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기후변화포럼과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주최한 국회 정책세미나가 12월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AI시대 데이터센터의 탄소중립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그린 데이터센터(DC)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기술과 정책솔루션이 제시돼 주목받았다.
특히 △DC 에너지효율 극대화 △재생에너지 조달 △폐열 재활용 등 실용적인 방안들을 통해 지속가능한 DC 구축전략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정애 국회기후변화포럼 대표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생성형 AI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급속히 확산되며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DC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4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DC 확충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전력수급이 지역간 불균형 상태에 있는 걸 감안하면 적시에 DC가 공급·건립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라며 “이번 기후포럼은 생성형 AI 확산이 불러올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전력계통 및 입지문제 △에너지효율과 탄소배출관리 △2050 탄소중립 목표와의 연계전략 등의 다양한 의제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덧붙였다.
그린 DC활성화위한 인증기준·성능평가 표준 필요
이어 임종서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데이터정보센터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임 센터장은 그린DC 구축과 기술역할을 테마로 △최근 국내 사회변화 △DC관련 주요 현황 △그린 DC 주요사례 △그린 전환을 위한 기술적 보완 방안 △정책·산업 협력방안 등 다섯가지 주제를 발표했다.
최근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 산업 전 분야를 국가 중점 아젠다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AI산업의 주요 인프라인 DC는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DC를 그린화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비효율적인 DC 건립 역시 수반된다. 기후를 고려한 장기적이고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의 효용은 커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적극적으로 그린DC를 채택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다만 기존 DC는 전력 소모량이 매우 큰 반면 고용 창출효과가 적기 때문에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임 센터장은 “규제에 기반한 그린 DC모델이 사회적 수용성 제고에 일정부분 기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산업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다만 규제로 인한 잠재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건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다. 2023년 초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했던 ChatGPT는 현재 8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인공지능사회의 도래로 인해 AI산업 부흥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미 △의료 △금융 △제조 △교육 등 산업 전 분야 생산성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맥킨지는 AI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6,50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AI산업의 핵심인프라인 DC는 산업 발전속도에 맞춰 그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DC 전력소비는 2024년 415kW에서 2030년 1,700kW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빅테크기업들은 현재 AI DC·네트워크 등 인프라 확장에 매년 75조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DC급증에 따른 영향을 조절하기 위해 주요국은 다양한 정책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EU는 에너지효율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DC 에너지사용 보고를 의무화했다. 또한 전력사용효율(PUE)를 1.3 이하로 설정하도록 권고하며 폐열 재활용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중국의 경우 14차 5개년 계획에서 신규 대형 DC의 PUE를 1.3 이하로 달성하도록 요구했으며 재생에너지비율 목표설정을 통해 전국적인 그린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6년 정부가 AI 예산으로 10조원을 투입하며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중 인프라조성에만 2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AI산업 부흥과 그린DC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AI와 기후융합부문 R&D 투자비중이 주요국대비 상대적으로 적고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주로 기후변화의 모니터링 측면에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영향 △피해관리 △정책기술 등의 측면에서는 주요국대비 낮은 상황이다.
임 센터장은 “그린 DC 구축과 전환을 위해 기업의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재생에너지 조달 체계화, PPA시장 활성화, 적정 입지 발굴 등 다양한 역할에서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그린DC 인증기준이나 성능평가표준 등을 마련해 산업계의 그린DC 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내년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 제25조에 DC 관련 시책 추진이 있는데 여기에 △AI 하드웨어 재활용 △초대형 DC 구축 지원 △전력망·재생에너지 연계 입지 지원 등의 과제들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라며 “이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 추진한다면 국내 그린DC가 조기에 입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전환시대 속 전략적 DC운영계획 필요
임 센터장의 발표 이후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은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조진균 국립한밭대학교 교수 △최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변상익 정보통신산업진흥원 AI인프라본부장 △유종민 홍익대학교 교수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등이 참여했다.
조진균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는 “DC수요가 AI 때문에 폭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핵심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로 인한 기존 아날로그산업의 디지털화에 있다”라며 “DC가 소위 ‘전기 먹는 하마’인 것은 맞지만 투자되는 전기 이상의 효율을 뽑아내는 시설이기 때문에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전기를 어떻게 공급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DC는 그 종류에 따라 지방분산 가능성이 달라져 네이버같은 자사 DC는 큰 문제없이 지방 구축이 가능하지만 코로케이션 DC는 접근성을 매우 중요시해 수도권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라며 “글로벌기업 요구 퀄리티를 국내기업이 맞추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으므로 국산화비율을 정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해방 이후 70년간 갖춘 모든 재생에너지설비를 다 합쳐도 RE100을 선언한 164개 기업에 주는 즉시 소진된다”라며 “2030년까지 그린DC에 들어갈 전력량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현재 규모의 6배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현재 국내에는 재생에너지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건설을 위해 지자체 조례나 산업부 고시가 완화될 필요가 있으며 기후부와 농림부협조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 조성 규모를 늘려야한다”라며 “기존 철도 전력망을 통해 사용하지않는 간이역을 에너지스테이션으로 개조해 DC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동형 전력망 등 새로운 전력망인프라를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승훈 데이터센터연합회 팀장은 “DC는 현존하는 모든 시설물 중 전력효율화가 최고도로 진행되고 있는 시설로 운영비의 60~70%가 전력관련 비용이므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이 매우 크다”라며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신규 DC 전력수요 지역별 분포자료에 있는 수치는 한전의 전력수전 예전 통지건수를 합산한 건으로 중복신청 등 숫자가 크게 잡혀있어 실제 사용량은 10% 이하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DC는 PUE 한계치까지 조정되어 설계되므로 제로에너지빌딩과 같은 일반 건축물 기준을 적용하는건 현실적이지 않으며 DC 안에 소형발전소를 짓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수준이다”라며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동해안·남해안 끝이 아니라 지역 거점형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며 그린DC를 위한 실질적인 혜택도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교수는 “DC가 수도권에 밀집되는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며 그린DC 구축은 민간에서 추구해야할 부분인데 예산사업만으로 이뤄지기엔 어려움이 있다”라며 “ABS(자산유동화증권)을 통해 그린요소로 절감되는 비용을 현금화해 증권으로 발행해주는 방식을 고려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대응기금 등을 통해 신보·기보 등에서 부분적인 보증이 이루어지면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으며 정부가 그린 인프라 ABS 상품을 직접 만들어 줄 수도 있다”라며 “결국 사업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PPA 역시 사업성이 있어야 제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강원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자료에 따르면 10~30년동안 늘어나는 전력량은 연간 전력사용량의 약 3% 수준에 불과하며 AI활용을 통해 다른 부분에서 전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라며 “RE100 달성 시점인 2050년까지 현 스케줄대로 진행하면 DC 증가로 인한 전력증가분을 고려해도 충분히 달성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국정과제 39번에 포함된 RE100 산단 집적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산업단지로 묶어 밀집시키면 적은 전력손실과 출력제어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산업단지 특별법이 DC를 포함한 재생에너지산업 탄소중립의 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