제 강화보다는 ‘시스템 중심’의 종합적인 방호성능 확보와 기존 건축물의 ‘실질적인 위험 개선’에 집중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선진국처럼 단일 자재에 대한 사양규제에서 벗어나 시스템단위의 통합 실물시험을 통해 화재확산 방지성능을 종합검증하는 성능 중심의 화재안전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취지인 국민안전을 실현하면서도 관련 산업의 상생과 생태계 파괴 최소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본회의 의결에 앞서 다양한 화재안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객관적인 사회적 숙의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기자 jhle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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