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물이 고단열·고기밀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건물외피에서 발생하는 ‘열교(Thermal Bridge)’가 에너지성능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열교는 에너지손실뿐만 아니라 결로·곰팡이, 구조재 손상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구조용 열교차단기술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대한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이 주최하고 건축성능원이 주관한 ‘2025 탄소중립 건축을 위한 열교차단 기술 발전 토론회’가 11월28일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열교차단기술의 성능과 적용 사례를 공유하고 현행 설계·시공기준 한계를 점검해 학계·산업계·기술단체가 함께 정책·기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열교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보다 정교한 기준 정비와 기술 적용 확대가 탄소중립 실현의 중요한 과제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1부 발표에서는 △열교차단기술 소개(안상희 건축물에너지평가사) △열교제어를 통한 건물에너지 손실 저감과 탄소중립 실현 전략(이태구 대한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장) △열교차단 기술의 제도화 방향(구보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열교차단 통한 건물E 비용 절감"
안상희 평가사는 '열교차단기술 소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제는 단열재 두께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건물의 에너지손실을 줄이고 에너지성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단열재 두께와 열관류율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단열재 열전도율 0.034W/m·K 기준 열관류율을 0.3W/㎡·K에서 0.2W/㎡·K로 낮추기 위해서는 단열재 두께가 약 56mm 증가한다. 열관류율 0.2W/㎡·K에서 0.1W/㎡·K로 낮출 때는 단열재 두께가 170mm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단열재 두께 증가는 한계가 있어 '열교차단'이 건물의 에너지손실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정책 아래 제로에너지건축(ZEB)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건물의 에너지소비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고단열 △고기밀 △열교차단 △고성능 창호 △외부 차양 △열교환 환기장치 등 패시브기술의 강화가 필수적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열교다.
구조체가 외벽에서 돌출되는 발코니나 파라펫, 슬래브 끝단, 창호 등에서는 필연적으로 단열이 끊기며 열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가는 열교가 발생한다. 열교로 인해 건물에너지사용량이 약 30%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국소적인 표면결로와 곰팡이발생, 내구성 저하 등 주거환경 악화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뉴욕시 에너지절약법(ECC) 개정안에 따르면 신축건물의 발코니·파라펫에는 구조용 열교차단재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거나 해당 부위를 전체 단열재로 감싸야 한다. 이를 건물에 적용하지 않을 경우 COMcheck(미국 에너지부서의 에너지규정 확인프로그램) 또는 에너지 해석모델 상에 발코니 부위 단열손실에 대한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열교부위로 손실되는 열량을 포함해 열관류율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으며 열교 해결을 위한 세부지침을 수립하도록 권고한다. 일본은 건축물의 △벽 △바닥 △지붕 등 구조체 부위 열관류율 산출 시 열교부위를 포함해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건물 외피 단열성능 관리를 위한 TEDI 기준을 수립해 열교를 관리하고 있다.
열교차단이 적용된 건축물은 구조체의 유효열관류율을 낮춰 건물에너지 요구량의 약 30% 절감이 가능해 에너지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구조체 표면온도를 열교차단 미적용 건축물대비 6~8℃ 높여 결로 및 공팡이 발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쾌적한 실내환경 조성을 가능케 한다.
