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예산편성을 통해 히트펌프 보급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건물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수단으로 자리매김한 히트펌프에 대한 지원강화가 기대된다.
강용태 국제냉동기구(IIR) 한국위원회 대표위원을 만나 지난해 히트펌프분야 주요 이슈와 2026년 시장전망을 들어봤다.
■ 2025년 국내·외 히트펌프분야 주요이슈는
지난해는 ‘에너지전환’과 ‘산업공정 탈탄소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고온 산업용 히트펌프기술 상용화 △히트펌프를 통한 데이터센터(DC) 열관리 △디지털트윈기반 히트펌프시스템 최적화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산업열수요는 여전히 스팀의존도가높으며 △화학 △제지 △식품 등에서는 120℃ 이상 고온 스팀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압축비 압축기 △고효율 열교환기 △스팀발생기 등 요소기술 고도화와 함께 MVR(Mechanical Vapor Recompression)과 결합한 실증·신뢰성 검증이 중요한 단계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DC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히트펌프를 통해 온도를 승온시켜 인근 지역난방 또는 온수공급에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히트펌프는 외기조건과 부하변동 등으로 운전점이 시시각각 바뀌므로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조건에서 최적운전전략을 수립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시스템의 물리적·동적특성을 반영한 가상화모델과 실시간 운전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운전시나리오를 빠르게 평가하고 최적제어를 도출하는 접근법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 성능 저하를 사전에 예측하고 전력부하가 높은 피크시간대에는 히트펌프 작동을 최소화하거나 축열시스템과 연계하는 등 전략을 최적화해 운전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트윈은 히트펌프 효율향상뿐만 아니라 운전안정성·신뢰성 확보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산업용 고온히트펌프의 특장점은
최근 Low GWP 냉매적용은 환경규제 준수를 위한 기본조건이 됐다. 기술적 차별화와 혁신의 승부처는 폐열을 활용한 산업용 고온 히트펌프기술에 있다.
국내 에너지소비구조를 살펴보면 산업부문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8%가 여전히 화석연료기반 열 형태로 소비된다. 이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 열부문 전력화가 필수적이며 화석연료 없이 전기를 이용해 고효율의 열을 생산하는 히트펌프는 이 전환을 위한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산업현장에서 다양한 온도대의 폐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고온 히트펌프는 이 폐열을 단순방출하지 않고 열원으로 회수한 뒤 승온해 공정에 재투입함으로써 시스템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120℃ 이상 고온 스팀·공정열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냉매선택, 압축기(고압축비·고토출온도), 고효율 열교환기, 제어·신뢰성(윤활·내구·안전) 등을 포함한 시스템기술의 집약이 필요하다.
특히 MVR과 같은 증기기반 승온기술을 적절히 결합하면 고온영역에서의 적용범위를 넓혀 다양한 공정 요구를 보다 현실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
■ 히트펌프 보급확대를 위해 우선 추진돼야 할 R&D나 실증은
히트펌프 R&D의 미래는 단순히 기기효율을 높이는 경쟁이 아니라 만들어진 열을 얼마나 작게, 얼마나 오래 저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수도권과 같은 고밀도 도심환경에서 기존의 물을 이용한 현열축열방식은 거대한 설치공간을 필요로 해 현실적인 적용에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차세대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상변화물질(PCM)을 활용한 잠열축열기술이다. 이는 현열방식대비 월등히 높은 에너지저장밀도를 가지므로 축열조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연구실 단계를 넘어 실제 건물의 기계실이나 유휴공간에 맞춤형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듈형 PCM시스템 표준화와 현장실증이 시급하다.
또한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가장 이상적인 대안인 열화학적 에너지저장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솝션열배터리기술’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기술은 기존의 열에너지저장방식에 비해 훨씬 집약된 에너지저장이 가능하며 건물 내 제한된 공간에 대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냉매와 흡수제를 분리해 농도차포텐셜로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열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장기적 에너지저장에도 유리하다.
작동방식에 따라 냉난방에너지 공급이 모두 가능해 건물의 복합적인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솝션열배터리와 히트펌프의 결합은 최적에너지효율을 달성하도록 돕는 핵심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 낮시간에는 태양열집열원이나 잉여전력을 이용해 솝션열배터리를 충전하고 이를 통해 건물 냉난방부하를 직접 충당해 전력피크를 완화한다.
밤 시간대나 전력가격이 저렴한 시간에는 히트펌프를 가동해 솝션열배터리를 충전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냉난방수요를 충당한다.
나아가 외부온도가 매우 낮은 겨울철이나 극지방에서 히트펌프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할 때 태양열에너지로 충전된 솝션열배터리를 히트펌프 보조열원으로 활용해 유입되는 열원온도를 높여줌으로써 극한 기후에서도 히트펌프 성능저하를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난방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등 전방위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 올해 히트펌프시장을 전망한다면
고효율·친환경기술을 앞세운 히트펌프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며 에너지전환 주역으로 확고히 자리잡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특히 국내·외 강력한 탈탄소정책목표에 힘입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기술로서 양적성장과 질적고도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강력한 동인은 NDC 달성의 시급성이다. 지난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6억9,158만톤으로 2023년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030년 목표치인 4억3,660만톤을 달성하려면 2024년 배출량대비 약 36% 이상 추가감축이 필요하다.
