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대회 '친환경냉매기술과 제도' 세션에서는 냉매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이 공유됐다.
발표는 △친환경 냉매 및 열물성 측정기술의 현황(김동호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친환경 냉매 대전환을 위한 글로벌 정책 및 표준의 변화(최준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박사) 순으로 진행됐다.
PVT·임계측정 인프라 구축
김동호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친환경 냉매 및 열물성 측정기술의 현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현재 냉동공조업계는 기존 R410A 냉매를 대체하고 GWP지수를 750 또는 150 이하로 낮춰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그러나 R410A와 비슷한 성능을 가지며 GWP가 아주 낮은 순물질 냉매 개발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 인해 대체냉매 개발은 여러 성분을 섞은 400번대 '혼합냉매'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나 향후 유럽이 PFAS 규제 등이 강화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자연냉매 형태로 포지션이 이동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 박사는 열물성을 평형 상태에서 성질을 다루는 '열역학 물성'과 시간의 변화가 포함된 비평형 상태의 성질을 뜻하는 '열전달 물성'으로 분류했다.
기존 ASHRAE에서 냉매를 분류하는 체계인 R number 형식에서 400번대 냉매들은 비공비 혼합물이며 500번대 냉매들은 혼합냉매이긴 하지만 공비혼합 형태를 띈다. 700번대 냉매들부터는 무기화합물에 번호를 붙인 형식으로 자연냉매로 명명이 되며 HFO냉매들은 네 자릿 수 형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규 혼합냉매 번호가 계속 부여되는 상황에서 업계가 널리 사용하는 물성 프로그램 'REFPROP'은 모든 조합에 대한 정확한 물성을 계산하지 못하고 경고창을 띄우는 데이터 공백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이러한 열물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관은 일본이나 이탈리아의 일부 특정기관으로 제한돼 있어 국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기상과 액상이 평형을 이루는 VLE(기액상평형) 실험설비를 구축하고 혼합물 조합에 대한 측정을 수행했다.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0mK 수준의 정밀도를 지닌 백금저항온도계와 고정밀 압력계를 적용했으며 GC(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분석 시 피크 면적값을 몰 프렉션으로 변환하기 위해 중량법기반의 캘리브레이션 커브를 직접 도출했다.
김 박사는 "실험을 통해 비공비 혼합물의 전형적 특징인 온도 글라이드와 PX 다이어그램 데이터를 확보했다"라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REFPROP의 상호작용 파라미터 최소 4개 값을 성공적으로 피팅해냄으로써 포화상태에서 보다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정확한 상태방정식을 도출하기 위해 원료 냉매 자체의 순도를 높이는 사전 정제작업과 포화밀도 실측도 함께 진행했다. 업체에서 구매한 냉매에 포함된 미세 불순물이 측정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시료를 액화질소 통에 담가 고화시킨 뒤 상부의 불순가스를 진공배출하고 다시 녹이는 사이클을 2~3회 반복해 이상피크가 없는 고순도 시료를 확보했다. 정제된 시료를 바탕으로 기상·액상 계면 평형조건에서 포화액 및 포화기상의 밀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기계연은 에기평의 지원을 받아 향후 4년간 국내에서 전무했던 순물질 친환경냉매 개발과 이에 필수적인 EOS 개발 연구를 새로 시작한다. 순물질 냉매의 물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높은 PVT(압력·체적·온도) 실험과 임계점 정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추진 중인 PVT 실험은 정해진 볼륨 내에 정확한 질량의 시료를 넣어 밀도를 고정하고 온도를 올려가며 압력을 계측하는 등밀도선기반 측정 방식이다.
특히 방정식 개발의 기준점이 되는 '임계온도'와 '임계밀도'를 측정하기 위해 매니스커스 측정기술을 도입한다. 온도를 계속 올렸을 때 기액계면의 높이레벨이 유지되면서 시스템 전체가 혼탁해지는 임계유광 현상시점을 정밀하게 포착해 임계 상태량을 특정하는 방식이다.
