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과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가 에너지정책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분산에너지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지난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하고 분산에너지 보급 확대와 관련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하 분산특구)이 지정되며 지역중심 에너지신산업 육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4년 7월에는 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진흥센터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지정되며 정책 추진체계도 한층 강화됐다. 김형중 분산에너지진흥센터장을 만나 올해 분산에너지시장 전망을 들었다.
■ 분산에너지 도입배경은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화석연료기반 장거리송전 중심 중앙집중식 에너지공급체계에서 벗어나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공급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의무와 지원사항을 명시하고 규제특례와 기반조성사업 등을 포함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시행했다.
법률시행은 지역중심 에너지공급과 새로운 사업모델을 촉진해 분산에너지시장의본격적인 확대를 이끄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국내 분산에너지시장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신사업 △지능형 전력망 등 에너지 생산·거래·소비 전 과정을 포괄하며 관련설비 제조·판매를 포함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분산에너지 사업체 수는 약 11만5,000개이며 종사인력은 약 17만 3,000명이다. 총 매출액은 41조원으로 전력산업 내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분산에너지산업이 기존 중앙집중형 발전·송전체계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력시장은 △저탄소전원 확대 △계통유연성 제고 △시장가격기능 강화 등을 통한 시장다원화가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 시범사업을 거쳐 실시간시장과 보조서비스시장의 육지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제3자 PPA, 직접 PPA제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 전력직접거래 등을 통해 기존 전력망체계에서는 어려웠던 첨단기술과 새로운 시장메커니즘이 실증될 전망이다.
글로벌 분산에너지 시장은 지난해 약 3,896억5,000만달러 규모에서 2035년 1조2,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국들은 중앙집중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하며 시장기반 보상제도와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분산에너지 중심 전력시스템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 분산에너지 확대가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가져올 기대효과는
소규모 발전소 중심 분산형발전 보급을 통해 구현되는 분산에너지시스템은 지역내 에너지 생산·소비를 활성화해 에너지 지산지소를 실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장거리 송전선로 송전손실을 저감하며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국가 전체 전력망의 효율화와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가소비와 수요지 인근 전력거래가 활성화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통신과 데이터혁신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신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VPP 기술, 에너지 신사업자가 태동할 것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지난해 분산에너지부문 핵심이슈는
최초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7곳이 지정됐다. 지정된 지역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신산업활성화가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추진할 차세대 전력망구축정책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고 분산에너지 통합관리와 에너지신산업 창출이 가능한 AI기반차세대전력망구축 정책이 마련됐다.
공단은 정책 주요실행기관으로서 세부사업을 기획하고 실행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전력망구축사업의 합리적 수행을 통해 지역 내 재생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촉진하고 첨단기술 실증을 통해 신산업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분산특구제도를 소개하면
국내 전력시스템은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과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한 재생에너지 발전원 증가로 전력계통의 운영이 상당히 어려워지며 발전원에서 소비처로 전송하는 대규모 송전선로의 건설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지산지소를 실현하고 에너지신시장 창출을 위한 특화지역 지정이 필요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함으로써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ICT 등 첨단기술과 각종 규제특례를 활용하여 전력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해 2월에 특화지역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시작으로 4월까지 지자체 컨설팅과 사업계획서를 접수(11개 지자체 25개 사업모델)했으며 5월에 특화지역 실무위원회를 거쳐 최종 후보지 7개를 선정했다. 이후 에너지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선정됐다.
선정된 지역 △경기의왕 △부산강서 △제주도 △전라남도 △경북포항 △울산미포 △충남서산 등은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분산에너지 관련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경기도 의왕시 무민공원에 태양광과 ESS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인근 전기차충전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마이크로그리드를 구현해 보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했으며 전력수요 밀집지인 수도권에서 지산지소를 실현할 예정이다.
부산지역의 경우 부산광역시 강서구 일원에 500MWh 규모 ESS-Farm을 구축해 인근 산업단지 최대수요 억제와 전기요금 절감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계통 포화상태인 부산지역에 전력계통 유연성을 확보해 계통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관광지 특성을 살려 전기차(렌터카)를 활용한 V2G 사업, 분산자원과 히트펌프를 결합한 섹터커플링 사업, 배전계통에 ESS를 구축해 유연성 제공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제주도에 구축된 많은 분산전원(태양광, 풍력)을 효과적으로 운영·관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은 정부의 차세대 전력망 구축 정책과 연계해 배전망유연성자원 확보, 맞춤형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자주도 배전설비 구축·데이터센터 유치 등 다양한 에너지신산업 모델을 실증할 예정이다.
