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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대전망 인터뷰] 오세신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NDC 달성 위한 열E전환 ‘분수령’
청정열 ‘마일스톤’ 세울 한 해 되길”

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건물부문 열에너지 이용기반 구축’ 연구를 통해 건물부문 열에너지 확보방안에 대해 다뤘다.

 

연구를 담당한 오세신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나 올해 열에너지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

 

■ 국내·외 열에너지시장 동향은
열에너지는 산업과 건물에서 열에너지이용을 목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산업공정열이나 건물냉난방·급탕용으로 사용되는 에너지다. 이러한 용도의 에너지가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열에너지의 90% 이상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에너지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에너지 배출량에서 거의 30%를 차지한다.


에너지생태계 목표가 탄소중립이라는 점에서 열에너지 청정전환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열에너지 청정전환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과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절반이 열에너지라고 보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비중도 30%를 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2016년 열에너지 전략(EU Strategy on Heating and Cooling) 수립을 시작으로 열에너지 청정전환을 위한 강력한 정책들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중국·일본으로도 이러한 정책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 지금까지의 열에너지시장을 평가한다면
열에너지 청정전환을 위한 정책들이 강화되고 확산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면 사실 그동안 국내 에너지정책은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된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열에너지를 어떻게 청정화할지를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정책이 발전과 수송 부문에 치중돼 무게감 있는 정책목표를 수립한 적도 없었던 만큼 일부 포함된 열에너지 관련 정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이 현주소다.


실제로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서 80% 이상은 전력이며 신재생열에너지가 전체 열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신재생열에너지 거의 대부분은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이 차지하는데 주로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연료로 활용되거나 소각로에서 열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여기서 폐기물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비중으로만 보게 되면 그 비율은 1%대로 떨어진다. 세계 재생에너지 기구(IRENA)는 전 세계 열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면서 탈탄소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폐열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 국내 열에너지부문의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스스로 시장화될 수 없는 구조에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함으로 분석된다. 국내 여건에 적합한 기술적 해법이 명확히 합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 필요한 추진동력을 얻지 못한 건 결국 정책적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책적 관심은 탄소중립을 위해 열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행 의지를 정책에 충분히 반영했는가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책적 관심이 열에너지 전환의 즉각적인 가시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미 지난 2010년대부터 열에너지 청정전환을 정책적 관심을 기반으로 준비해왔던 유럽에서도 발전부문과 비교해 열에너지 부문은 청정전환속도가 느린 편이다.

 

과거에 유럽도 열에너지 탈탄소화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발전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합리적 정책수립을 위해 필요한 정보·통계와 같은 근거기반이 충분히 마련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으며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폐열을 이용한 열 공급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정책적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는 현재까지 이러한 정책수립기반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여건임을 고려하면 정책적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올해 국내 열에너지시장을 전망한다면


열에너지의 청정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상당히 역동적일 것이라 예상한다.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고 열에너지의 청정전환을 전담할 열산업혁신과가 신설됐다.


2035 NDC에서도 열에너지의 청정전환에 대한 내용이 반영돼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정책수립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올해 당장 재생열에너지나 미활용열사업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수 있다.


정책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에 반영해 시장에 연결되기까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열에너지 청정전환을 위한 △계획 △로드맵 △전략 등 정책이 역동적으로 수립되는 해가 돼야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공론화 과정에서 산·학·연이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수립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에도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당장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열에너지 정책수립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시끌벅적하지만 열에너지 청정전환의 마일스톤을 세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 열에너지 전환 확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는
열에너지 시장에 청정 전환이 미래에 갈 수밖에 없는 길이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철저하게 이를 지원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동안 열에너지는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사각지대처럼 인식돼 온 것이 체감상 사실이다. 배출권거래제를 예로 들어보면 주택부문은 제외되는 등 열에너지 소비에 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 산업체 혹은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열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구조이므로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열에너지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도시가스 난방과 관련해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를 정책적으로 무게감 있게 다루거나 논의된 바는 없다.


열에너지 전환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은 열에너지 탈탄소화 방향에 대한 대원칙을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이는 법령이나 굵직한 에너지 계획에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신호를 보냄으로써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간 크고 작은논쟁의 소동은 있을 수밖에 없다.


