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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2035 NDC 목표수립 시
ZEB·GR 확산전략 담아야”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신축건물 ZEB 시급

국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열에너지원 전환이 있다. 집단에너지 열에너지원을 청정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ECO2 시뮬레이션과 연계한 ZEB 등급 상향에 기여할 수 있도록 1차에너지 환산계수 조정 및 프로그램 반영도 필요하다. 또한 국내 신축건물 대상 제로에너지건축물(ZEB) 확산과 노후건축물 대상 그린리모델링(GR)시장 활성화도 시급하다.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 건물부문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ZEB·GR 활성화의 중요성과 수립 단계에서의 주안점 등을 들어봤다.

 

■ NDC 목표달성에 있어 건물부문 탄소중립의 중요성은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매우 높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4%가 건물·건설부문에서 배출됐고 국내 건물부문의 전기·열을 포함한 에너지 총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8년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직접·간접 합산)은 1억7,100만톤으로 8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많은 CO₂를 배출한 석탄 화력발전소 플랜트 밀러(Plant Miller)의 연간 배출량 약 2,300만톤과 비교하면 대략 7배 이상이다.

 

국내 2030 NDC 기준으로 건물부문에서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양은 간접배출량을 제외한 직접배출량은 1,710만 톤이라고 한다.

 

직접배출량을 줄이는 핵심해법은 열에너지전환이다. 지금까지 건물은 가스와 석유를 건물 내부에서 연소해 난방과 급탕을 공급해 왔기에 직접배출이 발생했다. 이를 전기 히트펌프나 지역난방(집단에너지)처럼 공급단계에서 배출이 발생하는 간접배출 체계로 전환하면 건물 내 연소를 줄이고 배출을 전력·열 생산단계로 이전시킬 수 있다. 특히 건축물과 인구밀도가 높고 기존 열공급망이 확보된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집단에너지의 저온 공급방식과 열원 저탄소화를 병행할 때 단순 전기화보다 더 높은 효율로 건물부문의 직접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 국내 ZEB 적용사례는

2013~2015년 연구·설계를 병행하고 2016~2017년 연구·시공을 거쳐 4년 만에 완공된 국내 최초 ZEB 주택단지 ‘노원 EZ하우스’는 공동주택분야에서 독일 패시브하우스(International Passive House) 국제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한 사례다. 이 단지는 태양광과 지열기반 히트펌프를 연계해 △난방 △급탕 △냉방 △환기시스템을 운영하며 세대별 스마트 분전반으로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 등 5대 에너지사용량과 패턴을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분리 계측하고 있다.

 

노원 EZ하우스의 실내 열적 쾌적성과 실내공기질 효과를 공동연구로 입증한 연구자는 양평 자택을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합한 준 제로에너지 성능으로 완공해 단독주택에서도 ZEB 설계와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산업시설 역시 예외가 아니며 2019년 준공된 힘펠 제2공장은 ZEB 5등급 인증을 획득해 공장 건축물의 ZEB 달성 가능성을 증명했다. 공공건축물은 2020년부터 단계적 의무화가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신축에도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건축물의 용도와 무관하게 △냉난방 부하 저감 △고효율 설비 도입 △신재생에너지 최적화 제어 △BEMS 기반 효율적 운영 등을 순차적으로 구현하는 전략을 미래 건축의 표준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 국내 GR 적용사례는

국내 GR 적용사례로 안산시 단원구 부곡어린이집은 원형 창 호수의 틈새바람과 누수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창호성능을 개선하면서도 원형 디자인을 유지하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수행해 실내 열적쾌적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하며 오랫동안 혜화·명륜동 3,400여세대에 아리수를 공급하던 ‘혜명아리수올림터’(가압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 어린이를 위한 휴게공간이자 ‘제로에너지놀이터’로 재탄생했다. 50년 넘게 큰 변화가 없던 골목길에 야간 경관 조명을 도입해 안전성과 온기를 더했고 가압장 2층 놀이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옥외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시설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쉼터 상부 태양광모듈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강동구청 본관과 별관은 공공건축물 GR의 대표적 성과사례다. 본관은 비이주형 리모델링으로 업무연속성을 유지했으며 별관은 이주형 GR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성능 개선을 달성했다.

 

GR은 기존 리모델링처럼 단순한 내·외관 개선에 그치지 않고 건물에너지사용을 구조적으로 효율화하며 새로운 공공·생활공간을 창출해 중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건축물이 새롭게 거듭나면 주변 도시경관은 개선되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동과 일자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된다는 장점도 있다.

