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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냉동공조산업, 친환경냉매·Low GWP 전환 흐름

 

올해 초 전 세계 냉동공조산업을 대표하는 두 전시회가 잇따라 막을 올렸습니다. 1월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HVAC&R JAPAN 2026과 2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AHR EXPO 2026이 그것입니다. HVAC&R JAPAN은 사상 처음으로 3개홀로 확장개최돼 역대 최대 규모인 224개사923부스를 가득 채웠고 AHR EXPO에는 전년대비 참여기업 4.2%, 참관객 4.4% 늘어난 1,956개 기업과 5만3,300여명의 참관객이 몰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냉동공조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힘차게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장이었습니다.


두 전시회를 관통한 핵심키워드는 탈탄소화, 전동화, 친환경냉매 전환이었습니다. 여기에 AI 시대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냉각수요까지 더해지며 냉동공조산업이 맞이한 변화의 폭과 속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탈탄소화·전동화, 이제는 ‘실천’의 시대
올해 두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스마다 넘쳐났던 ‘친환경냉매 적용 예정’, ‘Low GWP 전환 로드맵’ 같은 문구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선언은 끝났고 이제는 제품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AHR EXPO에서는 R454B를 적용한 히트펌프와 유니터리시스템이 사실상 표준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HVAC&R JAPAN에서는 CO₂냉매를 활용한 냉동·냉장설비가 주요 부스마다 핵심제품으로 등장했습니다.

 

한국 참관자들이 “CO₂설비의 상용화 수준이 예상을 훌쩍 넘었다”고 입을 모을 만큼 기술성숙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공조분야에서는 R32기반 제품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디지털제어기술과 융합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확인됐습니다. 친환경냉매 전환은 이제 ‘언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앞서 있는가’의 문제가 됐습니다.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도 전시회를 뜨겁게 달군 화두였습니다. AI붐이 촉발한 고발열 GPU 서버의 폭발적 증가가 HVAC업계에 전례없는 새 시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아닌 데이터센터 냉각이 전시회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산업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미국 유니터리시장에서도 판도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Carrier, Trane, Lennox, JCI 등 전통의 Big 4와 Daikin, LG전자, 삼성전자 등 아시아 3사의 경쟁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고 M&A를 통해 통합솔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흐름이 제품경쟁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Bosch의 JCI 주거·경상업 HVAC사업 인수, Carrier의 Viessmann Climate Solutions 인수가 대표적입니다. 좋은 제품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주관의 한국관이 AHR EXPO에 꾸려졌다는 소식도 반가웠습니다. 성신하스코, 엔에스브이, 삼양발브, 신우공조, 동화원 등 국내 강소기업들이 한국관이라는 울타리 아래 한데 모여 바이어들에게 ‘품질과 신뢰’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현장 반응은 앞으로 국내 냉동공조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두 전시회가 남긴 숙제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일본과 유럽이 CO₂냉매기반 제품을 속속 상용화하며 시장을 넓혀가는 동안 국내는 프레온기반 시스템의 비중이 여전히 높고 CO₂냉매 제품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냉매회수율 30~40%를 달성하고 회수용기를 규격화해 냉매를 ‘관리해야 할 인프라 자원’으로 다루는 일본과는 분명한 격차가 있습니다.


Low GWP 냉매 국산화, CO₂냉매 기술 개발, 냉매회수·재생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 어느 것 하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라스베이거스와 도쿄에서 확인한 글로벌 흐름을 우리 산업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가기 위해 업계와 정부 모두의 발 빠른 행동을 기대합니다.