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IT산업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점으로 180° 변화했다. 현재는 AI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hatGPT, Gemini, DeepSeek 등 대화형 AI서비스가 쏟아져나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스마트폰이 그랬듯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 역시 AI기술을 국가의 핵심성장동력으로 꼽으며 ‘AI 3대 강국’실현을 목표로 로드맵을 설정했다.
AI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AI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DC)산업 역시 크게 도약 중이다. 건설업계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DC만큼은 시장규모가 점점 확대돼가고 있다. KDCEA의 자료에 따르면 2030년 DC시장 규모는 현재의 15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DC산업은 현재 지역주민 반발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수도권에서 DC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33건의 사업 중 17곳이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DC운영사 확보의 어려움과 주민민원으로 인한 인허가 지연 및 공사 중단 등을 꼽았다.
세빌스코리아의 관계자는 “현재 인허가를 받은 사업 중 약 35%가 1년 이상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공사가 진행되고있는 사업 가운데 약 30%는 인허가 후 착공까지 1년 이상 소요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DC설립계획은 건축허가 단계에서 위기를 맞았다. 주민들이 학교 인접성·환경영향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DC구축기업과 주민 간 법적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지자체가 허가를 거부해 사업이 중단됐다.
님비(NIMBY)시설 DC, 정보부족 인한 불신기조 다수
DC는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며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또한 냉각탑·고압선·발전기 등이 함께 설치되기 때문에 외관상 주민들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게 한다. 물과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인근 시설에서 사용할 전기나 수도가 부족해질수 있다는 염려 또한 존재한다.
또한 대량의 열기를 뿜어내 인근 온도를 높이는 열섬현상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소음 역시 평소엔 다른 산업시설과 비교해 큰 편이 아니지만 비상시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게 되면 지역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게 된다.
이에 더해 DC가 주변 거주시설 혹은 교육시설에 전자파를 과도하게 방출해 건강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염려와 ‘DC인근지역의 인터넷이 느려진다’라거나 ‘DC 인근 지역에선 정전이 자주 발생한다’ 등의 여러 낭설이 주민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단순 정보부족으로 인한 불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DC는 일반 대중들에게 밀접한 시설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 설치 및 운영되는지 이해하지 못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보안문제로 내부를 방문하는 것 역시 제한된다.
사업자가 제시하는 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설명회 등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지자체 역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주민과 사업자 사이 정보격차가 심해진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절차가 이미 끝난 뒤 결과만 통보받는다”라며 주장하기도 한다.
DC구축 난관, 수도권집중·고전력요구
이러한 지역갈등의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문제가 자리한다. DC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며 통신 지연시간(Latency)을 줄이기 위해 도심지역에 구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시간 통신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일부 AI DC 같은 경우 비도심지역 건축을 검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력망 연결을 위한 대규모의 공사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의 공사비용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코로케이션 형태의 DC는 서버를 임대할 고객을 확충해야 한다. 코로케이션DC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도권에 밀집돼있어 대부분의 경우 수도권인근에 DC를 건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개발가능한 부지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각종 규제와 주민밀집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DC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력인입·부지조건·민원리스크를 모두 고려하면 수도권에 갈등 없는 부지가 없다”라며 “AI에 대응하고자 DC수요가 늘고있지만 인프라구축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력망 문제 역시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용량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변전설비는 주민반발이 가장 심한 분야지만 DC엔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국회입법조사처는 ‘AI혁명에 부응한 선제적 전력공급·전력망 확충 긴요’보고서를 통해 AI DC가 기존 시설대비 수 배 이상의 전력을 요구한다며 전력망 확충이 늦어질 경우 산업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기여 역시 가시적이지 않다. DC가 제공하는 고용규모는 동일 규모 시설들에 비해 제한적이며 상주인원이 적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은 동일규모 부지에 들어올 수 있는 다른 시설을 통해 더 많은 고용창출효과와 상주인원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 또는 대규모 주민편의시설을 통한 지역주민 복지를 희망한다. DC 구축으로 인해 이러한 기대비용을 상실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DC주민거부, 객관적근거부족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주민반대에서 가장 주요한 의견은 ‘전자파’다. 많은 시민단체가 교육시설·의료시설인근에 전자파가 방출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염려한다.
하지만 미래전파공학연구소의 검사결과에 따르면 DC인근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부지주변 기준 최대 5.9mG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정용 전기밥솥이 방출하는 4.75mG과 비슷하며 전자레인지가 방출하는 29.21mG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에너지파장이 큰 X선·자외선 등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유해성이 증명됐으나 일반 전자제품과 전선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검증된 적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자파를 2B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점을 들어 전자파의 유해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2B급은 매우 폭넓은 개념으로 김치·피클·커피 등의 식품 역시 2B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소음과 진동 역시 일반적인 상황에서 간단한 방음벽시설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전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시에만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며 발생하는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는 정말 예외적인 경우에만 발생하게 되며 일반적으로는 소음이 인근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열섬현상 역시 설계를 통해 대폭 완화할 수 있다. 도심지에 설치된 DC 대부분은 0.1~0.3℃ 정도의 주변 온도 상승을 유발한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형시설들과 비슷한 규모의 열섬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산업지속성 위한 수용성 확보 최우선
전문가들은 구조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사회와의 상생모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DC폐열의 지역난방 활용 △지역 전력인프라 개선 △환경 모니터링시스템 △주민 편의시설 조성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의 이익환원구조를 통해 갈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민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전자파신호등과 같이 수치가 눈에 직관적으로 보이는 시설을 통해 DC와 같은 특수한 시설에 대해 주민들이 가질수 있는 오해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
전력망확충과 송전인프라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DC는 대규모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지만 송전선로·변전설비는 어느 지역에서든 민원부담이 큰 분야다. 장기적인 권역별 전력계획과 주민참여형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AI산업 발전도중에 병목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고려한 배려 역시 지속가능한 산업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일상환경 변화에 대한 주민우려를 귀찮은 민원으로 치부하기보다 정당한 이해관계로 인정하고 조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계는 기술적설계와 운영단계에서 주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줄이려 노력하며 지역주민 역시 기술산업발달을 위해 DC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기피시설과 달리 실질적인 피해요소가 적은 기반시설임을 감안해 상호간 공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DC산업은 국가지원 인프라와 대규모 투자가 맞물려 돌아가는 핵심산업이지만 지역사회는 그 과정의 현실적 부담을 직접 마주한다. 주민이 안심하고 지역이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DC산업경쟁력 자체를 높이는 길이 된다. 갈등을 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과 지역이 서로를 인정하고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 DC산업은 보다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궤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