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계설비법 시행 5년을 맞았지만 기계설비인의 권리와 책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 주관으로 △대한설비융합협회 △한국기계설비기술사회 등이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위원회(TF)를 발족해 법 제정논의를 본격화했다.
강기호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위원장을 만나 법 제정 방향성과 기계설비산업 비전에 대해 들었다.
■ 기계설비법 시행 5년 성과를 평가한다면
법 제정 이전에는 △설계 △시공 △감리 등 업무전반에 △건축법 △건설산업기본법 △환경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 관련 법률 분산돼 관리·적용되면서 어려움이 컸다. 기계설비법 시행과 함께 시행령·시행규칙이 마련되며 ‘기계설비기술기준’이 제정돼 이를 기준으로 착공 전 확인·사용 전 검사·유지관리 및 성능점검까지 법체계를 갖췄다. 기계설비의 효율적인 △설계 △시공 △유지관리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1차 기계설비 발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기계설비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현재 수립 중인 2차 기본계획은 시행 5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도 미비점을 보완하며 기계설비법 제정 취지에 맞는 발전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향후 중점과제들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기계설비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기계설비법은 효율적 운전과 유지관리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 기계설비의 기본적인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기계설비 업무전반과 설계자·감리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로 인해 기계설비분야에서 책임설계·시공·감리에 따른 임무와 책임기술자 업무수행에 대한 △기술발전 △품질향상 △안전보장 등이 어렵다.
이에 따라 기계설비산업의 중요성과 미래지향적 설비기술의 성장을 위해서 책임설계·감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법적기반이 필요하다. 또한 △기계설비 정의와 목적 △각 분야별 업무범위 △책임 등을 명확히 규정하며 여전히 타 법률에 의존하고 있는 관련 사항과 법률간 관계 등을 개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 기계설비기술관리법의 필요성과 차별성은
기존 기계설비법이 담지 못한 기술분야 업무를 규정하며 기계설비설계·감리분야 전문가의 업무수행과 기술기준관리 제도화를 위해 필요하다. 책임설계·감리를 특화된 전문가가 수행하도록 해 기술품질을 높이고 공공안전을 증진하며 하도급구조로 인한 기계설비산업의 구조적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기계설비는 현재 △토목 △환경 △플랜트산업 등에 필수 기술용역에서 △반도체 △바이오 △데이터센터(DC) 등 첨단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래 첨단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기계설비기술관리 전반을 포괄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설계 △제조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으로 업무가 분절돼 기술발전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향후 건설산업은 BIM기반 설계부터 제조·시공·감리까지 연계되는 제조업화 건설(OSC)로 전환하며 시스템의 효율적 운전과 관리를 통해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까지 완성하는 통합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여러 법률에 분산된 기계설비기술 관련 내용을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시행령, 시행규칙, 기술기준으로 집적하며 전기·정보통신·소방 등 설비산업과 융·복합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기술관리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 기계설비기술 분리발주가 필요한 이유는
기계설비는 주공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역계약은 건축, 토목 등 주공종에 포함됐으며 설계와 감리 등은 하도급제도로 계약됐다.
그러나 특정분야에 포함돼 하도급으로 발주하는 경우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전문분야 기술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 또한 이미 기계설비를 제외한 모든 설비분야에서 분리발주가 이뤄지고 있어 기계설비도 관련 공종설비와 형평을 맞춘 협력설계가 가능하도록 분리발주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기계설비설계와 감리용역을 분리발주할 경우 건축물설계를 총괄하는 건축설계자의 협업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건축설계는 건축가가 마스터설계자로서 전체를 총괄하며 각 분야 전문기술자는 협력설계자로서 전문영역을 완성하는 구조인 만큼 전문기술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기술발전과 원활한 협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각 분야 기술역량을 기반으로 한 협력설계 체계가 구축될 때 설계 전반의 완성도와 기술융·복합도 높아질 것이다.
■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 기대효과는
기계설비법에서 기계설비 모든 분야에 대한 업무를 제도화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보완해 타 법규에 산재된 기계설비 관련법규 및 기준을 모아 기계설비 기술법체계를 정립해 △전기 △정보통신 △소방 등 설비기술분야와 융·복합 협력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계설비 기술체계 정립을 넘어 기계설비 품질향상을 통해 국민건강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목표다. 이를 위해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기계설비 법제도의 완성을 위해 관련 단체들이 협력해 기계설비 법제정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심도있는 연구용역을 통해 기계설비법 개정과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을 추진함으로써 체계적인 법 기반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 기계설비산업의 비전은
기계설비산업의 최우선 비전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설비환경 구축에 있다. 이를 위해 ‘기계설비법’ 개정이나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을 통해 공기와 물을 매개로 한 전염성질환 예방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 에너지소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설비는 효율적인 에너지시스템을 만들어 탄소중립에 앞장서야 한다.
또 하나의 핵심과제는 AI기반 디지털혁신이다. 반도체·바이오·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계설비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설계 △제조 △시공 △운영 등 전 과정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BIM기반 설계고도화, 제조업화 건설(OSC)을 통한 AI기반 모듈화 설비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첨단기술 인력 양성 △젊은인재 유입 △경영환경 개선 △통합적 기술개발 계획실행 등이 병행돼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계설비산업은 업종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관련단체들은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설계사의 성장과 달리 소규모 기계설비설계사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글로벌 기술경쟁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 내 설계·제조·시공분야와 대학·연구소 등 학술기관간 협력 역시 한계다.
향후 기계설비기술은 설계·제조·시공이 협력구조를 갖추며 단계별로 분절된 업무체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계설비법의 실효성 있는 개정과 기계설비기술관리법 제정을 통해 설계·시공·감리 전반의 법적 체계를 정비하고 기계설비기술산업의 융·복합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