목표달성을 위해 올해는 히트펌프 도입·전환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부문과 전환부문에서 산업공정의 열생산원을 고온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에너지공급시스템전환 검토, 견적·실증과정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히트펌프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4.3%의 고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RePowerEU' 전략에 따라 2026년까지 누적 보급 2,000만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주택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세액공제 혜택이 지속되므로 안정적인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제조용량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도 압도적인 제조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수·수출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에 따라 산업공정열과 건물 냉난방의 전기화를 위한 고효율 히트펌프개발이 집중적으로 추진되는 시기다. 다만 공기열 히트펌프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정 여부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지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마련이 2026년 시장확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 히트펌프 보급지체원인을 분석한다면
가장 먼저 경제성 문제와 높은 초기설치비용이다. 기존 화석연료 난방시스템에서 히트펌프로 전환할 때 드는 초기 비용이 비교적 높다. 히트펌프는 보일러에 비해 실외기 설치, 전기설비 증설 등 복잡한 시공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는 도시가스 공급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잘 갖춰져 있으며 도시가스 가격이 타 연료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히트펌프 운영에 필수적인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돼 난방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에 히트펌프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급격하게 운영비 부담이 커진다.
유럽 등 히트펌프 보급이 활발한 국가들은 가스대비 전력가격이 훨씬 유리하거나 히트펌프 전용 요금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운영단계에서 경제적이점을 명확히 체감하기 어렵다.
두 번째 요인은 주거환경의 특수성이다. 한국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높으며 국내 공동주택 단지 대다수는 이미 경제성과 효율성을 확보한 지역난방 또는 중앙난방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개별 세대에서 히트펌프를 도입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
지역난방이 갖춰진 곳에 개별히트펌프를 설치할 경우 전체단지 에너지관리 복잡성만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 이러한 지역난방환경과 더불어 협소한 공동주택의 물리적제약은 히트펌프도입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특히 난방용 히트펌프는 실외기와 더불어 대용량 온수축열조가 필수적인데 한국 아파트의 발코니나 실외기실은 협소하게 설계돼 온수공급을 위한 온수축열조 공간확보가 어려워 히트펌프로 난방·온수를 공급하는 데 큰 제약이 된다.
■ 히트펌프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제도를 제언한다면
가장 먼저 ‘공기열원’ 에너지의 법적지위 확보다. 현행 제도상 히트펌프는 지열과 수열(해수·하천수)만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설치가 쉽고 범용성이 뛰어난 공기열은 재생에너지열원에서 제외돼 정부보조금이나 지자체 지원대상에서 소외된 실정이다.
다른 OECD국가들이 공기열 히트펌프를 적극 활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스스로 보급의 길을 막고 있다. 법 보완을 통해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며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 이때 기존 지열, 수열, 하천수열원 히트펌프와의 상생문제 또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통상적으로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대비 많은 초기투자비용이 발생한다. 기기값에 축열조설치비를 더하면 1,000만원을 훌쩍 넘겨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의 제한적인 보조금으로는 가스보일러와 가격격차를 메우기 역부족이며 보조금 규모를 대폭 늘리는 정책 등을 통해 경제적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요금구조의 합리적 개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돼 난방 시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 우려가 선택을 주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히트펌프 전용요금제를 신설하거나 난방용전력에 대해 누진제를 완화하는 등을 통해 운영경제성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요금구조의 합리적 개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된다. 히트펌프 효율이 아무리 좋더라도 겨울철 난방 시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 우려가 소비자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히트펌프 전용요금제를 신설하거나 난방용전력에 대해 누진제를 완화하는 등을 통해 운영경제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건설사와 소비자를 움직일 확실한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주택법과 도시가스사업법은 가스 공급을 의무화하고 있어 건설사는 굳이 비싼 히트펌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히트펌프 설치에 필요한 축열조 공간이 용적률을 갉아먹어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히트펌프 설치공간을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히트펌프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에서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은
Low GWP 냉매기반 차세대 사이클기술 개발과 극한환경 적용 초격차기술 확보다. F-Gas규제 등 글로벌 환경규제는 위기가 아닌 기회다.
High GWP냉매 퇴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므로 이를 기술표준선점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연냉매인 R290(프로판)과 R744(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R290의 경우 가연성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냉매 충전량 극소화기술과 고도화된 밀폐형 압축기 설계가 요구된다. 이는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열쇠가 될 것이다.
R744의 특성을 활용한 초임계 사이클 기술을 통해 120℃ 이상 고온스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산업용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초고온·극저온영역에서 운전성능 확보는 우리 기업이 선진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25℃ 이하 혹한기환경에서도 난방용량의 저 없이 COP 2.5 이상 고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압축기 설계기술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내·외 산업공정 탈탄소화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120℃급 고온스팀 히트펌프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극한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부품 내구성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며 극저온 환경이나 초고온스팀 제조환경에서의 연속 작동은 압축기, 열교환기, 밸브 등 핵심부품에 막대한 열적·기계적 부하를 가하기 때문에 부품단위에서 내열성과 내마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신소재·코팅기술을 적용하고 고압환경에서도 변형없이 장기수명을 보장하는 구조설계기술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