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통합출범을 앞두고 있는 ‘대한설비융합협회(회장 연창근)’는 지난 11월25일 2025년 통합총회 1부행사에서 공기열 히트펌프 대응방안 포럼과 기계설비기술관리법안 추진경과 보고 등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성희 대한설비융합협회 공기열 히트펌프 기술위원장은 포럼개회에 앞서 최근 공기열 관련 법제화논의와 그동안의 대응과정을 공유했다.
올해 국회에서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과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며 재생에너지의 정의에 공기열원 등을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입법예고기간 동안 1만1,000건이 넘는 반대의견이 제출되며 국회 안팎에서 큰 이슈로 부상한가운데 관련법안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기계설비단체들은 입법저지를 위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공기열 관련법안 공동대응 테스크포스팀(TF)이 구성됐으며 지난 4월에는 18개 단체가 공동으로 재생에너지 지정 반대 탄원서와 의견서를 국회와 관계 부처에 제출했다.
이어 9월에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위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상세히 전달하기도 했다.
이성희 위원장은 “오늘 포럼은 공기열 히트펌프 법제화 대응을 주제로 한 첫 자리”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종사자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열 히트펌프, 성능 한계 뚜렷… PVT기반 대안 필요
이성락 유천써모텍 연구소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공기열에너지 이용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국내 재생열에너지는 햇빛과 물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 변한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국내 열에너지 소비 비중은 전 세계 추세와 비슷한 약 48% 수준이며 산업·건물부문 열에너지 사용은 전체 에너지의 50~80%를 차지하고 있다.
열에너지 소비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약 29%에 달한다.
국내는 최근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으로 공기 대 물히트펌프가 고효율에너지기자재로 추가됐다.
고효율에너지기자재 보급지원정책에 따르면 건물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의무적용하도록 명시돼 공공기관과 조달청에서 우선구매할 수 있으며 융자지원과 세제혜택 등이 주어진다.
그러나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시 성능저하 등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2014~2018년 동안 심야전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공기열 히트펌프 구매 시 200~250만원을 지원하며 총 3만1,035대를 보급했다
그러나 설치된 대다수 제품의 겨울철 난방성능이 설계치의 50% 수준에 그쳤으며 민원이 다수 발생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이성락 유천써모텍 연구소장은 “공기열히트펌프의 가장 큰 문제는 겨울철 난방성능저하”라며 “국내기후 특성상 서울은 영하 5℃ 이하 53일, 0℃ 이하 90일, 인천은 영하 5℃ 이하 18일, 0℃ 이하 87일, 대전은 영하 5℃ 이하 43일, 0℃ 이하 90일로 겨울철 저온구간이 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성능 저하가 필연적이며 1차에너지환산계수 2.75 기준에도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실외기에 성애로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보조난방기기사용에 따른 전력피크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실외기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 올해 7월 광주에서 발생한 15층건물 실외기폭발한 바 있으며 최근 5년간 여름철 계절용기기 화재건수 냉난방기 453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공기열 히트펌프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 효율적 재생에너지 이용방안은 태양광·태양열 복합패널(PVT)이다.
PVT는 태양광보다 발전효율이 높으며 동시에 미온수를 생산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경제성이 높다. 기존 태양열집열 대비 동일면적대비 에너지 생산량이 크다.
이성락 소장은 “PVT와 지열히트펌프를 결합할 경우 태양광 전력으로 히트펌프를 운영하면서 지열을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에너지자립형 친환경 주택단지에 적합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열에너지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열에너지의무화제도를 도입해 건물에너지소비량의 일정비율을 재생열에너지로 공급해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의 균형적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라며 “이때 PVT복합열원 등 미활용열에너지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기열 히트펌프, 혹한기 성능저하·탄소배출 증가… 기술·정책보완 시급
이영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공기열 히트펌프의 현황 및 문제점과 관련용역 진행과정 등을 발표했다.
전 세계 재생열 소비량은 2028년까지 2023년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가분은 전 세계 열수요 증가량의 70% 수준에 그쳐 화석연료 소비와 이로 인한 CO₂ 배출은 여전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히트펌프 시장 규모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국내 시장규모는 약 29억달러(약 3조5,000억원) 수준이며 2026년에는 약 34억달러(약 5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는 △기후에너지정책 거버넌스 정비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2030년 재생에너지 78GW 이상 확보 △전환부문의 탈탄소화 △수요의 전기화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 확대를 통한 전력 확보, 에너지효율 향상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건물부문에서도 히트펌프기반 전기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냉방뿐만 아니라 난방·급탕까지 히트펌프적용이 확대되면서 건물에너지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기반 설비의 대체 기술로 히트펌프 통합기술 확보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지능형 실내기기반 대류난방 방식이 점차 보급 확대되는 상황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가 히트펌프 시장확대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열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될 경우 지열·태양광 등 기존설비를 상당부분 대체하며 건물부문 신재생에너지 중심설비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영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지정하려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며 기계설비 설계·시공·제조 등 기존 산업생태계가 생존위협에 직면해 있다”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도 히트펌프 보급을 위해 약 9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배정해오고 있어 정책추진속도에 비해 산업계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SPF > 1.15×1/η 조건을 충족해야 재생에너지로 인정되며 국가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54% 이상이므로 지정이 가능하다”며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11.1%로 동일 기준 적용은 현실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외기온도 0℃ 미만에서 COP 저하가 크고 제상운전빈도가 증가해 가스보일러 대비 에너지성능이 떨어지며 이로 인해 탄소배출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은 겨울철 평균기온이 약 3개월간 0℃ 이하로 유지돼 난방효율저하의 우려가 크다.