경상북도 포항시는 증가하는 산업부문 전력수요에 대응하고 지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린 암모니아 기반 수소엔진 발전설비로 인근 2차전지 기업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계획으로 국가 탄소중립 이행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광역시는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을 활용하여 지역 발전사가 전기 수요처 대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력 수요기업을 새롭게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남도 서산시는 지역 발전사가 인근 산단 석유·화학 기업에 저렴한 전기 공급하여 지역 내 전력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에너지의 지산지소 모델을 구축하고, 전력 직접 공급을 통한 전기요금 절감과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 분산특구 운영계획은
지역특성에 적합한 사업모델 발굴과 우수 분산특구의 전국 확산,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적합한 신규 분산에너지 사업모델을 발굴하며 발굴된 사업모델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는 특례도 같이 발굴할 계획이다.
필요사업 여건이 유사한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된 분산특구 사업모델을 적용하도록 지자체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분산에너지 확대 △VPP 활성화 △직접전력거래 확대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분산특구 내의 사업자 활동에 제약이 되는 각종 규정을 지자체, 유관기관, 사업자와 협력해 개선하고자 한다.
■ 분산에너지시스템에서 열에너지 역할이 부재한데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단위에서 전기에너지뿐만 아니라 열에너지가 함께 활용돼야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산에너지 협의체와 섹터커플링포럼 운영을 통해 전력과 열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간 연계활용모델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분산에너지제도 내에서 열에너지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구체화하며 향후 열에너지를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수단 중 하나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산업계·학계·정책기관·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해분산에너지로서 열에너지활용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상 분산에너지 범위에는 열에너지가 포함돼 있지만 현행 법령에는 구체적 규정이 미비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과 설치의무제 등 주요 제도 내에서 열에너지 활용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또한 법령 개선사항을 발굴·검토하고 분산에너지법령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해 분산에너지법 내 열에너지 정의와 범위를 구체화하며 기존 전기에너지 중심으로 규정된 분산에너지사업 범위를 열에너지분야로 확대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열에너지를 분산에너지 설치의무 이행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분산에너지정책이 전력중심에서 벗어나 전기와 열을 함께 통합관리하는 에너지체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마련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 올해 분산에너지시장을 전망한다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 제도기반이 마련된 만큼 올해는 분산에너지 시장이 점진적이고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분산특구의 신산업모델이 실제 운영되기 시작하며 분산에너지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며 전력과 타에너지간 이종결합하는 섹터커플링이 출현하는 등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분산에너지사업자가 한전과 경쟁하며 소비자에게 보다 높은 전력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이에 따라 많은 요구사항과 개선점이 발굴될 것이다. 특히 ESS의 활용방법을 가지고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사업모델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은 차세대 전력망 구축 지원사업을 통해 배전망 ESS,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분산에너지 통합발전소(VPP) 사업자를 대상으로 배전망 내 ESS 구축비를 지원해 지역 내 재생에너지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며 VPP사업자 육성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공단지, 대학 캠퍼스, 군부대 수요처를 대상으로 태양광, ESS, 플랫폼 등의 설비를 보조지원해 전력생산·소비 최적화를 실현하고 AI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의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VPP, ESS 등 분산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모델 확산과 민간사업자 참여 확대 등 국내 분산에너지산업의 성장촉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공단도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정책지원과 현장소통을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분산에너지진흥센터 운영계획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이후 제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차세대 전력망 구축사업과 연계해 분산에너지 확산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인센티브 마련 △제도개선 △기반조성사업 확대 등을 통해 분산에너지 시장 초기 정착과 지역중심 자립적인 에너지생태계 조성을 중점추진할 예정이다.
■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제도는
지속가능한 분산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공급·수요자원 최적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지역 기업·시민과의 협력을 통해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이 스스로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자율성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분산에너지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합리적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분산에너지가 시장 내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뒷받침을 통해 V2G, P2X, P2P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신산업 창출이 가능해지고 분산에너지가 자생적인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자원운영을 위해서는 AI·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 제어시스템, 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통합 관리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정부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분산에너지 자원은 전력중심에서 나아가 열에너지나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을 통한 에너지 간 융복합 활용으로 확장돼야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을 극대화 하고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기술발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에너지 생산·소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이므로 국민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제도에 대한 인식 제고, 참여형사업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전반 공감대형성과 참여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이후 특화지역 지정, 설치의무제 시행, 차세대 전력망정책 구축 등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산에너지 정책과 관련사업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은 정부정책 수립과 제도운영을 적극 지원해 분산에너지제도 안정적 안착과 차세대 전력망의 견고한 구축, 인센티브 마련·제도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와 에너지공단의 노력만으로는 분산에너지 보급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여러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산에너지사업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단은 분산에너지 진흥센터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여러분의 정책 제안에 공단은 늘 열려있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