국내에서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연구원을 중심으로 공동주택 슬래브 열교문제 해결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슬래브용 열교차단재를 적용할 경우 32평형 기준 냉방에너지 15%, 난방에너지 27% 절감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더해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건축물의 단열성능 향상을 위한 열교 저감기술 제도적 기반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열교 유형별 표준 성능평가 시험방법 KS표준(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열교저감기술 및 제품 활성화를 위한 적용 의무 법제화 및 인센티브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
안 평가사는 "고효율 건물을 위해서는 설계단계부터 열교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쾌적하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건물을 경제적으로 만들기 위한 해답은 결국 '열교문제 해결'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효율 향상, 건축물 열교차단이 핵심"
이태구 대한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 원장은 열교제어를 통한 건물에너지 손실 저감 및 탄소중립 실현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재 EU에서는 건물부문 에너지소비와 탄소감축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EU 건물부문이 전체 에너지소비의 40%, CO2 배출의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2000년 이전 노후건축물이 85%에 달해 에너지성능 저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EU는 EPBD 개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성능이 가장 낮은 건물 15% 개선을 의무화하고 2027년부터는 공공건축물, 2030년부터는 모든 신축건축물에 ZEB 기준을 적용한다. Renovation Wave 정책은 2030년까지 3,500만동의 성능개선을 목표로 하며 열교제어는 성능격차를 줄이는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열교는 단열 불연속으로 인해 열이 집중적으로 흐르는 구간이며 재료·기하학·시공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열교가 발생하면 △단열성능 최대 40% △에너지소비 증가 최대 30% △난방부하 증가 최대 30%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표면결로·곰팡이 문제로 이어져 내구성과 실내환경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창호·벽체 접합부나 발코니 슬래브, 기초 접합부와 같은 부위는 구조적 특성상 열교가 집중되는 영역이다. 실제 분석결과 열교는 건물 외피면적 중 열교부위는 3%에 불과하지만 연간 122kWh/m2 열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손실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열교문제로 인해 난방비가 최대 41.8% 상승할 수 있으며 창호 하자보수 평균 비용이 세대당 120~180만원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자 소송 건수도 2010년 69건이었지만 2017년 4,227건으로 61배 증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단열 연속성 확보가 제시됐다. 건물의 외피에서 단열의 연속성이 끊길 경우 심각한 열교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구조체 접합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디테일한 설계와 시공이 필요하다. 단열 연속성 확보의 핵심기술은 △모서리 단열재 교차 △기초·벽체 수평 단열 연속 △방습층 충돌 최소화 등이 있다.
열교 개선 시 겨울철 외벽 열손실을 600W에서 439W까지 약 26.9% 감소하고 간헐난방 시 열교개선으로 난방비 41.8% 절감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연간 에너지절감 8.5% △난방성능 개선 3.5% △유형별 난방에너지 절감률 25%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대비 효과분석 결과 일반 주택 기준 초기 투자비용이 1200~3500만원 발생하지만 연간 에너지 절감액이 25~41%에 달해 약 3.2~4.6년이면 초기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하다. 유럽의 주요국은 건물에너지효율 개선 및 열교제어 관련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저리융자 보조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보조금 세액공제 등을 운영하며 건축물 성능 향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도 이러한 지원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 원장은 “다양한 연구를 근거로 열교가 단열성능 최대 40% 저하, 에너지소비 최대 30% 증가, 난방에너지 최대 67%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열교는 결로·곰팡이, 구조재 부식 등 건축적 문제뿐만 아니라 호흡기·심장질환 등 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교차단기술 적용과 함께 정교한 설계와 시공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재 구조용 열교차단재 적용과 시공 창호 주변 단열 연속성 확보 및 시공 품질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열교방지를 위한 투자는 건물의 에너지효율과 실내 쾌적성을 향상시키면서 나아가 건물가치 증대와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표준화된 열교차단 시험법·제도적 평가기준 마련 시급"
구보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열교차단기술의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건물 외피 단열성능도 잇달아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열교부위로 열손실이 집중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단열재 두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최근 설계 경향을 고려하면 고성능 건축물에서 외피열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규정에서는 열교차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능기준과 평가방식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국토부의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은 외피 모서리에 단열을 연속으로 설치하고 선형 열관류율 기준을 충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내단열·외단열·보조단열재 조합을 기본으로 명시하고 있어 구조체 자체의 열교를 차단하는 열교차단재가 적용된 경우에는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ISO 10211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평가만 인정되는데 이는 표준화된 경계조건과 재료 물성값이 부재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해외사례에 따르면 EOTA(European Technical Assessment)가 열교차단 패스너와 발코니 연결부의 성능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더해 ISO 10211과 ISO 6946을 활용해 해석적 산정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반면 국내는 외피 열교차단재 성능을 검증할 실험규격이 전무하고 기존 KS F 2277과 같은 벽체 단열평가 규격은 열교부위의 단열성능을 검증하기에는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서 연구진은 열교차단재 성능을 실증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KS F 2277에 기반한 챔버테스를 수행했다. 1,000mm x 1,000mm 규모의 시험체를 제작해 열교차단재 적용여부에 따른 성능을 비교했다. 