전력수급 측면에서도 위험요인이 확인됐다. 가정용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전환할 경우 전력예비율은 –3%로 시뮬레이션돼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9년까지 732개 데이터센터가 추가 신설될 경우 약 4만9,397M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해 전력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산업계 영향 역시 주요쟁점이다. 공기열 히트펌프가 재생에너지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집중이 심화되며 기계설비 시공·설계, 냉동기·보일러 제조, 지열·태양광설비 등 중소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은 정부 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 지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발주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제조·시공·설계·감리·유지관리 분야를 대상으로 업계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중앙냉난방시스템과 공기열 히트펌프 시스템의 비용·구성·업무량·필요 인력 등을 비교·분석하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영준 연구원은 “혹서기·혹한기 모두에서 공기열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대비 성능저하와 탄소배출 증가 문제를 나타낸다”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계 설계·감리·유지관리·제조 등 전 영역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며 제도도입 시 충분한 유예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열히트펌프 재생E 지정 ‘시기상조’
발제에 이어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이성희 협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홍현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장(조선대 교수) △이영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박사 △김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전무 △박정연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성락 유천써모텍 연구소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조홍현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화석연료기반 온실가스 감축인데 공기열히트펌프가 재생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계절적 성능·열원특성·전력 소비량에 대한 명확한 실험근거가 필요하다”라며 “공기열원 히트펌프는 외기온도가 낮아지면 제상운전이 잦아지고 COP가 급격히 떨어지는데 지열·수열·태양열처럼 혹한기에도 COP 2.5~3.0 이상을 유지하는 열원들과 비교해 장기적·전국적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이미 3건의 법안을 발의해 지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발전구조에서는 전기로 구동되는 공기열 히트펌프가 오히려 탄소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라며 “정부 목표대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78GW를 달성해도 전체 발전 비중은 약 20%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상태에서 공기열HP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 블랙아웃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에도 재생에너지 지정 조건으로 국가별 재생전력 비율·히트펌프 성능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나 국내는 아직 현재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라며 “현 시점에서 재생에너지 지정은 시기상조다”고 지적했다.
이성락 유천써모텍 연구소장은 “공기열 히트펌프의 성능시험기준이 난방기간 평균온도 7℃를 적용하고 있어 실제 서울·중부지역의 겨울 환경과 괴리가 크다”라며 “현행 시험기준만으로는 과장된 성능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현장에서 겨울철 난방성능 저하에 따른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난방성능 검증이 충분히 확보된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락 소장은 이어 “반면 지열히트펌프는 연중 15~17℃의 안정적 지중온도를 활용해 혹서·혹한기에도 난방·냉방효율이 높다”라며 “향후 PVT 복합모듈과 연계한 전기+열원 복합시스템 등이 탄소중립 실현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한국보일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법안추진이 중소 제조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재생에너지 지정 시 국가·지자체 보조금 지급 근거가 생기는데 이는 사실상 대기업을 위한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시기기반을 대기업이 독점하고 이후 세계시장진출 발판을 마련하라는 논리”라며 “태양광시장이 중국산제품에 잠식된 것처럼 히트펌프도 동일한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전무는 “정책대응의 핵심은 국회 내 절차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 흐름 속에서 전략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며 “협회를 중심으로 16개 단체가 참여한 TF를 구성해 수차례 실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는 단기간 내 법안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지만 정부와 부처의 강한 추진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간을 확보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며 소위·법사위단계에서 최대한 견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기계설비기술관리법안 추진경과 보고
강기호 설비기술협회 전임회장은 지난 11월25일 2025년 통합총회 행사에서 기계설비기술관리법안 추진경과를 보고했다.
강기호 전임회장은 “그동안 기계설비분야는 전기·소방·통신과 달리 독립적 법체계가 부재해 현장의 기술관리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기존 기계설비법은 사실상 ‘유지관리법’ 성격이 강해 “설계·시공·감리규정이 충분히 담기지 못한 점이 한계였다”고 말했다.
협회는 기술관리를 위한 별도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기계설비기술관리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협회는 김희정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설계·시공 분야의 열악한 현실을 전달했으며 의원이 직접 법안제안을 요청하고 초안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국회 방문과 설명을 거쳐 성안 통보까지 마쳤으나 계엄·청문회 등 국회 일정 혼란으로 대표발의와 공청회 일정이 연기됐다.
이후 문진석·복기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현재는 김희정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청회는 12월16일로 계획됐으나 조정돼 2026년 1월7일로 확정됐다.
강기호 전임회장은 “탄소중립과 AI·디지털전환 등 산업환경 변화 속에서 기계설비기술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미래 위험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계설비기술관리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이번 법안추진을 통해 기계설비의 기술관리체계를 재정립하며 산업전반 전문성 강화와 제도기반 마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