 

■ ZEB·GR,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연계방법은

 

K-택소노미는 어떤 사업이 친환경 활동에 해당하는지를 분류하고 그 정합성을 근거로 투자 가치를 판단하게 해주는 국가표준분류체계다. 이 체계에는 신축 ZEB과 기존건축물 GR이 포함되며 기업·지자체·공공기관·민간 소유자는 이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ESG 경영 또는 사회공헌 차원의 건축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설계·시공·운영단계의 성과와 투자 집행을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이를 K-택소노미의 언어로 정렬할 때 △금리인하 △보증우대 △채권발행 용이성 등 실질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연계의 핵심은 ‘기준’을 분명히 하고 전후를 비교해 증명하는 데 있다. 신축 ZEB는 △외피성능향상 △기밀 △냉난방 에너지요구량 △1차에너지 요구량 △에너지자립률 목표 등을 설계단계에서 확정한다. GR은 공사 전 사용량을 기준으로 설정한 뒤 공사 후 절감수치를 제시하도록 한다. 물론 기계장비 물량 달라지거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에너지비용은 상승할 수 있으므로 단위면적당 냉난방 에너지요구량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설계·시공은 △냉난방 부하저감 △고효율 설비 △신재생에너지 △BEMS 운영 등 순서로 진행하고 저탄소 자재와 낮은 지구온난화지수(GWP) 냉매를 적용하며 누설관리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운영단계에서는 전력·난방·급탕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기록해 국제성과 측정·검증 프로토콜(IPMVP)을 표준으로 절감량을 산정해 둔다면 국제사회에도 증빙이 쉬워질 것이다.

 

금융은 △녹색채권 △지속가능연계대출(SLL) △ESCO 등과 연동해 건축물별 면적당 에너지사용지표(EUI)·CO₂·피크전력 등 목표달성에 따라 우대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결국 K-택소노미 기준에 맞춘 설계·증빙·운영을 실행하면 ZEB 인증과 금융혜택을 동시에 확보하고 에너지비용 절감·자산 가치 상승·도시 탄소감축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

 

■ ZEB·GR 활성화방안을 제언한다면

 

ZEB와 GR 활성화를 위해 사회성과연계채권(SIB) 도입을 제안한다. SIB는 민간이 선투자하고 공공이 성과달성 시 지급하는 구조로 지방소멸 위험지역·균형발전 필요지역의 공공건축물에 우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SIB 적합 대상을 스크리닝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성과지표(KPI)를 설계해 건축물 변화가 시민의 삶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성과지표는 △에너지·환경 지표(EUI, CO₂, 피크전력, 열원 전환율) △지역사회 지표(이용률, 아동·노약자 프로그램 증가, 야간 안전, 상권 활력)를 감안해 설정할 수 있다.

 

사전에 목표달성 수준별 단계지급을 약정하고 미달 시 감액한다는 조건으로 민간과 공공은 성과중심연계채권(SIB)계약을 체결하고 성과는 제3자 검증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정부입장에서는 예산 선투자 없이 에너지절감과 공간복지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고 지방 균형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서울·경기도는 공공건축물의 ZEB·GR을 빠르고 균질하게 추진하기 위해 비주거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위탁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수탁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서울형/경기도형 켐코’다.

 

켐코는 전수조사로 대상 건물을 선별하고 △부하저감 △고효율 설비 △신재생에너지 △BEMS를 표준설계로 적용하며 설계·조달·시공·커미셔닝·운영개선을 일괄 관리한다. 사업은 성능기반 발주로 추진하고 핵심성과지표(KPI)에 연동해 지급·보너스·페널티를 운영한다.

 

금융은 녹색채권·지속가능연계대출(SLL)·ESCO와 필요시 성과중심연계채권(SIB)와 묶어 초기부담을 낮추고 준공 후 성과가 확인되면 보증부여·담보개선·차환발행을 실시해 이자율과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 수탁기관 설립은 시급성·전문성·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해 공공건축물 ZEB·GR을 패키지로 확산시키고 표준설계·표준계약·표준KPI를 통해 단가를 낮추며 성과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 예산이 확보되면 ZEB와 GR을 실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 기후위기 완화와 적응을 위해 건축물부문에는 SIB와 위탁개발사업 도입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제도개선을 통해 국가는 국민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거주환경을 매우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금융 연계 △성과중심 개발사업 △건물부분에서의 채권제도 도입 △수탁기관 설립 등 이외에도 제도차원에서 변화돼야 할 내용이 있다. 사실상 민간건축물의 ZEB와 GR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어렵다. 규제로 느낄 수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차원에서 민간건축물이라 할지라도 공공규제는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정부지원이 시급하며 재원마련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먼저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개정이 필요하다. 제28조 ‘시장·군수·구청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설치한다’로 의무화하고 각 지자체가 GR뿐만 아니라 ZEB까지 포함해 ‘GR·ZEB 기금 설치·운영 조례’를 제정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 에너지기금과 통합관리로 집행율과 성과율을 높여야 한다. 무공해차 보조금에 상응하는 ‘무공해건축물 보조금제도’도 도입해 민간 ZEB·GR을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

 

국내 ZEB와 GR제도는 성과중심제로 개편돼야 한다. 단순 인증발급을 넘어 운영단계 모니터링으로 등급과 절감성과를 검증하고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도록 한다. 독일 사례처럼 절감률·운영성과를 기준으로 상환부담 일부를 경감하거나 보조금을 차등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녹색건축물 조성’에 머물지 않고 ‘제로에너지건축물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무공해건축물 운영지원법(안)’으로 전환하고 △‘주택법’ △‘건축법’ 등 해당 법을 연계·통합해 △계획 △인허 △시공 △운영 △검증 등의 전 주기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이 제도화되면 민간에서의 실질적인 감축이 촉진되고 국내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이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