비교결과 열교차단재를 설치한 모델의 통과열량은 약 6.83W로 미적용 모델의 18.69W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를 선형 열관류율로 환산하면 약 0.195W/mK로 산출되며 열교차단재가 구조체 열교를 유의미하게 저감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재료물성 △경계조건 등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보완할 표준화된 목업 시험법의 도입이 시급하다. △시험체 크기 선정 △edge effect 확인 등 실제 실험을 위한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제도적 보완방향도 제시됐다. 현재 ECO2프로그램은 내단열 0.15W/㎡·K, 외단열 0.10W/㎡·K의 열손실계수를 일괄 적용하고 있어 실제 열교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단열 0.240.24W/㎡·K △외단열0.12W/㎡·K △외단열+열교차단재 적용시 0.05W/㎡·K 등 보다 현실적인 보정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구 연구원은 “고성능 건축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열교부위의 성능평가기준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라며 "특히 열교차단재가 실제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되기 위한 표준화된 인증시험법과 제도적 평가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교차단기술이 제도화된다면 고성능·제로에너지건축 확산과 나아가 실질적 탄소중립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2부 토론회에서는 △배재훈 전남대학교 교수 △오상근 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회장 △김영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윤용상 대한건축학회 운영탄소센터장 등의 패널로 참석했다.
오상근 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회장은 “열교차단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이를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재 열교차단기술은 제도 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설계의무나 성능검증체계가 충분하지 않아 공동주택과 공공건축물을 우선대상으로 열교차단 디테일 표준도, 필수점검 체크리스트, 시공품질 기준 등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교로 인해 외기 접합부 누수, 구조체 균열 및 개재수분, 금속부식, 내구성 저하, 결로·곰팡이에 따른 실내환경 악화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진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고차단기술은 구조, 방수, 단열, 기계설비 등을 모두 포함한 통합적 관점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열교차단기술에 대한 성능측정과 실증기반 연구를 강화해 정책과 기준이 데이터를 기반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열교차단기술은 단순한 자재나 부품의 문제가 아닌 향후 건축이 지향해야 할 탄소중립과 안전한 거주환경 개선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설계에 열교차단기술이 포함되더라도 시공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현장 적용이 어렵다”라며 “표준시방서에 공법이 정리되면 설계·시공의 일관성과 경제성 판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일 서울과기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물 외피의 단열이 잘 갖춰져 있어도 열전도율이 높은 지점이 존재하면 그 부위로 열손실이 집중된다”라며 “발코니와 같은 돌출부는 ‘핀 효과’를 일으켜 열손실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열교차단기술이 적용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은 내단열, 외단열, 보조단열재의 구성을 기본으로 해 구조용 열교차단재가 적용된 경우 이를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라며 "발코니 열교차단재, 파라펫용 차단재 등 실제 설계에서 활용되는 고성능 열교차단기술이 기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정책적 보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열교차단기술 개선은 단열의 완전한 연속성 확보와 구조용 열교차단재의 적용, 외단열방식 확대, 열교 유발요소의 사전제거 등이 있다"라며 "특히 구조용 열교차단재는 발코니, 파라펫 글래브 등 구조체를 절단해 단열을 연속시킴으로 열교차단을 가능케 해 건물에너지 요구량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어 현장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열교차단기술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화가 선행돼야 하며 ECO2프로그램에서 내단열, 외단열, 열교차단재 적용여부에 따른 차등적 보정계수 부여로 개선돼야 한다"라며 "국내 현실을 반영한 표준화된 실증시험 규격 마련을 통해 시공품질 확보와 제품인증 나아가 ZEB 의무화 실효성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용상 건축학회 센터장은 “현행 ECO2의 열교 가산치가 내·외단열간 차이가 작아 열교의 실제 영향이 축소될 수 있다”라며 “보다 적절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열교 길이 산정 시 복잡하면 실무 적용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열교문제의 해결이 단순한 에너지절감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의 품질 향상과 사용자 건강 보호, 더 나아가 탄소중립 실현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열교차단기술 활성화를 위해 성능평가기준 마련과 ECO2 반영 등 제도권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