열에너지 생태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론화의 장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단계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는 산업전환 지원방안을 마련하면서 끊임없이 설득하는 시간도 마련해야 한다.

 

■ 향후 열에너지와 전력망간 연계(P2H 등)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정책과제는
열에너지도 청정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이 전력화돼야 한다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전력화기술 중에서도 어떤 것을 어떠한 용도에 적재적소로 배치할지는 정책설계 단계에서도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P2H는 전력시스템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과 열을 포함하는 전체 에너지시스템 효율을 높여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히트펌프, 전극보일러, 축열조 등의 전력화 자원을 적절히 조합해 열 수요지의 열 소비 부하 패턴을 전력계통의 부하 패턴에 잘 매칭하는 운영솔루션 개발이 P2H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있어 핵심과제다.


열 수요지가 주택 중심지인지 상업 중심인지, 아니면 산업단지인지에 따라 열수요패턴과 요구되는 열의 온도도 달라지므로 조합할 수 있는 전력화 기술도 차별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실증사업들을 통해 열 수요지 성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P2H 모델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AI가 접목된다면 보다 고도화된 운영솔루션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P2H 적용에 있어 투자비와 전기요금이 사업성 측면에서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P2H는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전기요금의 다양한 선택지가 만들어질 필요도 있다.

 

■ 국내 히트펌프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정책·제도는
히트펌프는 전 세계 열에너지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대안기술이다. 그만큼 열에너지 전환에 있어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대안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히트펌프를 국내에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히트펌프의 기술적·비용적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에 적합한 보급솔루션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도시가스 보일러는 연소기술로 난방이나 급탕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온도의 열을 만들어 물을 섞어 적합한 열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 배관망이 설치된 곳이면 어디든 가스보일러를 설치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열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만 빼면 편리한 기술이다. 이와 비교해 히트펌프는 나름 예민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어 대안기술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난방과 급탕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한 열을 만들 수 있고 전력화기술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에너지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개발에 따른 발전가능성도 높아 비용감소와 성능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용적으로는 현재 구매가격이 상당히 높으며 운영비용도 전기요금 누진제하에서는 가스보일러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넓은 설치공간이 요구된다는 점, 가스보일러보다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점, 열원에 따라 COP 편차가 커지므로 공기열 히트펌프는 혹한기에 성능 저하를 겪게 된다는 점 등이 우려된다. 용도에 따라 용량만 결정하면 되는 보일러와는 달리 히트펌프는 건물용도와 유형, 지역 등과 인근에 활용할 수 있는 어떤 미활용 열이 존재하는 등에 따라 종류와 적용해야 하는 시스템과 솔루션이 달라져야 한다.


이와 같은 단점들을 놓고 볼 때 히트펌프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부족한 비용경쟁력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국내 사정을 놓고 볼 때 유럽에서 하는 방식인 투자비보조와 전기요금 감면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도시가스에 탄소비용을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기술적으로는 히트펌프의 다양한 솔루션들을 적재적소에 매칭하기 위해서 많은 실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조건에 최적화된 히트펌프 적용솔루션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이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관리하기 위해 전 지구적인 탄소중립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 탄소중립 시급성에 대해서는 심대한 이견이 있다. 이는 탄소중립을 어느 시점에 어떻게 이행할지를 두고 심각한 갈등을 양산할 수 있고 열에너지 청정 전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처한 냉정한 국제적 현실에 입각해 차분한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을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전 세계 기후변화를 막는데 그렇게 유의미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만 떨어져 경제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현재 상태만을 본다면 그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구적 위기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역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이고 일시적인 착오는 있을지언정 길게 보면 강대국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유럽의 CBAM처럼 다른 국가들에게 무역장벽의 형태로 탈탄소화를 요구하는 기조가 확산될 것이다. 이는 과거 자유무역이 어떻게 세계적 흐름이 됐는지를 살펴본다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전환은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계 경제구조와 무역 질서에 대응한다는 차원으로도 해석돼야 한다.


새로운 녹색 생태계로 경제구조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 탄소중립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을 선점해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 중심을 두고 관련대화가 풍성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