김동호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순물질 냉매의 임계점과 PVT 단상데이터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일본의 1~2개 기관 외에는 거의 없다"라며 "앞으로 순물질 개발과 물성 규명연구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물질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상태방정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통합 냉매관리기본법 정립
최준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박사는 '친환경냉매 대전환을 위한 글로벌 정책 및 표준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히트펌프시스템에서 냉매는 지속가능한 건물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키갈리의정서에 따라 HFC냉매에 대한 본격적인 감축규제가 발표되면서 HVAC시장은 환경적 성향뿐만 아니라 독성·가연성을 차별화한 차세대 냉매개발과 국제표준 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지표와 주요국의 법규, 그리고 최근 대대적으로 개정된 국제 안전규격의 핵심 내용 등이 상세히 설명됐다.
최준영 박사는 ISO 정의를 인용해 지속가능한 냉매를 위해서는 △환경적(GWP·ODP 최소화) △안정성(독성 유무 및 가연성 정도) △적용성(온도·압력 조건별 우수한 열적 특성 및 저렴한 가격) 등 3대 요건이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냉매 선택 시 고려해야 할 7가지 핵심 인자로 △초기투자비 △생애주기비용 △공정 및 판매의 복잡성 △위험인식 △시장 수용성 △기술 성숙도 △규정과 표준 등을 제시했다. 냉매의 적용성이 높을수록 생애주기비용은 낮아지며 규정과 표준은 해당 냉매기술이 시장에서 유통가능한지 판가름하는 최종 잣대가 된다.
최 박사는 BSRIA 2024 리포트를 바탕으로 글로벌 HVAC시장동향도 공유했다. 2023년대비 2024년 주거용 에어컨시장은 810억달러, 상업용 에어컨은 566억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인도를 비롯한 열대지역의 쿨링 수요급증으로 냉매관리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냉매규제는 유럽(EU)의 F-gas 규제, 미국의 EPA 청정대기법, 일본의 오존층보호법 및 플루오로카본 배출억제법, 중국의 HFC 관리규정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유럽은 2024년 9월 F-gas 규제를 추가 개정해 가장 공격적인 친환경냉매 전환을 가동 중이며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절 비준된 내용이 최근 유예되는 등 정치적 상황에 따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가 합동으로 'HFC 사용제품의 물질 전환일정'을 공식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고정식 공조의 경우 정격 냉방능력 12kW 미만은 2028년 1월1일부터, 12kW 이상은 2030년 1월1일부터 GWP 750 이상 냉매사용이 전면 제한된다. 이동식 공조 및 가정용 냉장고, 건조기는 2027년 1월1일부터 GWP 150 이상 냉매를 쓸 수 없다. 국내 제조사들이 글로벌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국내 기준에 맞춘 라인업을 우선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국제표준은 가연성냉매의 실내사용을 엄격히 제한해 왔으나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최근 안전규격을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추세다. △ISO 5149 △EN 378 △ASHRAE 15 등 전 세계 안전규정들이 일제히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가전 및 히트펌프 안전규격인 IEC 60335-2-40의 개정이다. R290, R32, R454B 등 가연성 및 약가연성 냉매적용 시 실내 설치높이와 방 면적, 누설 시나리오를 고려한 최적 설계 하에 냉매충전량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일정 충전량 이상일 경우 냉매누설감지기 설치와 경보 및 환기연동기능이 필수로 요구된다.
상업용 냉장기기 규격인 IEC 60335-2-89 역시 밀폐시스템 내에서 프로판(R290)과 같은 A3 고가연성 자연냉매의 허용 충전량을 기존제한에서 최대 500g까지 대폭 확대해 활로를 열어줬다. 이와 함께 유럽, 북미, 호주, 일본의 산업용 냉동기시장에서는 고압특성을 지닌 R744(CO₂) 시스템이 이미 독점적 자리를 구축했으며 MW급 대형 히트펌프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최 박사는 마지막으로 국내 냉매관리제도에 구조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박사는 "현재 국내 냉매관리 법규는 5~6개 부처의 개별 법에 파편화돼있어 현장의 혼선이 컸다"라며 "이에 따라 효율적으로 냉매를 감축시키기 위해서는 특정방향으로 시장이 이동하도록 의무화하는 일관되고 명확한 규정과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냉매원료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글로벌기업의 정책과 해외표준의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밖에 없다"라며 "지난해부터 냉매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배출량 산정에 공식 포함된 만큼 현장에서의 폐냉매 무단방출을 엄격히 차단하고 재생냉매 회수··처리정책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