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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열 히트펌프,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

 

지난 1월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200여명의 기계설비인들이 모였습니다. 혹한 속에서도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절박하게 외쳤습니다. “공기열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합니다.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건물부문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이라 강조합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이 앞다퉈 보급하는 기술을 국내에서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16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응TF는 ‘재생에너지 정의의 왜곡’이라 주장합니다. 태양광이나 지열처럼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재생되는 에너지와 달리 공기열 히트펌프는 전기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에너지소비 설비라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도 수열은 신재생에너지법에 명시돼 있지만 공기열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행령만으로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법한가라는 질문도 제기됩니다.

 

기술적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외기온도가 -5℃ 이하로 떨어지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돼 오히려 가스보일러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동절기 전력피크 시기에 히트펌프 수요가 집중되면 전력망 부담도 가중됩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리면 블랙아웃 리스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현장이 우려하는 것은 중소기업 생태계 붕괴입니다. 공기열 히트펌프시장은 이미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인정되면 각종 보조금과 세제혜택이 집중되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습니다. 지열·수열·태양열 등 기존 재생에너지 중소기업들의 시장은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공기열, 속도와 방향 사이에서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했습니다. 1월21일 김소희 의원실 토론회에서 권병철 기후부 열산업혁신과장은 “모든 공기열이 아닌 공기대물(ATW) 방식에 한정하며 김소희 의원실이 제안한 SPF 2.875 이상의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내 계절별 외기온도를 고려해 지역별 가중치를 적용하고 2028년 이후 키갈리의정서 기준 냉매를 사용하는 설비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겠다”라며 “올해는 제주와 일부 경남·전남지역에 약 2,500대 수준의 시범보급을 통해 검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공기열을 무분별하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실제 탄소저감 효과가 있는 설비만 인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건물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26%를 차지하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열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서 제기된 ‘성능 검증은 충분히 이뤄졌는가, 한국의 기후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기준인가, 설치 후 사후관리는 누가 책임지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결국 시범보급과 실증을 통해 확인될 것입니다. 이제 정부가 약속한 보완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공기열원에 대한 재생에너지 지정 논란은 단순한 기술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탄소중립을 향해 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탄소저감 효과는 확실한가. 전력망은 감당할 수 있는가. 대기업 중심 시장구조에서 중소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그 길을 가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보완책이 현장의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시범보급을 통한 검증이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칸kharn은 이 과정의 모든 순간을 면밀히 기록할 것입니다. 성급한 결론보다 올바른 질문이, 빠른 속도보다 정확한 방향이 우리를 탄소중립으로 이끌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